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한강의 기적'…첫 쇳물 50년, 100년 기업 향한 포스코

조국 현대화 선봉장 역할서 지속 가능한 기업으로 탈 철강 친환경 사업 확대…지주회사 체제로 전환

2024-07-02     박규빈 기자
포항종합제철주식회사

매일일보 = 박규빈 기자  |  포항제철소 첫 쇳물 생산 50주년을 맞는 포스코가 아시아 철강 회사 최초로 '2050 탄소 중립' 선언 아래 100년 철강사로 나아가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따르면 지난해 실적은 매출 35조1523억원, 당기순이익 5030억원으로 명실상부한 글로벌 철강업계 리더로 발돋움했다.

포스코는 1968년 3월 1일 공기업인 '포항종합제철주식회사'로 시작한 국내 최대 규모의 철강 회사다. 포항제철소는 빈곤 타파를 지상 과제로 내걸었던 박정희 당시 대통령이 제2차 경제 개발 5개년 계획을 세우던 중 철강 산업의 필요성을 느낌에 따라 태동했다.  앞서 1967년 6월 30일 정부는 포항을 종합제철 입지로, 9월 11일 실수요자를 대한중석으로 확정해 10월 3일 기공식을 거행했다. 제철소 건설 차원에서 정부는 주식을 공모했으나 국가 경제 사정상 목표액이었던 33억원 중 0.4%인 1320만원 밖에 모금하지 못했다. 그러나 박정희 대통령은 제철소에 대한 열망을 놓지 않았고, 박태준 초대 포항제철 대표이사(사장)는 대일 청구권 자금을 전용하면 된다고 군불을 지폈다. 아이디어에 감탄한 박 대통령은 박 사장으로 하여금 일본 정부를 설득하도록 했고, 제3차 한일 각료 회담 이후 야와타제철·후지제철·니혼강관(현 JFE홀딩스) 등 3개 회사의 기술 지원을 받아 1970년 4월 1일부터 제철소 건립에 착수했다. 비용은 경부고속도로 건설에 투입된 자금보다 약 3배나 많은 1205억원이 들었다.
1973년
이후 약 3년 뒤인 1973년 6월 9일, 예정보다 1개월 일찍 제1고로(용광로)에서 비로소 첫 쇳물이 출선됐고, 이곳은 중화학 공업 발전 핵심 시설로 활약했다. 고로를 성공적으로 준공한 우리나라는 이때부터 '산업의 쌀'이라고 불리는 철을 자력 생산할 수 있게 됐다. 이날을 기념해 한국철강협회는 6월 9일을 '철의 날'로 제정했다. 그해 포항제철은 매출 1억달러, 순이익 1200만달러를 기록해 세계 철강 역사상 유일무이하게 가동 원년부터 이익을 거둔 기업으로 남아있다. 하지만 해외 유수의 철강 기업들과 비교하면 초라한 수준이었기 때문에 성장이 요원했다.
광양제철소
포항제철은 인천제철(현 현대제철)과의 치열한 경합을 벌여 제2제철소 사업권을 따냈고, 부지 조성 작업을 거쳐 1987년부터 1992년까지 광양제철소 1~4기를 준공했다. 이로써 포스코는 연간 조강 생산 능력이 2080만톤에 이르게 됐다. 이후 포항제철은 1994년 뉴욕 증권 거래소(NYSE), 1995년에는 런던 증권 거래소(LSE)에 상장되는 등 기업 가치를 제고했고, 정부는 2000년에 보유 지분 전량을 민간에 매각했다. 이로써 완전 민영화 된 포항제철은 2002년 사명을 '포스코'로 바꿨다. 회사가 갖고 있던 경쟁력 중 하나는 100%를 넘는 가동률이었다. 그러나 1997년 전국을 강타한 외환 위기(IMF 사태) 이후 수요가 감소하면서 일부 설비가 저수익 또는 무수익 자산으로 변했다. 광양 5고로와 관련 설비, 광양 1·2미니밀, 광양 4냉연 등으로 인해 전체 자산 18조원 중 25%에 달하는 4조5000억원 상당의 자산이 묶여 버렸다. 과잉 자산은 그 자체로도 손실이었지만 연간 수천억원의 기회 손실까지 추가로 발생시킨다는 점에서 문제가 심각했다. 2000년대로 접어들면서 세계 철강 시황은 산업 구조 고도화에 따른 수요 산업 성장과 강재 소비 추세를 감안할 때 고부가가치강 수요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포스코는 이미 2001년 3월 글로벌 기술 리더십을 확보하기 위해 △전사 경영 전략과의 연계성 강화 △연구자원의 효율적 배분 △연구·개발(R&D) 글로벌 네트워크 구축 등 3대 R&D 전략을 수립했다. 고부가 가치화 전략은 기술력이 보편화되고 있는 열연·냉연 제품 등 일반강 부문에서 중국의 후발사들이나 미니밀 업체의 추격에 대응해 경쟁력 우위를 유지하기 위한 필연적 선택이었다. 이는 보통강으로 수익을 내는 시대는 이미 지났고, 기술력을 바탕으로 고급강에서 승부를 걸 수밖에 없다는 엄중한 현실을 반영한 것이었다. 포스코는 이에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 설비 증설을 결정하고, 표면 처리 제품을 비롯해 공급 부족이 예상되는 제품에 초점을 맞췄다. 