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중소기업계 ‘도미노 위기’ 현실화
수출 부진·청년 취업자 감소·기술 유출 등으로 中企 경영 위기 가속 지방소재 기업, 대출액 급증…“9월 상환유예 종료 시 어려움 가중”
2023-06-27 김원빈 기자
매일일보 = 김원빈 기자 | 중소·지방소재 기업이 직면한 경영난이 급속도로 가중되고 있다. 수출 부진·청년 취업자수 감소·기술 유출 등의 문제가 이들 기업의 어려움을 더하는 가운데, 사회적으로는 출산율 감소로 직결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2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국의 수출 성적에는 일찌감치 적신호가 켜졌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미·중 갈등, 주요국의 자국우선주의 정책 등의 국제적 변수로 수출 무역적자는 급격히 누적되고 있다. 지난달 산업연구원이 발표한 ‘2023년 하반기 경제·산업 전망’에 따르면, 올해 한국 연간 수출은 9% 이상 감소하며 무역적자는 350억달러를 넘길 전망이다. 구체적으로 산업연구원은 올해 수출과 수입이 각각 6216억달러, 6569억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전년 대비 각각 9.1%, 10.2% 감소한 수준이다. 산업연구원이 전망한 무역적자 규모는 작년(478억달러)보다는 적지만, 한국 수출이 여전히 회복세에는 접어들지 못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취업 상황도 녹록치 않다. 통계청이 지난 14일 발표한 ‘2023년 5월 고용동향’을 보면, 지난달 취업자수는 2883만5000명으로 전년 대비 35만1000명 증가했다. 고용률은 63.5%로 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했고, 실업률도 가장 낮았다. 다만, 20대 취업자수는 7개월 연속 하락세를 보여 산업계의 걱정이 늘고 있다. 15~29세 청년층 취업자는 전년 대비 9만9000명 감소해 7개월 연속 하락세를 보였다. 해당 연령대의 고용률은 47.6%로 0.2%p 같은 시기 대비 오히려 줄었다. 이에 중소기업계에서는 ‘일할 사람이 없는’ 상황이 일상적으로 연출되고 있다. 특히, 지방에 위치하고 있는 중소기업의 어려움이 더 커지는 모양새다. 부산 소재 중소기업 재직자 A씨는 “더 일할 사람을 채용하는 상황은 고사하고, 현재 회사에서 일하고 있는 직원과 과중한 업무를 분담해 수행하고 있는 버거운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기술 유출 등 요인도 중소기업계의 어려움을 가중하고 있다. 작년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산업기술 유출 사범 특별단속 기간(2~10월) 중 경찰은 101건의 관련 혐의를 적발했다. 특히, 전체 사건 중 중소기업의 피해가 85건(84%)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주무부처인 중소벤처기업부도 중소기업의 기술유출방지시스템 구축을 위한 다양한 노력을 전개하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기술유출을 차단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토로가 나온다. 전자제품을 제조하는 한 중소기업 관계자는 “기술유출은 회사의 규모가 작을수록 치명적인 타격을 입을 수 있다”라면서 “자체 기술 1~2개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은 중소기업의 경우 관련 기술이 유출될 경우 수입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기 때문에 경영 상황이 급격히 악화될 수밖에 없다”라고 설명했다. 복합적 요인으로 중소기업의 경영난이 심화하고 있는 가운데, 지방소재 중소기업의 재정 상황도 악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5일 한국은행 대전세종충남지역본부의 ‘4월 지역 금융기관 여수신 동향’에 따르면, 대전·세종·충남 중소기업 대출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대전의 중소기업 대출 잔액이 20조7622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세종(3조7594억원), 충남(24조6501억원) 등의 순이다. 지방 소재 중소기업의 건전하지 못한 재정 상황이 방증된 셈이다. 중기부 관계자는 “9월 대출 상환유예조치가 종료되면 중소기업 경영난이 가중될 것으로 예상돼 매우 우려하고 있다”라고 언급했다. 일각에서는 전체 기업의 99.9%를 차지하고 전체 근로자의 81.3%를 고용하고 있는 중소기업계의 사정이 더욱 악화하며 사회적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저출산 문제도 심화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중소기업 전반이 글로벌 경제위기 속 휘청거리고 있다는 지표가 곳곳에서 목격되고 있다”라면서 “중장기적으로 중소기업이 무유형의 자체 상품 역량을 확보하고 보호할 수 있도록 정부가 적극 나서야할 시점”이라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