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혁신위를 혁신해야

2023-06-26     조현정 기자
조현정

'혁신(革新)'의 사전적 의미는 '묵은 풍속, 관습, 조직, 방법 따위를 완전히 바꾸어서 새롭게 함'이다. 간단히 설명하면 오래된 것을 새롭게 바꾼다는 것이다. 하지만 말처럼 쉽지 않다. 오래된 만큼 넓고 깊다. 혁신 과정에 큰 고통이 따를 수 밖에 없다. 이는 혁신이라는 한자가 가진 '가죽(革)을 새롭게(新) 한다'는 의미를 따지면 충분히 이해가 가능하다.

한자의 유래를 설명한 책 <설문해자說文解字>에서 혁(革)은 '짐승의 가죽에서 그 털을 뽑아 다듬은 것을 혁이라 하며 혁은 편한 것이다'고 설명하고 있다. 짐승이 생존하기 위해 필요한 것에서 사람이 생존하기 위한 것으로 만드는 것이다. 두 생존 사이에는 털을 뽑고 가죽을 다듬는 매우 어려운 공정이 필수적이다.

그래야 사람을 보호하고 편안하게 할 수 있는 가죽으로 새롭게 태어날 수 있다. 이후 혁신은 '면모를 일신하다', '고치다'는 의미가 됐고 '묵은 풍속, 관습, 조직, 방법 따위를 완전히 바꾸어서 새롭게 함'이라는 사전적 의미에 이르게 된 것이다. 

이처럼 혁신은 생존과 직결돼 있다. 정치권에서 혁신이 나올 때는 당이 위기이자, 생존이 위협을 받을 때다. 혁신을 위한 혁신위원회는 기존의 가죽을 벗겨내고 새 가죽을 만드는 작업을 하는 위원회다.

김은경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장이 첫 일성으로 "가죽을 벗기고 뼈를 깎는 노력을 통해 윤리 정당으로 거듭나겠다"고 밝힌 것은 지극히 근원적인 의미에 충실한 발언인 셈이다.

정당 혁신은 '가죽을 벗기고 뼈를 깎는 노력'을 혁신의 대상이 살아있는 상태에서 진행되기 때문에 그만큼 반발이 크고 자칫 당 전체가 더 큰 어려움에 빠질 수 있다. 혁신이 시작은 창대하지만 그 끝이 미약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더욱이 외부인으로 꾸려진 혁신위는 당 내부 인사들과 필연적으로 충돌할 수 밖에 없다.

이 때문에 혁신의 기준은 명확하고 정확해야 하며 대의를 가져야 한다. 그 기준은 '국민'이다. 정당의 기초는 국민의 정치적 의사 형성에 참여하기 위한 조직을 점검하고 확보하는 것에 있고, 이 조직은 국민의 정치적 의사를 정당에 전달하는 기능을 해야 한다. 일부 지지층이 아닌 국민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체계를 만들라는 것이다.

혁신위는 정당의 민주적인 조직과 활동이 보장되고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 다수파나 혹은 당권을 잡은 쪽만이 아닌 소수파와 비당권파의 활동을 보장할 수 있어야 한다. 결국 다수파와 당권파가 소수파의 활동을 보장할 수 있는 제도적 방안을 마련해야 하는 것이다.

이는 김 위원장이 "당 내 분열과 혐오를 조장하고 혁신의 동력을 저해하는 모든 시도와 언행에는 일절 관용을 베풀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한 이유로도 보인다.

앞으로 혁신위가 내놓을 방향은 더 당 내 민주주의를 확보하는 데 방점이 찍혀야 한다. 현재 대한민국의 정당은 민주 정치의 건전한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준비가 돼 있지 않다. 혁신위가 로드맵이 없다면 당장 '혁신위의 혁신' 이야기가 나올 것이다. 이를 이뤄내지 못해도 '편한 것'이라는 혁신의 궁극적 목표는 요원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