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 수위 높이는 이낙연…"민주당 국민 눈높이 맞는 혁신 필요"
2일 광주 5·18민주묘지 참배…당 지도부 겨냥 비판 "혁신 핵심, 도덕성 회복·당내 민주주의 활성화" "호남 지역민들, 민주당에 많이 실망"
2023-07-02 문장원 기자
매일일보 = 문장원 기자 | 귀국 직후 호남 방문으로 본격적인 정치 행보 재개한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민주당이 국민 눈높이에 맞는 혁신을 이뤄 국민의 신뢰를 얻고 필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이른바 '이낙연 역할론'을 두고 당 안팎에서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해당 발언이 이재명 대표를 비롯한 현 지도부를 겨냥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이 전 대표는 2일 광주 국립5·18민주묘지를 참배한 뒤 기자들과 많나 "민주당이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하는 데 아주 미흡하다"며 이같이 지적했다. 이어 "민주당이 혁신을 통해 국민에게 신뢰를 되찾고, 희망을 줄 수 있는 그런 정당이 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날 이 전 대표의 발언은 귀국 후 당내 상황을 겨냥한 첫 메시지로 계파 간 갈등을 증폭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향후 파장이 예상된다. 특히 이 전 대표는 당 혁신 작업에 대해서 "혁신의 핵심은 도덕성 회복과 당내 민주주의 활성화"라고 강조했다. '도덕성 회복' 발언은 사실상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과 김남국 의원의 코인 논란 등을, '당내 민주주의 활성화' 발언은 당이 강성 친명계 주도로 당이 일방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으로도 해석될 수 있는 부분이다. 더욱이 이 전 대표는 당내 자신의 역할에 관한 질문에 "이런 말을 하는 것이 역할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해 향후 당내 상황에 대한 쓴소리 수위가 더 높일 것으로 보인다. 이 전 대표는 "대한민국이 안팎으로 위기에 처해있다. 이로 인해 국민들이 고통을 겪고 있다"며 "대한민국이 위기를 극복하고 국민들이 희망을 가져야 하는데 정부는 무능한 데다가 독주하고 있고, 국회는 국민들의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하루라도 빨리 체제를 재정비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2박3일 일정으로 살펴본 호남 민심에 대해서는 "지역민들이 몹시 절망하고 화가 나 있는 것을 느낀다"며 "정부에 대해서는 말할 것도 없고 기대했던 민주당에 대해서도 많이 실망하고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귀국 후 정부와 당에 관해서 이야기한 것과 같이 지역민 이야기 전달한 것이 저의 임무인 것 같다"고 했다. 한편 이 전 대표가 지난달 24일 귀국 후 현충원 고 김대중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고 호남을 방문 잇따라 방문한 것을 놓고 정치권에서는 호남을 중심으로 한 이낙연계 세 결집을 꾀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이날 참배에도 이개호 의원을 비롯한 박시종 전 청와대 선임 행정관 등 100명 이상의 친이낙연계가 함께 했다. 다만 당내 일각에서는 '의례적인 행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 전 대표의 행보에 대한 과한 정치적 해석이 자칫 당 분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깔린 것이다. 우상호 의원은 지난달 29일 라디오에서 "의례적인 행보라고 보인다"며 "크게 의미를 부여할 것은 없다. 이 전 대표를 김대중 전 대통령이 영입했으니 자기를 영입해 준 선생님을 먼저 방문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강조했다. 우 의원은 '이 전 대표가 호남을 기반으로 정치적인 목소리를 내겠다는 것 아닌가'라는 질문에는 "의례적인 행보조차 정치적으로 해석하는 것은 너무 과도하다"며 "원래 호남 출신 정치인이니까 본인을 영입한 선생님 묘소부터 가는 게 자연스러운 것 아닌가"라고 일축했다. 이 전 대표는 이번 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예방하고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할 예정이다. 가장 관심을 끌고 있는 이재명 대표와의 회동 일정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