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멘트업계가 불러온 폐기물 시장 ‘위기’…환경부, 해결 나선다
자원순환업생대위와 간담회 열고 현안 청취 품질 무시한 무작위 반입 차단 필요성 확대
2024-06-29 신승엽 기자
매일일보 = 신승엽 기자 | 환경기초시설업계의 지속적인 호소에 환경부가 시멘트사의 ‘폐기물 싹쓸이’ 대책 마련에 나섰다.
29일 환경자원순환업생존대책위원회(생대위)에 따르면 김승희 환경부 자원순환국장과 관련 3개 과장이 원료 부족난에 허덕이는 환경자원순환업계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간담회를 마련했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시멘트업계의 전방위적인 폐기물 업역 진출에 따른 환경자원순환업계의 물량난과 가동률 저하 등이 주요 과제로 논의됐다. 폐기물의 성상과 종류, 열량 등을 가리지 않고 무작위로 쓸어가는 시멘트업계의 가연성폐기물 처리행태가 도마 위에 올랐다. 생대위원장을 맡고 있는 장준영 한국자원순환연합회장은 “가장 두려운 것은 시멘트업계가 자체의 이익 증대를 위해 그간 주연료로 사용한 유연탄을 7년 이내 전량 폐기물로 대체하겠다는 목표를 설정했다”며 “폐기물의 재활용 가능 여부와 관계없이 생활폐기물까지 처리를 확대해가고 있는 현실이 환경기초시설업계의 불안을 더욱 가중 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시멘트업계는 폐기물 처리 규제 기준에서 소각업계보다 완화된 혜택을 누리고 있다. 사실상 불공정한 경쟁을 하는 기존 물질재활용, 고형연료, 소각, 열분해업계는 시멘트사 행보에 피해를 입고 있다. 장 위원장은 “환경부 주도 아래 폐기물 자원을 합리적으로 분배할 수 있도록 우선순위를 두어 단계별로 올바르게 폐기물을 활용해야 한다”며 “시멘트업계가 양질의 폐기물을 사용하는 것을 근본적으로 차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민석 한국자원순환에너지공제조합 이사장은 “폐기물 자원의 선순환 체계는 지난 수십년간 정부가 공을 들여 만들어온 정책이며 이 정책을 믿고 따라온 기존 환경기초시설업계의 체계가 유지 될 수 있도록 대책을 만들어야 한다”면서 “시멘트 공장으로의 폐기물처리가 자원순환의 최선인가를 면밀히 재검토해 줄 것을 요구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 이사장은 “시멘트 공장의 폐기물 반입 단가 결정 수단으로 전락한 열량 기준(4500Kcal)을 비롯해 폐기물 반입‧관리 체계가 준수될 수 있도록 현행 자율기준이 아닌 법적기준과 실시간 현장 점검 제도가 즉시 도입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서재식 한국환경기술사회 대기분과 회장은 “시멘트 제조 시설의 폐기물 사용이 친환경적인 것 인양 언론에 잘못 보도되고 있으며 실제 대기방지 시설이 극히 미흡하다”면서 “폐기물처리 시설로 전환했으면 타 업종과 동일한 수준의 환경관리 기준을 적용하고 공정한 시장 경쟁이 될 수 있는 분위기를 정부에서 조성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의 공약을 이행하라는 목소리도 나왔다. 박죽랑 한국폐기물에너지산업협회장은 “환경부 보도자료 및 정부 정책을 믿고 사업을 추진했는데, 폐기물 원료가 너무 없다”며 “윤석열 대통령의 공약이 부끄러울 정도로 열분해업계가 많이 힘들다”고 토로했다. 장 위원장은 환경부 주관으로 생대위와 시멘트업계가 협의할 수 있는 창구를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3자가 해결점을 논의할 수 있도록 협의체를 구성해야 한다는 뜻이다. 생대위의 요청 사항으로는 △사용처를 구분하는 시멘트 제품 등급제 도입 △폐기물 사용량을 제한하는 쿼터제 관리 △폐기물 종류 제한 제도 등이 제기됐다. 김승희 환경부 자원순환국 국장은 “시멘트공장으로 폐기물 품질에 관계없이 무작위로 반입되는 문제에 대해 알고 있으며 이를 해결하는 첩경은 선별 체계가 제대로 작동 되는게 중요하다”며 “그간 폐기물처리 시설이 부족해서 폐기물 무단 방치‧불법 매립 행위 예방을 위해 노력해왔으나, 이제는 탄소중립 시대에 맞춰 폐기물의 자원순환을 고민해야만 하는 상황”이라고 답했다. 김 국장은 “환경부도 폐기물의 선순환 체계인 재이용 → 물질재활용 → 열분해‧고형연료 → 소각 → 매립으로 이어지는 흐름의 중요성도 인식하고 있으며 현행 폐기물 선별 제도와 체계적인 관리 방안을 면밀히 검토하겠다”며 “업계 간 이해관계가 얽혀 있으니 양 업계 의견을 충분히 들어보고 협의체 구성 건의를 포함한 간담회 내용을 종합해 앞으로 해결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