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포스코 탄소 중립 핵심 '수소환원제철'의 모든 것
이산화탄소 대신 수소 통해 철광석-산소 분리 2017년부터 정부 프로젝트 참여, R&D 진행
2023-07-02 박규빈 기자
매일일보 = 박규빈 기자 | 2050 탄소 중립 정책에 따라 포스코가 각종 친환경 사업을 전개하고 있는 가운데 수소를 통한 철강재 생산 기술 확보에 노력을 기하고 있다.
2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포스코는 수소환원제철(HyREX, Hydrogen Reduction) 기술을 통해 철강재를 생산한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앞서 포스코는 '2050 탄소 중립'을 선언한 바 있다. 제철 과정에서 생겨나는 탄소 배출량을 0으로 맞추기 위해서다. 철광석에는 산소가 들어있다. 산소를 떼어내야 철을 생산해낼 수 있는데, 현재는 석탄에서 발생하는 일산화탄소를 분리 역할인 환원제로 쓰고 있다. '고로'라고 칭하는 대형 용광로에 철광석과 석탄을 넣고 섭씨 1500도 이상의 고온에서 녹일 경우 일산화탄소가 발생해 탄소 중립에 어긋난다. 그러나 포스코가 상용화 하고자 하는 수소환원제철은 수소가 둘 사이를 떼어내는 환원제 역할을 한다. 이 과정에서 물과 철이 생성되는데, 이를 환원철(DRI, Direct Reduced Iron)이라고 부른다. 환원제로 석탄 대신 수소를 쓰면 철강 생산 공정상 많은 부분에 큰 변화가 일어난다. 우선 제철소에서 고로가 사라지고, 수소와 철광석의 환원 반응은 '유동 환원로'라는 설비에서 일어난다. 환원철(DRI)을 제조하는 설비인 유동 환원로는 포스코의 고유 기술인 파이넥스(FINEX, Fine Iron ore Reduction) 공정에서 찾을 수 있다. 그러나 파이넥스 공법은 공정 중 생겨나는 수소 25%와 일산화탄소 75%를 환원제로 사용하나 수소환원제철은 수소를 100%를 사용한다. 수소환원제철의 핵심이 환원로인 이유는 아직 전 세계적으로 100% 수소만을 사용해 환원철을 생산하는 환원로가 상용화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기존 고로에서 생산된 쇳물(용선)은 '전로'라는 설비를 통해 정제된 쇳물(용강)로 변환된다. 그러나 수소환원제철은 유동 환원로에서 생산된 환원철을 '전기로'에 넣어 용해하고 불순물을 정제해 전로도 사라진다. 유동 환원로는 고온의 환원 가스가 환원로 하부의 분산판을 통해 고루 분사돼 가루 상태의 철광석을 공중으로 띄워 액체를 혼합하듯이 서로 뒤섞어 환원 반응을 일으킨다. 이 같은 방식으로 환원된 철광석 분광은 4단계로 된 계단 형태의 다단 환원로를 거쳐 환원철이 돼 밖으로 나간다. 이런 접촉 방식의 차이로 유동 환원로는 철광석을 펠렛으로 사전 처리하지 않고 분광 그대로 사용할 수 있다. 수소환원제철 공정은 외부로부터 대규모 전력을 끌어오는 작업을 필요로 한다. 고로 조업시 부생 가스가 발생하는데, 탄소가 100% 환원에 이용되지 않아서다. 한편 수소환원제철은 수소가 100% 환원에 쓰여 부생 가스가 없고, 이는 곧 제철소의 모든 전력을 외부에서 공급받아야 한다는 의미이다. 수소환원제철의 기본 개념은 '그린 수소'를 전제한다. 이는 유동 환원로에 투입되는 수소도, 설비를 구동하는 전기의 생산도 탄소 배출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과 궤를 같이 한다. 태양광·풍력은 일조량, 풍속 등의 이유로 지정학적 영향을 많이 받는다. 2019년 기준 한국의 태양광 발전 단가는 kWh당 163원으로, 이는 중동보다 10배 비싼 수준이다. 한국 등 아시아 지역은 지리적으로 가까운 호주와 중동 지역에의 의존도가 커질 것으로 분석되고 있어, 향후 이들 지역과의 그린 수소 생산 프로젝트 참여나 파트너사 발굴의 중요성도 점차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내용적이 5500㎥ 이상인 초대형 고로는 현재 전세계에 총 15기가 있다. 이 중 포스코는 6000㎥로 세계 최대 규모인 광양 1고로를 포함해 총 6기를 보유하고 있다. 고로는 특성상 한번 화입(火入)을 시작하면 불이 꺼질 때까지 쇳물을 생산하게 된다. 1973년 첫 쇳물을 생산하기 시작한 포스코 포항제철소 1고로는 현재까지도 가동중이다. 이를 감안하면 수소환원제철로의 전환은 한날 한시에 진행하는 것보다 국가·제철소별 상황에 맞춰 단계적으로 추진해 동시에 기존 고로에 대한 이산화탄소 저감 활동도 병행하는 것이 현실적인 방안이라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현재 포스코는 2017년 12월부터 정부 주도로 진행 중인 '고로 기반 이산화탄소 저감형 하이브리드 제철 기술' 개발에 참여하고 있다. 석탄을 수소 함유 자원이나 바이오매스와 같은 탄소 중립적 환원제로 일부 대체하는 방안과 철광석을 고로에 투입 전 일부 환원하여 사용하는 방안 등 다양한 방식의 이산화탄소 저감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이 기술이 고로에 적용되면 이산화탄소 배출을 기존 고로 대비 약 10% 가량 줄일 수 있다. 포스코는 2028년까지 포항제철소에 연산 100만 톤 규모의 시험설비를 건설하는 등 수소환원제철 기술의 상업화 가능성을 확인하고자 한다. 이로써 탄소 중립으로 전환되는 미래 글로벌 철강 기술 리더십을 강화하고, 그린 철강 시대를 주도해나갈 계획이다. 한편 포스코는 단순 탄소 중립 차원에서 수소환원제철 기술을 개발하지는 않는다. 철광석 분광을 그대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원료 확보가 용이하고 생산 원가가 경제적이다. 설비 기술 측면에서 유동 환원로는 온도 제어에 유리하다. 수소는 철광석과 접촉 시 주변의 열을 흡수하는 흡열 반응이 일어나 환원로 내부의 열은 쉽게 부족해진다. 온도 저하로 환원 불량이 발생하지 않도록 외부에서 환원로에 열을 지속적으로 공급하고 제어해줘야 한다는 이야기다. 유동 환원로는 여러 개의 반응기가 계단 형태로 구성된 다단 형태로 이뤄져 각각의 반응기 별로 산소 추가 투입을 통한 온도 제어가 가능하다. 반응기 하부 외에도 벽부에서도 가열이 가능해 900도 이하의 환원 가스 주입 만으로도 충분한 환원 반응을 이뤄낼 수 있다. 하지만 수소환원제철 기술에는 오랜 시간과 막대한 비용이 소요되기 때문에 포스코는 국내외 철강사들과 함께 공동 기술 연구·개발을 추진하고, 2030년까지 해당 기술을 검증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