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최저임금 논란 격화…‘악순환 딜레마’ 확산

29일 법정기한 앞두고도 신경전 ‘팽팽’ 좁혀지지 않는 경영계-노동계 입장 차

2024-06-28     김혜나 기자
(왼쪽부터)류기정

매일일보 = 김혜나 기자  |  최저임금 인상을 둘러싼 경영계와 노동계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2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안을 놓고 노동계는 26.9% 상승한 1만2210원을, 경영계는 동결을 주장하고 있다. 최근 경제위기로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경기 안정기에 물가상승 우려가 커지고 있다. 게다가 최저임금을 인하한 사례가 없다는 점은 의사결정 과정에서 딜레마를 낳는다. 최저임금위원회 사용자위원들은 전날(2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제8차 전원회의에서 내년도 최저임금을 올해와 같은 시급 9620원으로 결정할 것을 요구했다. 이들은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임금 지급 능력이 이미 한계 상황에 도달했다고 주장했다. 류기정 경총 전무는 이날 모두발언에서 “숙박음식업의 경우 작년 경제활동인구 부가조사에서 최저임금 수준이 중위 임금의 90.4%였다”며 “이는 숙박음식업의(임금) 지급 능력에 대한 고려 없이 동일한 최저임금을 적용한 결과”라고 지적했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지난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최저임금 동결 촉구 결의대회’를 열고 최저임금 동결을 주장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이은 삼중고와 복합위기로 가까스로 버티고 있다는 입장이다. 다수의 소상공인들은 현재 경영난으로 인해 직원을 줄이고, 빚을 내서 월급을 지급하는 등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고 전했다. 또 이런 맥락에서 과도한 최저임금 인상은 소상공인을 적자의 수렁에 빠뜨리고, 근로자는 일자리를 잃게 되는 악순환을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당초 목표로 삼았던 최저임금의 업종별 차등 적용이 무산된 만큼, 최저임금은 동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서울 모처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A씨는 “아르바이트생 3명과 함께 일했는데, 최근 원재료값과 에너지비용 상승 등으로 불가피하게 저녁 피크 시간대에만 일해주기로 합의했다”며 “상황이 이렇다 보니, 가끔 예상치 못한 시간에 손님이 몰릴 경우에는 주방 직원과 둘이 일하는 데 한계를 느끼고 있지만 월급을 제하면 남는 게 없어 어쩔 수 없다”고 토로했다. 노동계의 입장도 강경하다. 근로자위원들은 △내수 소비 활성화 △임금 불평등 해소 △노동자 실질임금 감소 등을 이유로 올해보다 26.9% 인상한 시급 1만2210원(월급 환산 시 255만1890원)을 내년도 최저임금으로 요구했다. 내수 소비 둔화는 경제 침체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정부는 지난 3월 29일 내수 활성화 대책을 발표하고 국내 소비 살리기와 외국인 관광객 유치에 나선 바 있다. 그러나 고물가로 인한 실질소득 감소와 고금리로 인한 이자 부담 증가로 향후 소비는 오히려 둔화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이처럼 실질소득 감소로 내수 활성화가 더욱 어려울 전망인 만큼 최저임금을 인상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노동계는 또 “최저임금위원회 심의 기초자료는 비혼 단신 근로자의 실태 생계비를 기준으로 하고 있지만, 노동자와 그 가족의 가구 생계비가 기준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최저임금 결정 법정 시한이 임박했음에도 불구하고 올해 심의 과정은 또다시 시한을 넘길 것으로 보인다. 노사 간 첨예한 대립과 최임위원 재선임 문제까지 겹치면서 난항이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