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고물가엔 가성비가 甲” 유통업계, 짠테크 소비에 ‘PB 키우기’ 본격화
국내 PB 산업 규모 10조원 추산 충성·신규 고객 유치 용이 장점
2023-06-26 민경식 기자
매일일보 = 민경식 기자 | 유통업계가 PB상품(자체 브랜드) 강화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고물가 한파가 쉽사리 사그라들지 않자 ‘짠테크 소비’ 트렌드가 들불처럼 번지기 때문이다. 특히, 일상 속 소소한 성취를 통해 소비 노하우를 체득하는 짠테크는 MZ세대 사이 일종의 새로운 재태크로 각광받는 모습이다.
PB상품은 중간 과정에서 생기는 마진이 없어 비용 절감이 가능해 소비자에게 합리적인 가격에 공개된다. 최근엔 강점인 가성비를 넘어 품질력도 향상되고 있다. 또한, 제조사 고유 브랜드 제품와의 차이점은 제작부터 출시까지 소요 시간이 비교적 짧아 트렌드를 재빠르게 포착, 맞춤형 상품을 내놓을 수 있다. 당장 수익 창출을 못해도 자체 브랜드 차별화로, 충성·신규 고객을 효율적으로 유치할 수 있다. 26일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국내 PB 시장은 지속적인 성장세를 띄고 있다. 관련 시장 규모는 2008년에는 약 3조6000억에 불과했지만, 2013년에 약 9조3000억원까지 대폭 불어났다. 식품, 패션, 뷰티 등 전체 시장을 통틀면 10조원대를 웃돌 것으로 추산된다. 먼저, 마트업계는 짠테크 수요를 효과적으로 선점하기 위해 제품력을 끌어올리는 고급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이마트는 PB 브랜드 ‘노브랜드’와 프리미엄 식품 브랜드 ‘피코크’를 앞세웠다. ‘노브랜드’의 경우 2015년 출시 이후 품목군이 1500여개로 확대됐다. 2013년 론칭한 가정간편식(HMR) 브랜드 ‘피코크’는 냉동냉장 간편가정식 200개로 시작해 현재는 음료, 과자 등까지 영역을 넓혀 800여개 상품군을 보유했다. 이마트는 지난해 노브랜드(1조2700억), 피코크(4200억) 매출을 기록했다. 롯데마트는 PB브랜드 ‘오늘 좋은’과 ‘요리하다’를 비롯해 750여종의 PB 상품을 가지고 있다. 홈플러스도 지난해 기준 바체 브랜드 ‘홈플러스 시그니처’, ‘심플러스’ 등을 내세워 3000여개에 달하는 PB 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이커머스 업체들도 하나둘씩 PB대전에 합류하고 있다. 쿠팡은 중소·중견 업체와의 협업 체계를 구축해 자체브랜드를 제안하고 있다. 쿠팡은 2017년 ‘탐사’를 기점으로 ‘코멧’, ‘비타할로’ 등 다양한 PB 제품을 전면에 내걸고 있다. 쿠팡은 PB 사업은 영업이익이 3배 가까이 오르는 등 튼튼한 성장세를 보인다. 컬리는 자체 브랜드 ‘KF365(컬리프레시)’, ‘KS365(컬리세이프)’ 등을 운영해 제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제공하는 것은 물론 제품력 개선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11번가도 자체 브랜드 ‘올스탠다드’를 통해 냉동 간편식 시장에 본격 투신했다. 올스탠다드는 경쟁력을 갖춘 상품에 자사가 가진 영향력을 더해, 생필품을 마진을 최소화해 좋은 가격에 제안하는 11번가의 단독 브랜드다. 수익성 확보가 중요해진 홈쇼핑 업계에도 PB 열풍이 불고 있다. NS홈쇼핑의 식품PB인 엔쿡(NCOOK)은 속초 현지의 맛을 그대로 살려낸 ‘엔쿡 속초 아바이 순대국’을 이달 선보였다. 이번 식품은 해동 후 조리해서 바로 먹을 수 있고, 라면사리, 수제비 등을 추가해 별미 한끼로도 맛볼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KT알파 쇼핑도 단독 상품 기획, 브랜드 사업 강화 등을 꾀하고 있다. 오아시스마켓과의 공동합작법인으로 탄생한 ‘오아시스알파’는 밀키트 1위 기업 ‘프레시지’와 업무 협약을 맺고, 식품 자체 브랜드를 기획해 브랜드 사업자로서 안정적인 토대를 다진다는 방침이다. 자체 브랜드(PB)뿐만 아니라 라이선스 브랜드(LB)를 오픈해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조성할 예정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고물가 기조가 지속되면서 유통가 전반에서도 기존 판매 중심 사업전략만으로 수익을 확보하는 게 불확실해졌다”며 “기업들이 자체 브랜드와 상품을 늘려 경쟁력을 갖추고 수익 돌파구를 모색하는 복안으로 풀이되며, 앞으로도 이런 흐름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