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 ‘新관치’에 수익성 악화일로… 9월 금융지원 종료 최대 고비

상반기 호실적 불구 하반기 먹구름...NIM 하락·대출 둔화 연체율 상승·충당금 적립 부담...상생 압박에 수익성 발목

2024-06-27     이광표 기자
국내


매일일보 = 이광표 기자  |  금융당국의 ‘상생금융’ 압박에 상반기 호실적을 기록한 금융지주의 하반기 전망이 어두워지고 있다. 올해부터 본격화된 연체율 상승과 요구불예금 감소로 영업 환경에 경고등이 켜졌기 때문이다.

1분기까지 금리 인상 호재로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둔 은행권의 하반기 실적도 장담할 수 없게 됐다. 기준금리가 동결된 상태를 유지하면서 순이자마진(NIM)의 하락마저도 예상되고 있다. 2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국내은행의 당기순이익은 7조원, 이자이익은 총 14조7000억원으로 집계됐다. 당기순이익은 전분기 대비 2조5000억원 증가했으나 이자이익은 시장금리 하락과 NIM 축소로 7000억원이 감소했다. 증권가는 올해 연말까지 은행의 수익성 둔화를 전망했다. 시장금리가 전반적으로 반등 추세를 보이고 있지만, 핵심예금 이탈 등 조달 비용이 증가하면서다.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셜(PF) 부실 우려 등으로 대손충당금 적립 부담도 커졌다. 설용진 SK증권 연구원은 “은행채 금리, COFIX 등 은행 여신금리 산정에 기준이 되는 주요 금리가 상승한 반면 조달 측면의 하락 압력이 계속되고 있다”며 “경기 하학 리스크 등 영향으로 충당금 적립에 대한 부담도 가중됐다”고 설명했다. 정태준 유안타 증권 연구원은 “NIM은 지난해 4분기를 고점으로 급락했고 대출성장률도 가계를 중심으로 부진한 모습이 이어지고 있다”며 “NIM은 기준금리 인하가 종료되는 시점까지 지속적으로 하락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분석했다. 은행 실적 개선을 위해서는 NIM을 끌어올려야 하지만, 금융당국의 상생금융 주문에 쉽지 않은 상황이다. 가산금리를 낮추는 방식으로 대출금리 인하에 나선 가운데 최근 출시한 청년도약계좌의 흥행도 부담이다. 6월 가입이 종료된 청년 도약계좌 신청자는 70만명을 넘어섰다. 금융당국에서는 최대 300만명을 대상으로 추산하고 있지만 각 은행에 몇 명이 몰릴지는 예상하기 어렵다. 7월 3일부터 신청이 재개되지만, 은행별로 가입 인원이나 금액을 제한하지 않으면서다. 현재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연 4%, 정기예금금리는 연 3%대다. 청년도약계좌는 최대 6% 금리를 5년간 보장해야 하면서 금리가 떨어지면 은행의 역마진 부담은 커진다. 실적 악화를 우려한 은행의 대출금리 인상 지적도 나온다. 다만 금융당국이 예대금리차 축소를 요구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출금리를 높이기는 쉽지 않다. 올해 초 윤석열 대통령은 은행의 공공재 성격과 사회적 역할 수행 책임을 언급하며, 금융당국에 대책마련을 지시하기도 했다. 구체적인 방법으로 국민, 자영업자, 소상공인 등의 금리 부담을 덜어주고 대손충담금 적립을 주문했다. 금융지주 관계자는 “올해 초부터 금융당국에서 상생금융을 강조하면서 은행권에서는 대출금리 인하, 중소기업‧소상공인에 대한 금융프로그램, 청년도약계좌를 한 상황”이라며 “특히 대출보다 높은 금리를 지원하는 청년도약계좌가 인기를 끌수록 은행의 실적은 악화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 이어 올해 상반기 고금리 기조에서 역대급 실적을 올렸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데 대출금리를 올리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청년도약계좌 이자는 오롯이 은행에서 떠안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9월 금융지원 종료를 앞두고 은행 연체율이 상승하고 있다는 점은 금융지주들에겐 가장 큰 부담이다. 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NH농협 등 5대 은행의 5월 가계 신규연체율은 평균 0.08%로 전년 대비 두 배 뛰었다. 기업의 신규 연체율도 0.5%에서 0.11%로 상승했다. 신규연체율 상승에 전체 연체율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 5대 은행의 전체 연체율은 5월 0.33%로 전년 대미 0.13%포인트 올랐다. 연체율 증가를 우려한 시중은행은 지난해에만 3조2342억원의 대손충담금을 적립했다. 5대 금융지주와 은행이 적립한 대손충당금 잔액은 22조4632억원이다. 1분기 5대 금융지주와 은행의 대손충당금은 총 2조106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152% 늘었다. 설 연구원은 “1분기 대규모 선제적 충당금 적립에도 불구하고 은행의 보수적인 충당금 적립 추세가 이어질 전망”이라며 “하반기부터 가파르게 상승한 순이자마진의 기저효과 영향이 예상된는 만큼, 상반기 수준의 대규모 충담금 적립이 이어지거나 유의미한 대출 성장 회복이 나타나지 않으면 실적에 부담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