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영 칼럼] 자치분권 시대 주역은 지방의회가 돼야

2024-06-30     매일일보
김대영
지방의회가 출범한지 30년이 지났다. 그 과정에서 수많은 변화가 있었고 아주 조금이나마 자치분권의 한 축으로서 발전해나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지방의회가 주도자가 아닌 보조자로서 굳혀질지도 모른다는 우려도 든다. 비록 본인이 이제 1년 차가 되는 새내기 지방의원이지만, 그 짧은 시간 동안 봐왔던 지방의회는 법적·행정적 제약에 가로막혀 마치 집행부의 하부기관과 다름없다는 인상을 강하게 받았다.  지방의회가 집행부로부터 인사권이 독립되었지만, 그마저도 조직편성권이 아직 집행부에 있다. 때문에 집행부보다 상대적으로 조직 규모가 작은 의회에서는 실무진들의 승진은 둘째치고 적체 현상이 불 보듯 뻔하다. 그렇기에 조직편성 권한이 의회로 넘어오지 않는다면 지방의회는 공무원들이 가고 싶지 않은 부서가 될 것이고, 일부 조정자들에 의해 속된 말로 유배지가 될 수도 있다. 게다가 현재 지방의원의 의정 활동을 보조해 주는 정책지원관은 1명당 2인의 의원을 담당한다. 매우 비효율적인 처사다. 만약 소속 정당이 다른 의원을 각각 맡는다면 과연 정책지원관은 제대로 된 정책지원이 가능할까? 반드시 의원 1인당 1명의 정책지원관이어야 한다. 또한 예산총액에 대한 한도가 설정되어 있어, 의회가 시민에게 다가갈 수 있는 사업을 진행하기가 매우 어려운 구조다. 무언갈 추진하기 위해 기존에 있는 예산을 가져다 쓰는 수밖에 없다. 물론 서민들의 살림살이와 불안한 경제 속에서 의회가 예산을 아껴 써야 한다고 말할 수 있지만, 아껴 쓰는 것과 돈이 없는 것은 다른 의미라고 생각한다. 반드시 조직편성권 독립과 예산총액 한도 폐지는 이뤄져야만 한다. 아울러 지방의원 지원도 지금의 현실에 맞게 조정돼야 한다. 현재 지방의원은 국회의원과 같은 방법으로 그리고 같은 업무를 하는 선출직 공직자이지만, 활동을 보조함에 있어서 그에 훨씬 못 미치는 상태다. 월정수당과 의정 활동비와 같은 세비 문제는 차치하더라도 상설후원금 제도가 마련돼 있지 않다. 현재 적용받을 수 있는 후원제도라고 해 봤자 선거기간 내 선거비용 절반에 해당하는 금액만 후원받을 수 있는 반의 반쪽짜리 후원만 있을 뿐이다. 이는 반드시 개선돼야 한다. 그리고 빠른 시일 내 해야 한다. 이미 헌법재판소에서는 지방의원의 상설후원제도를 금지하는 것은 헌법 불합치라고 결정했다. 이 위헌 소지를 반드시 개선해서 지방의원의 의정 활동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게끔 해야 한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영리활동과 겸해 후원금까지 받을 수 있게 하는 것은 과한 처사라고 생각한다. 후원금이 정착된다면 지방의원도 국회의원과 동일한 내용의 겸직금지 조항을 만들어야 한다. 그렇게 해야만 지방의원들도 오롯이 의정에만 집중할 수 있고 그래야 의정 활동의 수준도, 지방의회의 수준도 올라갈 수 있다고 본다. 여기에 하나만 더해본다면 상설후원금을 관리하는 인력도 필요하다. 현재 정책지원관이 의원의 의정 활동을 보조해 주고 있지만, 지원관 1인당 2인의 의원을 서포트하고 있기 때문에 행여 후원금 관리까지 맡는다면 업무 과중이 일어난다. 그래서 반드시 후원금을 관리하는 별도의 전문 인력을 확보해야 한다. 조직편성권이 이래서 의회에 있어야 하는 것이다.    이것 말고도 여러 가지 개선점이 있을 것이다. 이를 한 번에 해결하기 위해서는 ‘지방의회법’ 제정이 절실하다. 그동안 우리 지방의회는 지역 문제를 해결하고 발전 방향을 모색하는 독립적인 입법기관임에도 불구하고, 지방자치법에 수록돼 있는 몇 개의 조항과 행정부 시행령에 예속돼 있는 신세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지방의회법은 이번에 제정이 돼야 한다. 게다가 여기에 더하여 본 법률의 개정 권한은 우리 지방의회에게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개정이 필요할 때마다 수개월에서 수년을 국회의원들만 바라보고 있어야 할지도 모른다. 이번 법률안을 추진함에 있어서 내용에 본 법률을 모법으로 하며, 상세한 내용은 지방의회의 조례로 규정할 수 있도록 하는 위임조항을 반드시 수록해야 한다.  앞서 열거한 내용들보다 살펴보면 더 많은 개선점이 있을 것이다. 이처럼 지방의회는 30년 전 출범 당시의 권한에서 한 발자국도 나가지 못하고 있으며 무늬만 자치분권을 외치고 있는 것이다. 이제는 우리 스스로 지방의회의 위상을 세워야 한다. 지역에서 돈 있는 유지들이나 하는 것이 지방의원이라는 조롱은 그만 듣고, 배지로 권위나 내세우는 그런 골칫덩어리 이미지에서 벗어나야 한다. 시민의 안녕과 복지를 위해 책임이 함께 부여되는 권한 있는 지방의원으로 변모해 행복한 내일을 시민과 함께 만들어갈 수 있는 책임 의정의 자치분권시대를 우리 3860명의 지방의원이 열어나갔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