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여성 리더 초대석④] 임수민 다인정공 대표 “모든 회사는 사람이 만든다”
시차‧거점 오피스 등 직원 편의 최우선…인재 확보가 곧 경쟁력 불황은 전화위복, 미래먹거리 발굴 적극…로봇부터 컨설팅까지
2024-06-28 김민주 기자
<편집자 주> 부품·소재 제조 전문 중소기업의 거점 안산 시화공업단지. 거대한 기계와 휘몰아치는 바람, 장비 마찰의 교향곡으로 가득 찬 분주한 환경 속에서 여성 CEO들이 둥지를 트고 있다. 그들의 여성성과 냉혹한 환경 사이의 극명한 대조를 넘어서면 부끄러움에 얼굴을 붉히게 될 것이다. 숱한 차별과 역경을 이겨내고 대한민국 제조업의 리더로 부상한 여성 기업인들의 감동적인 이야기를 들어봤다.
매일일보 = 김민주 기자 | “젊은 인재가 곧 회사의 경쟁력입니다.”
임수민 다인정공 대표이사는 직원들을 각 사업 분야의 최적화 인재로 육성해, 가까운 미래에 회사가 성공할 수 있도록 자리매김하는 모습을 상상한다. 다인정공은 금속가공 절삭공구 제조 및 판매 전문기업이다. 시화공업단지 안팎에선 “다인 출신이면 보장된 인재”란 말을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다. ‘제조분야 사관학교’란 별칭은 하루아침에 생긴 게 아니다. 인터뷰를 통해 다인정공의 R&D 역량과 인재 육성에 대한 선진 마인드가 이들의 비전을 멀지 않은 미래에 현실화 시킬 양분임을 직감할 수 있었다.⃟ 중소 산단의 고질병 ‘인력난’, 다인정공의 해법은
다인정공도 중소기업과 산업단지의 최대 고민 ‘인력난’에서 자유롭지 않다. 수시채용을 상시 진행 중이지만, 20~30명 모집 단위에서 대게 10명이 뽑힌다. 이마저도 최종 합격 후 입사를 포기하거나, 중도 퇴사‧이직하는 사람들이 많다. 근본적 원인에 대해 고찰한 임 대표가 꼽은 최대 문제점은 ‘지역’과 ‘소통’이다. 생활권으로부터 폐쇄된 지역의 특수성은 대게의 산업단지가 공통으로 겪는 문제이기도 하다. 젊은층은 제조업 등 2차산업을 기피한다. 이들을 출퇴근이 불편하고 문화‧상업시설이 미비하기까지 한 산업단지에 유입시키는 것은 매우 어렵단 진단이다. 다인정공은 출퇴근 차량을 제공하고, 교통체증이 심화되는 시간대를 피하기 위한 반차, 반반차 제도를 도입했다. 광명 거주지 근처에 거점 오피스도 운영 중이다. 마케팅과 국내외 영업팀을 광명에 배치시키자, 근로 환경 만족도와 업무 집중도가 큰 폭으로 올랐다. 스피디한 커뮤니케이션 시스템 구축, 인사기획팀 신설, 조직문화 및 HR 개선 등 소통에 대한 투자도 아끼지 않고 있다. 임 대표는 “첫 술에 배부를 순 없기에 직원들이 필요로 하는 부분을 계속 들으려고 한다”며 “생산지역, 연구, 영업, 현장 서포트 등 분야를 막론하고 다인정공이 키운 인재는 남들보다 탁월하다란 소리를 듣는 게 지향점”이라고 말했다.⃟ “불황일수록 더 과감하게”…미래먹거리 적극 발굴
“우린 면도기를 만드는 회사라고 비유를 하곤 한다. 경기가 어려워지면 사람들은 면도날을 바꾸지 면도기를 바꾸지 않는다. 이럴 때일수록 더욱 괜찮은 기능을 갖춰, 어떻게든 갖고 싶은 면도기가 돼야한다.” 다인정공의 최대 거래처는 현대자동차‧기아자동차 등 자동차 제조‧판매업체다. 최근 전기차 대전환이 이뤄지며, 가공이 줄어들다보니 기존 엔진차 대비 N차 제조업들의 역할이 줄어들고 있다. 그간 다인정공의 매출 70~80%는 자동차에서 발생했다. 임 대표는 불황에 굴하지 않고 포트폴리오를 적극 늘리는 계기로 삼았다. 최근 항공, 반도체 등 신산업 군으로 사업을 확장한 데 이어, 2018년부터 협동로봇 사업을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삼고 진출했다. 35년에 달하는 업력을 쌓으며 축적해온 기술력을 기반으로 ‘컨설팅’ 사업도 구상 중이다. 가공 시 조건에 따라 생산성을 끌어올리는 방법과 가공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법 등 솔루션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글로벌 사업 거점 확대도 꾀하고 있다. 현재 중국에 제조 및 판매법인을 비롯해, 베트남, 태국, 스페인에 판매법인을 두고 있다. 아프리카, 동유럽, 서유럽 진출 및 해외 ODM 사업도 계획 중이다. 임 대표의 최근 가장 큰 고민거리는 ‘ESG경영 강화’다. 향후 유럽 등 선진국 진출 시 ESG 지표 충족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ESG 실천을 통해 초기 장벽을 극복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의 벽은 아직 높다. 제조 설비 및 패키지를 ESG 기조에 맞추는 비용이 중소‧중견기업 입장에선 만만치 않다. 임 대표는 정부 지원을 받기 위한 조건과 규제가 완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소중견기업은 ESG 전문 인력을 따로 운용하기 현실적으로 어렵다. 그렇다고 기존 임원에게 까다로운 ESG 관리까지 중복으로 맡기기엔 전문성을 기대하기 어려울 뿐더러, 해당 직원의 과부하를 야기한다. 임 대표는 “다인정공은 기술력을 베이스로 한 ‘영업력’도 제품 못지않게 탁월하다고 자부할 수 있는데, 이러한 자신감은 모두 우리 직원들의 역량에서 비롯됐다”며 “다인의 인재들에 포커싱된 대대적인 체질 개선을 이뤄, 2024년 또 다시 1000억원대 매출을 달성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