이에 기반해 자동차용 강재·석유 수송관용(API) 강재·페라이트(Ferrite)계 스테인리스 강재·고급 전기 강판 등 4개 제품 제조기술에 파이넥스와 스트립캐스팅 기술 상용화를 포함한 6대 전략 과제를 선정하고, 이를 집중 육성했다 또 2001년 1월에는 포항에 연산 60만톤 규모의 차세대 혁신 제철 공정인 파이넥스 데모 플랜트 착공, 2003년 5월 준공했다. 2004년 8월에는 연산 150만톤 규모의 상용화 설비를 착공해 2007년 5월 준공하고 본격 가동에 들어갔다. 이로써 포스코는 세계 최초로 파이넥스 상용화 설비를 성공적으로 가동하며 세계 철강 기술사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 이후 포스코는 국내 조강 4000만톤 생산 체제 구축을 목표로 광양 후판 공장·포항 신 제강 공장 등의 설비 확충과 광양 4고로 개수 등 기존 설비의 능력 증강을 추진했다. 또 고급 전기 강판 능력 증강·하이밀 전기로 합리화·CEM 프로세스 개발 등을 통해 제품 고부가가치화를 이뤄냈다. 2011년 6월에는 세계 최초로 연산 200만 톤 규모의 파이넥스3공장을 착공해 미래 성장 기반을 공고히 했다.
포스코는
이처럼 조국 현대화의 선봉장 역할을 수행해낸 포스코는 2009년부터 저탄소 녹색 산업과 해양 산업에서 신 성장 동력을 발굴하고, 지속 가능한 기업으로의 도약을 천명하며 지속적인 노력을 해오고 있다. 2012년 4월 '꿈과 희망, 소재와 에너지로 더 나은 세상을'이라는 비전 2020 슬로건을 선포하고, 좋은 제품과 서비스·기업 시민 의식·이해 관계자와의 소통을 바탕으로 이윤 이상의 가치를 창출해 인류 사회의 공존과 번영에 기여하는 기업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을 설정했다. 비전 2020의 '글로벌 100대 기업, 매출 200조 원'이라는 정량적 목표에 정성적 목표를 추가한 것이다. 전 세계 모든 산업군은 탄소 중립을 요구받고 있다. 2018년 7월 27일 취임한 최정우 현임 제9대 회장은 "창립 이후 '제철보국'의 신념으로 철강에서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보유한 국민 기업으로 성장해 왔다면 이제는 포스코그룹 스스로가 사회의 일원이 돼 경제적 수익뿐만 아니라 공존·공생의 가치를 추구하는 '기업 시민'으로 발전해 나아가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는 철강 그 자체인 기업의 '탈(脫) 철강 중심' 행보로, 친환경 사업을 구체화 하겠다는 의지의 발로였다.  포스코그룹은 초 불확실성 시대에 100년 기업으로 도약하고자 2022년 3월에는 지주회사 체제로의 전환을 결의했다. 지주회사 '포스코홀딩스'를 출범시키고, 기존 철강 사업회사 포스코는 비상장 자회사로 편입시켰다. 지주사를 중심으로 각 사업들의 경쟁력을 제고하고, 시너지 창출·미래 신사업 발굴 및 육성을 한층 강화해 그룹의 균형 잡힌 성장 체제를 구축해 나가기 위해서다. 포스코그룹은 포스코홀딩스를 중심으로 미래 신사업 투자를 확대하고, 그룹 차원의 시너지 기회를 적극 발굴하고 기술 혁신에 박차를 가함과 동시에 환경·사회·지배 구조(ESG) 중심의 경영을 통해 2030년 기업 가치를 현재의 3배 이상 늘린다는 방침이다. 이와 관련, 미래 사회의 지속 가능성에 기여할 수 있는 철강·2차 전지 소재·리튬 및 니켈·수소·에너지·건축 및 인프라·식량 등 7대 핵심 사업을 기반으로 성장을 추진한다. 특히 그룹의 모체가 된 철강 사업의 경우 석탄 사용 저감 기술과 신규 전기로 도입으로 저탄소 제품 요구에 대응하고, 친환경 브랜드 포트폴리오를 확대해 수익성 개선에 주력한다. 이로써 2030년까지 영업이익률 13% 달성을 목표로 사업을 전개한다는 목표다. 같은 기간 해외에서는 12조원을 투자해 현재 510만톤인 조강 능력을 2310만톤으로 키우고 영업이익률은 7% 수준으로 상향한다. 이를 위해 '그린 스틸' 생산 등 친환경 경쟁력을 보유한 지역을 중심으로 원료와 에너지 파트너사와의 협력 체제를 구축함으로써 글로벌 생산 능력을 확보할 계획이다. 포스코는 인도에서의 그린 수소 생산 경쟁력이 높을 것이라는 판단에 따라 수소 활용까지 고려한 진출 전략을 수립했다. 철강 산업 성장 잠재력을 보유한 동남아 시장의 수요에 대비해 인도네시아에선 일관 제철소 확장을 계획 중이다. 풍부한 철 스크랩 등 친환경 철원류를 보유하고 있는 미국도 그린 스틸을 주도하는 신 성장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어 향후 미국에서의 전기로 일관 제철소 합작도 고려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