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보다 잘 빌려줘” 보험사 주담대 ‘불티’

주담대 잔액 95조80억 원…전년 말比 21.1%↑ DSR 50% 적용 한도 ‘넉넉’…금리 동결에 이자 부담↓

2024-06-28     홍석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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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 홍석경 기자  |  보험사들로부터 ‘부동산담보대출’(주택담보대출) 받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보험사의 주담대 잔액은 올해 들어 16조 원 이상 늘었다. 시중은행 대비 한도가 더 넉넉해 대출 수요가 몰린 것으로 해석된다.

28일 생명·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기준 생·손해보험사들의 부동산담보대출채권 규모는 95조80억 원으로, 작년 말(78조4380억 원) 대비 21.1%(16조5700억 원)이 급증했다. 업권별로는 전체 생보사가 62조5369억 원을 보유해 절반 이상을 보유한 반면, 손보사의 경우 32조4720억 원 수준이다. 보험사에서 대출을 받는 소비자가 늘어난 배경은 시중은행 대비 낮은 규제 수준 영향이다. 은행의 경우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을 40% 적용받지만, 보험사들은 50%를 적용한다. 이에 따라 은행에서 대출을 받으면 매년 갚는 원금과 이자가 연간 소득의 40%를 넘지 못하지만, 보험업 등 제2 금융권은 50%로 더 넉넉하다. 이자부담도 낮아지고 있다. 최근 보험사의 주택담보대출 금리 동향을 보면 하향 추세가 뚜렷하다. 생보사의 5월 주담대 취급금리는 평균 5.34%, 손해보험사는 5.12%다. 4월은 각각 평균 5.58%, 5.14%였던 것에 비해 0.25%p, 0.02%p 인하했다. 주담대(변동금리 기준)를 취급하는 10개 보험사 중 8개 보험사가 금리를 낮췄다. 보험사별로 보면 신한라이프는 4월 5.57%였던 대출금리가 5월 5.44%로 인하했고, 삼성화재는 5.37%에서 5.21%, 현대해상 5.88%에서 5.63%로 내려갔다. 푸본현대생명·농협생명·ABL생명·KB손보·농협손보 등도 모두 금리가 하락했다.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기본적으로 자금조달비용지수(코픽스)에 따라 산정한다. 여기에 보험사들이 매달 조정하는 가산금리를 붙여 실제 적용되는 금리 수준이 결정된다. 아울러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2월·4월·5월 기준금리를 3.5%로 동결하면서 시장금리가 안정된 점도 주담대 금리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 다만 대출 규모가 급격하게 커지면서 보험사의 연체율을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지난해 기준 보험사의 주택담보대출 연체 규모는 1291억 원으로 전년 대비 67.9% 급증했는데, 이는 저축은행을 제외한 금융권에서 가장 크게 증가한 수준이다.  지난 3월 말 기준 금융권 연체율은 은행 0.33%, 저축은행 5.07%, 캐피털 1.79%, 카드 1.53%, 상호금융 2.42%, 보험 0.30% 등이다. 상대적으로 보험사의 연체율이 높은 수준은 아니지만, 비은행권 중심으로 여신 건전성이 악화하는 추세라 경계의 목소리가 높다. 보험사도 건전성 악화에 대응해 대출 심사를 강화하고 있다. 한국은행의 ‘금융기관 대출행태 서베이’ 결과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생명보험사 대출행태지수는 –20으로 직전분기(-12)보다 문턱이 높아졌다. 한은 역시 ‘2022년 하반기 금융안정 보고서’를 통해 내집 마련을 위한 가계대출이 늘어나고 있다면서 ‘주담대 증가’를 금융 취약 리스크(위험)로 지목한 상황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금융취약성지수는 48.1로 잠정 집계돼 지난해 말(46.1)보다 소폭 상승했다. 올해 들어 긴축 기조(금리 상승) 완화 기대감이 커지고, 부동산 하락폭이 축소되면서 주담대을 중심으로 가계대출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인구 한은 금융안정국장은 “4월에 가계대출이 늘어난 것 등을 반영하면 2분기에는 (금융취약성지수가) 더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