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항공청, 야당 반대에 갈팡질팡…"우주 정책 안정성 위해 꼭 필요"
민주당 "과기정통부 외청 한계…대통령 직속 기구로 둬야" 황호원 교수 "인사·조직·예산상 독립 불가, 정잭 집행 못해" 허희영 총장 "우주청 논쟁 멈추고 거버넌스 재정립 시급"
2024-06-25 박규빈 기자
매일일보 = 박규빈 기자 | 우주 정책 총괄 기관 신설을 두고 정부·여당과 야당이 이견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관련 전문가들은 '우주항공청' 설립이 꼭 필요하다며 지지 의사를 표하고 있다.
25일 항공우주업계에 따르면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는 지난 22일 오전 과학기술원자력법안심사소위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방위원들은 우주항공청 특별법을 비롯, 관련 법안에 대한 전문가 공청회를 열었다. 당일 소위는 간사인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야당 의원들이 대거 불참해 파행이 빚어질 뻔 했으나 무소속 박완주 의원이 참석해 간신히 진행됐다. 우주 정책 주무 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이달 중 우주항공청 특별법이 국회 문턱을 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때를 넘기면 우주 정책 동력 상실을 우려해서다. 글로벌 우주 경쟁 시대가 개막한 현 시점에서 우주 기술을 활용한 경제‧산업 육성과 안보적 중요성 확대되고 있는 만큼 세계 각국은 우주 전담 기관울 설치해 적극 대응하고 있다. 과기정통부는 지난해 5월 우주항공청 설립을 국정 과제로 선정해 같은 해 11월에는 미래 우주 경제 로드맵을 발표하며 '우주항공청 설립 추진단'을 설치했다. 이후 올해 3월에는 '우주항공청 설치 및 운영에 관한 특별법' 입법 예고에 나섰고, 4월 6일에는 국회에 제출했다. 해당 법안에 따르면 청장은 과기정통부 소속 차관급으로 보임하도록 돼있다. 우주항공분야의 정책과 집행 기능을 수행하고, 관련 부처와 유기적인 협업을 위해서는 중앙 행정 기관으로서의 부‧처‧청 형태가 적합하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민주당은 정부안인 과기정통부 외청 신설 수준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별도의 범부처 조직인 대통령 직속 우주전략본부를 설립해 범부처 조정 기능과 권한을 강화하자는 안을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현실적 대안이 될 수 없다고 지적한다. 인사·조직·예산상 독립적 운영을 할 수 없어 중앙 행정 기관 요건을 갖추지 못해 실제 정책 과제 집행 기능을 담당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황호원 한국항공대학교 항공교통물류학부 교수는 "국가우주위원장의 급을 국무총리에서 대통령으로 올리자는 민주당의 제안은 정부 내에서도 이미 고려된 만큼 새로울 게 없다"고 비판했다. 황 교수는 "지금은 우주 산업 미래를 위한 역할이 무엇이며, 어떤 체제로 운영하는 방안이 더 효율적인지를 검토해야 한다"며 "우주 정책 전담 기구의 위상 차원에서 접근하는 민주당의 주장은 주객전도 그 자체"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우주항공청 설립 추진단은 국가우주위원회 총괄‧조정 능력을 강화하기 위해 우주개발진흥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행정 체계상 대통령 직속 기관이 집행 기능까지 총괄하기에는 어려움이 따라서다. 대통령 직속 행정 기관으로는 감사원·국정원·방송통신위원회 등이 있고, 고도의 정치적 중립성이 요구되는 준사법적 규제나 특수 목적을 위한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이의 일환으로 위원장을 국무총리에서 대통령으로 격상해 조정 기능을 강화하고, 우주항공청장이 우주개발진흥실무위원장·위성정보활용실무위원장직을 겸임해 조정 기능을 수행토록 한다는 것이다. 안보우주개발실무위원회는 국방부 차관이나 국정원 차장에게 맡긴다는 계획도 세웠다. 또한 각 부처로 흩어져 있는 우주개발진흥법·항공우주산업촉진법·천문법·우주손해배상법 등 관련 기능과 조직을 이관 받아 우주항공 분야 정책을 총괄하겠다는 복안이다. 과기정통부는 우주 기술, 산업통상자원부는 항공 기술과 우주항공산업 기능을 맡고 있어 비효율이 우려돼서다. 또한 정부 아닌 기업 주도의 뉴 스페이스 시대 흐름에 따라 민간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기관을 운영하겠다는 것이 우주항공청 설립 추진단의 기본 방침이다. 유연한 조직 운영을 기하기 위해 환경 변화에 따라 과 단위 조직 개편을 청장이 자율로 결정하고, 업무의 효율적 수행을 위해 우주항공청 이외 기관에의 파견과 겸직을 허용하며, 근무지도 자율적으로 택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계획도 있다. 아울러 전문가 중심의 조직 구성을 위해 유능한 민간 전문가 임용을 확대하고, 실‧국‧과장 직위 수의 20%를 초과해 임기제 공무원으로 임용토록 한다는 것이다. 국내‧외 최고의 전문가 유치를 위한 인사 특례를 도입하고, △채용 방식 다양화 △보수 상향 △재취업 규제 완화 △주식 백지 신탁 예외 △기술료에 따른 성과급 지급 등을 내걸고 있다. 안정적이고 탄력적인 재정 운영을 위해 자체 예산 전용을 늘려 기술과 환경 변화에 맞게 연구·개발 목표 등 탄력적으로 변경할 수 있도록 하고,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투자 여건 마련을 위해 '우주항공기금' 설치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허희영 한국항공대학교 총장은 "우주 개발 초기의 정책 기조 그대로 연구 개발 중심으로 책임을 적당히 나누는 현재의 우주항공 거버넌스는 태동하는 대한민국의 뉴 스페이스 산업 구조에도 과연 제대로 작동할지 강한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허 총장은 "업무에 익숙해질만 하면 보직을 이동하는 현 공무원 인사 체계로는 전문성과 정책의 일관성 부족을 의심받을 수 밖에 없다"며 "곳곳에 잠재된 역량을 모을 구심점인 우주항공청 설립 논쟁을 멈추고 관련 정책 거버넌스 재정립을 서둘러야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