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노동시장 양극화에 최저임금 인상까지…中企 기피 현상 가속
대·중소기업, 정규직·비정규직 간 임금 격차 확대…“5년전보다 심화” 노·사, 최저임금 등 각종 현안서 충돌…중소기업계, 연이은 악재에 ‘한숨’
2023-07-02 김원빈 기자
매일일보 = 김원빈 기자 | 노동시장 양극화 속 중소기업 기피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2일 업계에 따르면, 대·중소기업, 정규직·비정규직 등의 구분에 따른 임금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 노·사는 각종 현안에서 갈등하며 사태 완화를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그 사이 청년층의 중소기업 기피가 심화하는 등 중소기업계의 고통은 더욱 가중되고 있다. 국가통계포털(KOSIS)의 ‘일자리 행정통계’에서는 대·중소기업 등 기업규모에 따른 임금 격차가 확연하게 드러난다. 지난 2017년 기준 대기업의 월 평균 소득(세전)은 488만원으로 중소기업(223만원)보다 2배 이상 많았다. 가장 최근 통계인 2021년을 기준으로 대기업의 월 평균 소득은 563만원으로 2017년보다 75만원 상승한 반면, 중소기업은 같은 시기 223만원에서 266만원으로 43만원 증가하는데 그쳤다. 절대적인 금액도 큰 격차가 있는 상황에서 임금 증가폭에서도 양극화가 발생하는 형국이다. 정규직·비정규직 사이의 임금 격차도 확대하고 있다. 정규직·비정규직의 임금 격차는 그간 줄고 있었지만, 최근 그 간극이 다시 벌어지고 있다. 고용노동부가 5월 발표한 ‘2022년 6월 기준 고용형태별 근로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작년 정규직 대비 비정규직의 시간당 임금 수준은 70.6%로 나타났다. 이는 2020년(72.9%)보다 2.3%포인트 감소한 수준이다. 300인 이상 사업장 정규직의 시간당 임금을 100으로 설정했을 때 300인 이상 비정규직의 임금은 1년 만에 69.1%에서 65.3%로 감소했다. 같은 시기 300인 미만 사업장 정규직 임금은 58.6%에서 57.6%로, 300인 미만 비정규직의 임금은 45.6%에서 43.7%로 줄었다. 기업 규모와 고용형태에 따라 임금 양극화가 심화되는 현상이 다양한 지표에서 증명되고 있는 셈이다. 이에 청년 구직자의 중소기업 기피 현상도 심화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사태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할 수 있는 노·사의 갈등은 더욱 격화하고 있다. 양측은 내년도 최저임금·중대재해처벌법·근로시간 등의 현안에서 큰 이견을 보이고 있다. 내년도 최저임금을 결정해야 하는 최저임금위원회는 법정 기한을 넘기며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최근 최저임금위 노동자위원은 정부가 위원회의 독립성을 침해하고 있다며 회의에서 이탈한 바 있다. 노동부와 한국노총은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어 갈등은 더욱 심화할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이다. 중대재해처벌법도 노·사가 큰 이견을 보이고 있는 현안 중 하나다. 중대재해처벌법은 내년 1월 5인 이상 50인 미만 사업장에도 전면 적용될 예정이다. 사측은 중대재해처벌법으로 인해 경영자의 경영 환경이 위축되고, 대표 경영자에 대한 과도한 처벌을 우려하고 있다. 반면, 노동계는 중대재해처벌법 도입으로 노동자의 안전한 근로 환경이 보장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오는 9월 예고된 근로시간제 개편안도 양측의 갈등을 재점화할 수 있는 요인 중 하나다. 정치권은 노·사 사이의 갈등을 중재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여·야 모두 사회 양극화·노동 등 현안에 대한 이념과 접근법이 상이한 만큼 소모적 논쟁이 지속되고 있다.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글로벌 경제위기 등을 고려했을 때, 노동계의 대승적 결단이 필요한 경우도 있다”라면서 “특히, 최저임금의 경우 최근 급격한 상승을 고려했을 때 속도조절은 필연적”이라고 말했다. 노동계 관계자는 “정부가 사측의 입장에서 일방적이고 조직적으로 노동계를 탄압하고 있고, 더욱 거세지는 상황”이라며 “양대 노조 모두 강경한 입장을 취하고 있는 만큼, 정부가 먼저 대화의 손길을 내밀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 소재 중소기업 대표 A씨는 “청년층의 중소기업 기피 현상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이를 완화할 수 있는 노·사·정과 정치권 모두 답답한 모습을 보여 실망스럽다”라면서 “중소기업계는 그야말로 ‘양쪽에 끼인’ 상황에서 사태를 지켜볼 수밖에 없어 답답하다”라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