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부진·인플레 완화 기대…한은 7월 금리인상론 힘 받는다

"다음달 美 금리인상" 과반…한미 2%p 역전 초읽기 환율 이미 '꿈틀'...역대최대폭 금리차에 한은도 고심

2024-06-28     이광표 기자
이창용


매일일보 = 이광표 기자  |  한국은행이 오는 7월13일 하반기 첫 기준금리 결정을 3주 남짓 앞두고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6월 기준금리 동결 이후 연준의 연내 2회 금리 인상 가능성이 고개를 들어서다. 특히 7월 말 미국이 금리를 다시 올릴 경우 한미 금리 격차는 현 1.75%포인트(p)에서 2%p로 벌어져 역대 최대 금리차를 기로하게 된다.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을 예단할 수 없지만 한은에겐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일각에서 경기부진 완화 기대감과 함께 물가상승 둔화 흐름도 감지되며 기준금리를 결정할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가 7월에 재인상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28일 시카고상업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 금리 선물시장은 오는 7월 26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연준이 금리를 연 5.25~5.50%로 인상할 확률을 70% 이상 반영했다. 이 경우 한미 기준금리 역전 폭은 2%p에 이른다. 오는 9월 미국 기준금리가 현 5.00~5.25%에서 5.50~5.75%로 0.50%p(빅 스텝) 오를 확률도 약 10% 반영됐다. 해당 시나리오가 현실화하면 한미 금리 차는 2.25%p로 확대된다. 한 달 전만 해도 시장에서는 연준이 7월 FOMC에서도 금리를 동결할 것이라는 예측이 절반을 넘겼다. 하지만 연준은 6월 FOMC에서 내놓은 점도표를 통해 연내 금리를 2회 올릴 수 있음을 시사했다. 이에 시장 기대는 빠르게 변했다. 여기에 제롬 파월 의장 등 주요 연준 인사들의 발언은 시장 기대 변화에 기름을 부었다. 파월 의장은 지난 21일 미 하원 청문회에 참석해 '추가 2회 인상 여부'에 대한 질문을 받고 "경제가 예상대로 흘러간다면 꽤 정확한 예측이 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여기에 미국만 아니라 다른 주요국 중앙은행도 통화 긴축 기조를 강화하고 있다. 그동안 전문가들은 한은이 물가나 경기 둔화 등 국내 요인 때문에라도 금리를 다시 올리기 힘들다고 입을 모아 왔다. 연준의 2회 인상 예상이 짙어진 뒤에도 대다수는 이 같은 분석을 유지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한은의 추가 인상론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 한미 금리 차가 2%p에 달하면서 투자 자금이 유출되고 외환시장이 불안해지면 금통위는 7~8월 고심에 휩싸일 수도 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원·달러 환율은 지난 23일 연준의 긴축 우려에 따라 다시 1300원대로 진입한 상황이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대 초반까지 둔화했지만 4~5월에 나타난 가계대출 증가 흐름은 금리 인상에 명분을 줄 수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19일 물가 설명회에서 최근 가계대출 증가세에 대해 "굉장히 유의하고 있다"면서 "증가세가 만에 하나 추세적으로 자리잡을 위험이 있다면 한은뿐 아니라 당국 모두 가계부채가 올라가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공감대가 있다"고 밝혔다. 다만 연준이 추가 2회 인상을 시사한 반면 정작 시장에서는 인상이 다음달 한 번에 그칠 것이라고 보는 시각이 있다. 아울러 하반기 수출 개선 시 환율 안정 가능성도 존재하는 점 등이 한은의 금리인상 강행을 가로막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에 전문가들은 금통위가 7월 실제 금리를 올릴 가능성은 낮으며 만일 동결한다면 인상 소수의견 정도는 제시할 수 있다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일시적으로 주춤할 수는 있지만 원화는 지금보다 한 단계 추가 절상 가능성이 여전히 높다"면서 "7월 금리 인상이 단행되고 나면 그 이후 연준 통화정책에 대한 우려는 빠르게 완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예측했다.

정 연구원은 "수출·무역수지 개선 기대도 추가 원화 절상을 기대하게 하는 또 다른 요인"이라면서 "지금 흐름을 감안하면 빠르면 6월 말, 늦어도 3분기 중에는 수출과 무역수지 모두 마이너스와 적자를 벗어난 지표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