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新냉전 시대…‘수출 플러스’ 전망에도 전략 마련 고심

미·중간 경제·산업분야 냉전 체제 지속…2018년 미국의 대중국 제재 이후 심화 하반기 한국 수출 ‘플러스 전환’ 기대감…대외 변수 우려에 ‘제3지대’ 개척 활발

2024-07-03     김원빈 기자
미·중간

매일일보 = 김원빈 기자  |  하반기 수출 실적 반등에 대한 전망에도 산업계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신(新)냉전’ 구도를 방불케 하는 미·중간 긴장 모드는 산업계의 수출 전략 수립에 불확실성을 가중시키고 있다. 중국이 지난 수년간 급격한 경제 성장을 이룩해오며 미국은 중국에 대한 견제를 본격화하기 시작했다. 특히 미국은 반도체 등 첨단분야에 대한 중국의 추격을 따돌리기 위해 중국 기업에 대한 제재를 강화해왔다. 미·중간 경제 및 산업분야의 신냉전을 본격화한 사건으로는 2018년 미국의 미국 법무부의 푸젠진화반도체(JHICC) 기소와 수출 금지 조치가 꼽힌다. 미국의 대표적인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의 기술을 탈취했다는 혐의다. 당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를 대중국 외교에서 주된 현안으로 언급하며 양국의 무역 분쟁이 점화되기 시작했다. 미국은 중국의 반도체 기업이 서방국을 중심으로 보급되는 현상을 막기 위해 타국의 한국·네덜란드 등의 5G 네트워크망 보급 등 대규모 반도체 도입 사업에도 직·간접적으로  제동을 걸기도 했다. 경제 및 산업분야에서 미·중 사이의 신냉전 구도가 최고조로 이뤘던 사건은 미국의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에 대한 제재조치가 꼽힌다. 2020년 트럼프 행정부는 화웨이에 대한 반도체 공급을 차단했고, 이로 인해 화웨이 산하 하이실리콘과 스마트폰 사업부가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미국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중신궈지(SMIC) 등 중국 기업 10여곳을 ‘무역 블랙리스트’에 추가하기도 했다. SMIC는 중국 최대 반도체 위탁생산 업체다. 바이든 대통령이 선출된 이후로도 중국에 대한 미국의 ‘강경 모드’는 변화하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오히려 더 강경한 자세로 돌아섰다는 평도 나온다. 일례로 작년 10월 바이든 행정부는 첨단 반도체나 관련 제조장비를 중국에 수출하는 기업들에 라이선스 취득을 요구했다. 여기에 중국에 판매할 특정 반도체를 미국산 장비로 제조하기 전에 미국 정부의 승인을 받도록 했다. 미·중 신냉전 구도가 완화될 조짐이 보이지 않자, 하반기 수출 호조 전망에도 불구하고 국내 기업의 수출 전략 고민도 깊어지는 형국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한국 수출액은 지난 5월 -15.2%의 최저치를 기록한 이후 지난달 -6.0%로 반등했다. 일각에서는 올 3분기 월간 수출 ‘플러스’를 기대할 수 있다는 낙관적인 전망도 나오고 있다. 올해 ‘수출 혹한기’를 겪었던 산업계 전반에 모처럼 희소식이 들려오고 있지만, 업계는 미·중 신냉전 구도가 격화될 가능성이 있어 쉽사리 마음을 놓지 못하고 있다. 외교적 분쟁 가능성이 상존할 경우 언제든 수출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중국은 네덜란드 정부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자국 반도체 장비 업체들이 일부 반도체 생산 설비를 선적할 때 당국의 수출 허가를 받도록 의무화하는 조치를 오는 9월1일부터 시행한다고 발표한 데 크게 반발하고 나섰다. 네덜란드와 중국은 그간 신냉전 구도 속 비교적 양호한 경제 관계를 지속해왔지만, 이번 조치로 중국의 대네덜란드 경제 보복도 발생할 가능성이 상존하게 됐다. 이에 일부 산업계에서는 미·중간 신냉전 구도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동남아 시장을 ‘제3지대’로 보고 시장 개척을 시도하고 있다. 특히, K-컬쳐의 인기를 등에 업은 인도·필리핀·인도네이사·베트남 등에 대한 활로가 활발히 모색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동남아 시장은 신냉전 구도에서 비교적 영향을 크게 받지 않는 시장임과 동시에 그 성장세 역시 매서운 곳”이라면서 “수출국 다변화를 위해 앞으로도 업계가 분야를 막론하고 적극 뛰어들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