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글로벌 격랑 지속… 경제위기 극복 ‘먼산’
대한상의, 3분기 기업경기전망지수 2분기 대비 하락… 내수·수출 모두 부정적 전망 원화 약세에도 제조업 부진 지속… 반도체 등 주력 품목의 글로벌 수요 감소가 원인 기업 부담 가중하는 최저임금·금리·물가 관련 모니터링 선행돼야
2024-06-28 이용 기자
매일일보 = 이용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이어 글로벌 경제위기가 지속되는 가운데, 국내 기업들이 힘겨운 하반기를 준비하고 있다.
28일 전국경제인연합회는 매출액 기준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기업경기실사지수(BSI)를 조사한 결과, 7월 BSI 전망치는 95.5포인트를 기록했다. BSI가 100포인트보다 낮으면 전월 대비 경기 전망을 부정적으로 본다는 의미다. BSI 전망치는 지난해 4월 99.1을 기록한 뒤 16개월 연속 기준선 100포인트 미만에 머물고 있다. 16개월 연속 부진은 2021년 2월 이후 최장기다. 특히 2023년 2분기(4∼6월) BSI 전망치는 92.6포인트로 나타났다. 이는 코로나 초기였던 2020년 2분기(63.3포인트)를 제외할 경우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2분기(64.3포인트)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특히 국내 산업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제조업계는 올 하반기 전망까지 부정적으로 보고 있는 상태다. 대한상공회의소는 2307개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진행한 BSI 조사 결과, 기업들의 3분기 전망치는 91포인트로 집계돼 전분기(94포인트)보다 3포인트 하락했다고 발표했다. 국내 제조사에겐 유리한 ‘원화 약세’ 환경에도 부정적인 결과가 나왔다는 점이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 최근 두 달 동안 원-달러 환율은 1300원대를 형성하고 있다. 통상적으로 원화 약세는 수출 경쟁력을 높이는 효과가 있어 수출 위주인 국내 중소·제조기업에게 유리해진다. 실제로 한국은행이 327개 업체를 대상으로 환율 상승이 기업의 영업이익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조사했는데, 수출업체의 64.4%와 제조업체의 48.5%는 환율 상승으로 매출 증대 효과가 더 크다고 답했다. 제조업은 기계·장비(66.7%) 운송장비(58.7%) 전기·전자(58.1%) 정유·화학(50%) 등을 중심으로 매출 증대 효과가 크다고 했다. 그러나 정작 국산 제품의 글로벌 수요가 급감해 물건이 팔리지 않는 것이 문제다. 우선 미국과 중국의 기술패권 경쟁으로 국내 주력 수출품인 반도체와 전자통신 장비, 배터리가 부진에 빠진 상태다. 관세청에 따르면 이달 반도체 수출은 1년 전보다 31.1% 줄었으며 석유제품은 35.8%, 컴퓨터 주변기기는 22.3% 각각 감소했다. 의약품 등 경공업 분야도 저렴한 인건비와 원자재가를 앞세운 중국과 인도 기업이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중이다. 더욱이 엔화는 유례없는 수준으로 절하돼 국내 산업에 또 다른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한국과 일본 기업은 석유화학·전자·자동차 분야에서 수출 경쟁관계에 있는데, 일본의 경쟁력은 엔화 약세로 크게 강화됐다. 하반기에 본격적인 경기회복을 예고하는 정부 및 주요 기관의 전망과는 다른 모양새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6월에는 균형에 가까운 무역수지 개선과 수출 감소세 둔화가 기대되는 등 수출회복의 긍정적 흐름이 나타날 것”이라고 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 11일 '6월 경제 동향'을 통해 “올해 상반기에 제조업을 중심으로 경기가 크게 둔화됐던 국내 경제는 하반기 이후 부진이 다소 완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리고 “최근 경기 부진이 우리가 통제하기 어려운 대외여건의 악화에 따른 상품수출 위축에 기인한 반면, 소비를 중심으로 내수 부진은 완화되고 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나 대한상의의 부문별 BSI를 살펴보면 내수는 전분기 대비 4포인트 감소한 90포인트, 수출은 3포인트 감소한 94포인트로 나타났다. 기업들은 하반기 리스크로 △고물가·원자재가 지속(60.4%), △내수소비 둔화(44.3%), △수출부진 지속(23.2%) 꼽았다. 일선 현장의 기업들은 오히려 내수 침체를 더 부정적으로 전망하는 상황이다. 글로벌 원자재가 상승과 금리 변동 등은 기업 차원에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인 만큼, 전문가들은 기업의 경영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는 정책이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경련 관계자는 “기업활력 제고를 위한 세제개선과 노동시장 개혁, 규제 개선을 속도감 있게 추진해야 한다”며 “생산비용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주요 가격변수, 즉 최저임금·금리·물가 등을 면밀하게 관찰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