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거의 새것인데 뭐 어때”…리퍼 제품 열풍 이유는

리퍼 제품 새상품 대비 30~40% 저렴 악성 재고에서 ‘효자 상품’으로 부상

2023-06-26     강소슬 기자
유통업계가

매일일보 = 강소슬 기자  |  유통업계가 '리퍼' 전문관을 론칭하고 전문성 강화에 나섰다. 

리퍼는 ‘다시 닦는다’라는 의미를 가진 영어 동사 ‘Refurbish’에서 가져온 말이다. 구매자의 단순 변심으로 반품된 상품, 성능에 큰 문제가 없는 초기 불량품, 전시 제품, 미세한 흠이 있는 제품 등을 정비를 통해 다시 판매하는 상품을 통칭해 가리킨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이어진 고물가 기조에 제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구매하려는 소비자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쿠팡, 11번가, 티몬 등 이커머스 업계는 경쟁력을 내세운 리퍼 전문관을 오픈하는 한편, 전문성을 키우고 있다. 롯데하이마트는 전시 상품 판매를 위해 리퍼 플랫폼을 적극 활용 중이다.과거 리퍼 제품이라고 하면 무조건 상품 가치가 떨어진다고 생각해 구매를 꺼리는 소비자가 많았지만, 고물가 현상이 계속되자 ‘알뜰’ 소비 수단으로 리퍼 상품이 떠올랐다. 리퍼 상품은 사용엔 문제가 없지만, 가격이 공식제품 판매가보다 30~50% 저렴하다.

시장조사전문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에 따르면 실제 국내 소비자 10명 중 8명은 리퍼 제품을 구매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실구매자 가운데 74.8%는 향후에도 리퍼 제품을 구매할 의사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유로는 △정상 제품 대비 가격이 저렴해서 △가성비가 좋아서 △품질에 차이가 없는 것 같아서 등을 꼽았다.

이커머스 업계는 리퍼 상품 판매에 가장 적극적이다. 쿠팡도 미세한 흠집·단순 변심 등으로 반품된 상품을 판매하는 ‘반품마켓’을 운영하고 있다.

쿠팡은 반품마켓 운영을 위해 반품 제품 전문 검수팀을 꾸렸다. 쿠팡 물류 센터에 반품된 상품이 들어오면 검수팀이 포장 상태, 구성품 검수, 외관 상태, 정상 작동 여부 등을 확인한 뒤 네 가지 등급(미개봉‧최상‧상‧중)으로 나누고 있다. 반품마켓의 리퍼 제품은 새 상품과 동일하게 제조사 AS도 제공한다.

티몬은 4월 리퍼·이월상품 등 상품군 강화를 위해 전담 TF를 구성하고, 리퍼 상품과 소비기한 임박 상품을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리퍼임박마켓’을 공개했다.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3월까지 5개월 동안 티몬의 리퍼·기한 임박 상품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18% 올랐다.

11번가도 뉴퍼마켓, 리씽크 등 국내 대형 리퍼 전문몰과 협업해 리퍼 전문관 ‘리퍼블리’를 오픈했다. 롯데하이마트는 2021년 론칭한 리퍼 플랫폼 ‘하트마켓’을 통해 전시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기업 입장에서 리퍼 제품은 처치가 곤란한 악성 재고로 취급됐지만, 소비자를 끌어오는 새로운 효자 상품으로 거듭났다”며 “리퍼 제품 구매시 반품의 이유에 따라 제품 상태가 다르므로 파손이나 불량인 제품은 피하는 것이 좋고, 신제품보다 AS 보증 기간이 짧을 수 있으니 필히 확인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