[기고] 6.25전쟁의 용사들: 영원한 기억 속의 히어로
1980년대 말, 카투사로 복무하고 있던 시절, 동두천의 미군 보병 2사단에서 비상 상태가 선포됐다. 우리는 정확한 상황을 파악하지 못한 채 완전 무장상태로 부대 내에서 대기하게 됐다. 비록 실제 총알은 장전되지 않았지만, 상황의 긴박함으로 인해 현장은 극도로 긴장된 분위기였다. 이는 평소 훈련이 아닌 상태에서 처음으로 겪게 된 사건이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은, "가자 북으로, 오라 남으로"라는 구호를 외치며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의 학생들이 판문점 방향으로 행진했다는 것이었다. 미군 부대가 중간에 위치해 있어 습격될 가능성에 대비한 것이었다. 그 때의 충격은 지금도 나의 기억에 선명하게 남아있다. 만약 전쟁이 발발했다면, 정말로 용기를 내어 적과 맞서 싸울 수 있을지 의문이다.
현대에 이르러,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의 전쟁으로 인해, 세계에서 두 번째로 강한 군사력을 지닌 러시아 군이 졸전 상태에 놓여 있다. 원래 기대했던 일주일 안에 키이우를 점령하는 것은커녕, 오히려 우크라이나 군의 반격에 촉박하게 됐다. 러시아 군의 곤경은 무엇보다도 러시아 청년들의 사기가 저하된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전쟁이 시작된 후 100만 명 이상의 러시아인들이 해외로 도망간 상황에서, 러시아에게 어떤 미래가 기다리고 있을까?
전장에서 죽음을 맞이하며 싸우는 병사들에게 주어지는 가장 큰 동기는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그들의 희생이 조국에 의해 기억될 것이라는 사실이다. 전쟁 영화들에서는 죽음을 맞이하는 병사들이 역사가 그들을 영원히 기억할 것이라는 믿음을 드러내곤 한다.
1992년에 개봉한 영화 '여인의 향기(Scent of a Woman)'는 은퇴한 장교 프랑크 슬레이드와 가난한 고등학생 찰리 심스의 짧은 여정을 그린 이야기다. 이 영화에서 나를 감동시킨 것은 미국 사람들이 퇴역 장교에게 표현하는 존경과 존중이었다. 풍족한 삶을 누리는 퇴역 장교에 대한 호의와 그에 대한 교통 경찰의 예의가 나에게 큰 감동을 줬다.
실제로 미군 부대에서 근무하면서 느낀 것은, 장교에 대한 존경과 예의가 매우 인상적이라는 것이다. 대위 이상의 계급에 오르면, 그들은 카리스마와 권위가 두드러지며 접근하기 어려운 존재로 여겨진다. 미국 사회에서는 장교뿐만 아니라 일반 병사들에 대한 존경도 매우 크다. 그들의 희생 덕분에 미국이 오늘날의 모습을 갖출 수 있었다는 인식이 깊게 뿌리내려져 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은 어떤 모습인가? 사병부터 장교에 이르기까지, 흔히 ‘군발이’라고 일률적으로 묘사되는 경우가 많다. 군대에서 순직하는 사람들이 사회적으로 경시받는 존재로 여겨지는 것은 너무나 흔한 상황이며, 이는 과언이 아니다. 대한민국의 안보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바친 용사들에 대한 무관심이 널리 퍼져 있다. 천안함 전사자들에 대해 무분별한 비방과 명예 훼손이 이루어지는 것은 국가적으로 반성해야 할 문제다.
내 아들이 육군 훈련소에서 조교로 복무하던 때를 예로 들자면, 기간병들의 생활은 기대했던 전형적인 군대 생활과는 약간 달랐다. MT와 같은 행사에 참여하며, 국가 고시 준비를 하는 병사들이 상당히 많았다. 대학 캠퍼스와 비슷한 환경에서 학문적인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연대장이 유럽 유학을 희망하는 병사에게 직접 추천서를 작성하는 등 새로운 접근법을 보여주었다는 사실이다.
과거 나 자신이 군대에서 지냈던 시절을 돌아봤을 때, 과도한 관용이 군대의 단결력을 약화시키고 부주의를 촉진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이 연대장이 이끄는 제28 신병 교육대는 높은 효율성과 성과를 바탕으로 최고의 교육대로 인정받았다. 병사들이 존엄한 인간으로 취급받고, 미래를 대비해 학습과 자기개발에 몰두할 수 있다면, 그들은 국가를 위해 전력을 다해 봉사하는 데 주저하지 않을 것이다.
대한민국의 진정한 미래 군대를 선도하는 이 연대장은 바로 하헌철 제36보병 사단장이다. 그는 해외에서 학문을 연구했으며 문과 무를 겸비한 장군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네덜란드의 현충일(5월 4일)에 횡성군 네덜란드군 참전 기념비에서 추모 행사에 참석하여 헌화를 진행했다. 또한, 지난 21일에는 6.25 전쟁 및 베트남 전쟁 참전용사와 보훈 단체를 대상으로 한 부대 초청 행사에서 참전용사 김익도씨에게 무성화랑 무공훈장을 수여했다.
6.25 전사자들을 국가가 기억하는 이러한 행동은 대한민국의 군대와 그들이 제공하는 희생을 더욱 존경하는 사회를 만들어 갈 것이다. 또한, 국가의 안보와 미래 세대에 대한 더 나은 이해와 존중을 촉진할 것이다.
군대는 단순히 전쟁을 치르는 곳이 아니라, 나라를 지키고 사회를 발전시키는 데 기여하는 중요한 기관이다. 이에 대한 인식이 퍼지면, 군인들에 대한 존경과 지원이 더욱 강화되어, 그들이 나라를 위해 헌신하는데 더 큰 의미를 둘 것이다. 대한민국의 군대와 사회 전반에 긍정적인 변화가 가져올 수 있는 미래를 기대해 볼 만하다. 하헌철 사단장과 같은 지도자들이 이끄는 바람은 대한민국을 더 강하고, 더 존경받는 나라로 만들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