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젤Ⅲ 시행 앞두고 中企·서민 자금난 우려
은행 자본 규제 대폭 강화...“금융안정 효과 더 클 것”
2014-11-21 배나은 기자
[매일일보 배나은 기자] 보수적인 자금 조달·운용을 강조한 새로운 국제적 규제 ‘바젤Ⅲ’의 시행을 앞두고, 중소기업과 서민층의 대출 문턱이 더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2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바젤Ⅲ 도입과 관련한 은행감독규정 시행세칙을 개정, 조만간 은행들에게 개정안 준수를 권고할 방침이다.바젤Ⅲ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 대한 반성 차원에서 도입된 규제인 만큼 은행의 자본 인정 범위를 확 줄여 자본을 더 쌓도록 하고 자산의 부실 가능성을 세밀하게 계산하는 등 은행의 자본 규제를 대폭 강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이에 최근 현금확보를 위한 은행들의 행보도 덩달아 분주해졌다.국민·우리·신한·하나·농협 등 5개 주요 시중은행은 올해 들어 후순위채 2조5500억원과 신종자본증권 1조1500억원 등으로 3조7000억원의 자금을 조달했다.당장 다음 달부터 조건부 자본증권이 되는 후순위채와 신종자본증권의 발행 금리는 물론 발행 가능성마저 불투명해지기 때문에 미리 자본을 확충한 것이다.그동안 은행의 후순위채와 신종자본증권은 우정사업본부나 보험사가 주로 소화했지만, 앞으로는 지급여력비율(RBC) 때문에 이마저도 여의치 않다.은행들이 이미 발행한 후순위채와 신종자본증권도 다음 달부터 1년에 10%씩 자본에서 깎인다. 깎이는 만큼 다른 방법으로 자금을 끌어와 메워야 한다.결국 자본 조달 비용이 오르거나 조달 자체가 어려워질 경우 은행들은 자산 운용에 보수적일 수밖에 없게 된다.자본을 늘리지 못할 경우 신용위험이 높은 자산을 줄여야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이나 기본자본(Tier1)비율 등 규제 비율을 맞추기 때문이다.이렇게 되면 은행들은 위험자산인 중소기업 대출이나 저신용자 대출을 줄일 여지가 커 가뜩이나 어려운 이들의 자금사정이 한층 더 어려워질 우려가 있다.전문가들은 수익성이 나빠진 은행권이 자본조달 비용이 오르면 중소기업 신용 공급을 줄일 유인이 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그러나 금감원은 바젤Ⅲ는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규제인 만큼, 이를 따르지 않을 경우 신인도 등에서 심각한 불이익을 받게 돼 적용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또 현재 국내 은행들의 영업구조상 바젤Ⅲ 도입이 건전성에 미치는 영향은 상대적으로 작다고 보고 있다.자기자본보다 위험가중자산이 더 줄어 10개 은행지주의 평균 BIS 비율은 지난 6월 말 기준 12.91%에서 13.35%로 0.44%포인트 상승한다는 게 금감원의 추산이다.금융당국 관계자는 “가장 안전한 보통주 중심으로 자본을 재편하는 바젤Ⅲ의 취지는 바람직하다”며 “중소기업·저신용층에 대한 신용 위축 같은 부정적 효과가 있더라도 바젤Ⅲ 도입에 따른 대내외 금융안정 효과가 더 크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