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적보다는 남이 낫다
2024-06-26 LX한국국토정보공사 손명훈 차장
매일일보 | 수많은 직장인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것이 바로 사내 인간관계다. 직장인뿐 아니라 모든 인간이 갖고 있는 고민거리의 궁극적인 문제는 아마도 사람일 것이다. 인간은 수많은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살아간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어디에서든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이 있기 마련이다. 한때 인터넷에서 유행했던 ‘또라이 질량 보존의 법칙’이라는 말이 있다. 어느 조직이든 일정량의 얌체, 진상, 무능력자, 아첨꾼 등이 있다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우린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까? 가장 안 좋은 선택지 중 하나가 바로 자신과 안 맞는 사람과 등을 돌리고 적을 만드는 것이다.
폴란드의 영화제작자 사뮤엘 골드윈(Samuel Goldwyn)은 “인생의 기술 중 90%는 내가 싫어하는 사람과 잘 지내는 방법에 관한 것이다.”라는 명언을 남겼다. 유대인들의 정신적 지주 역할을 해온 책 ‘탈무드’에서도 ‘조직의 무너지는 것은 3% 반대자 때문이며, 10명의 친구가 한 명의 적을 당하지 못한다’라는 문구가 나온다. 내 인생에서 적을 만드는 일은 아주 어리석은 일이다. 성공은 친구를 통해 이루어지나 적은 애써 얻은 성공을 한순간에 무너뜨린다.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과 지내기 위해서는 적보다는 차라리 적당한 선을 유지하는 남으로 남겨 놓는 게 낫다. 적을 만들지 않는 가장 기본적인 방법은 ‘비난하지 않는 것’이다. 스테디셀러 인간관계론의 저자 데일 카네기(Daie Carnegie)는 ‘비난은 아무런 쓸모가 없다. 사람들을 방어적으로 만들고, 스스로를 정당화하도록 만들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사람들은 아무리 잘못을 저지르더라도 자신을 스스로 비판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비난은 바람직한 결과를 절대 낳을 수 없다. 가장 위대한 대통령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에이브러햄 링컨(Abraham Lincoln)은 젊은 시절 매우 호전적인 사람이었다. 그는 자신에게 반대하는 사람들에게 공개편지를 써서 신문에 내는 방식으로 비난을 퍼부었다. 1842년에는 제임스 쉴스(James Sheilds)라는 정치인 심하게 조롱한 적이 있었는데, 이 일로 인해 그는 쉴스와 진검으로 목숨을 건 결투까지 벌일 뻔했다. 링컨은 그 일로 충격을 받고 다시는 다른 사람을 비난하거나, 적으로 두지 않았다. 그리고 그는 사후에 ‘세상에서 가장 완벽하게 인간을 다스렸던 사람’이라는 평가를 받게 됐다. 미국의 펜 상호생명보험사는 판매원들에게 ‘절대 논쟁하지 말라’라는 지침을 내린 것으로 유명하다. 논쟁은 상대방의 잘못을 따지고 비난하는 것이고, 고객과 논쟁을 해서 이긴다 해도 그것이 판매로 연결되지 않기 때문이다. 논쟁에서 상대방을 이겼다 하더라고 상대방의 호의를 얻지 못했다면, 오히려 고객을 적으로 만드는 공허한 승리일 뿐이다. 자신의 의지에 반해 설득당한 사람은 자신의 생각을 바꾸지 않기 때문이다. 단점만 보면 비판하게 되고, 비판하면 적을 만들기 쉽다. 게다가 비판을 한다고 해서 상대방이 그것을 수긍하고 자신이 잘못된다고 인정하는 경우도 극히 드물다. 비판은 위험한 불꽃을 만든다. 이 불꽃은 자부심이라는 화약을 폭발하게 하고, 그 폭발은 나를 향할 확률이 높다. 적을 만드는 것은 그런 것이다. 나에게 총을 겨눈 사람을 만드는 일이다. 비난하고 비판할 마음이 생긴다면 잠시 자신에게 시간을 주자. 그것이 나의 인간관계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생각을 다시 한 번 떠올리고, 차라리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 것이 나의 인생에 더 풍요롭게 만든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적보다는 남이 낫다. LX한국국토정보공사 손명훈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