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미국이냐 중국이냐”…‘실리’ 두고 갑론을박

대중국 수출액 지속 감소…미·중 갈등 심화 속 반도체 수출 비중 감소 외부 요인 최소화할 수 있는 외교 필요…“한쪽에 종속되는 국가는 실패”

2023-07-03     김원빈 기자
산업계가

매일일보 = 김원빈 기자  |  국내 산업계가 변화하는 세계질서 양분 속 생존전략 고심에 빠졌다.

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대·중소기업 등 산업계는 미국과 중국의 경제 분쟁이 격화되자 주요 수출국 설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미·중은 경제·산업·군사분야 등 전방위적으로 갈등을 빚고 있다. 신(新)냉전 시대 도래라는 일각의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최근에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대만 문제를 둘러싸고 양보 없는 경쟁이 지속되는 상황이다.

이 가운데 산업계는 한국의 전통적인 수출 주요 고객이었던 ‘중국’에서 탈피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관세청의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3일 기준 올해 한국의 대중국 수출액은 496억달러를 기록해 전체 수출의 19.6%를 차지했다.

대중국 수출 비중이 전체 수출 비중에서 차지하는 양이 20% 이하로 내려온 것은 지난 2005년 이후 처음이다. 작년 대중국 수출액은 1557억달러로 22.79% 였다.

반면, 대미 수출은 증가하고 있다. 같은 곳의 통계를 보면, 전체 수출액 중 미국이 차지하는 금액은 454억달러였다. 이는 전체 수출액 중 17.98%를 차지한다. 아직 대중국 수출액보다는 그 규모가 적지만, 일각에서는 미국이 한국의 1위 수출국에 자리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의 최근 발표 자료도 이같은 추세를 뒷받침한다. 6월 기준 수출액은 9개월째 감소세를 이어가 542억달러를 기록했다. 대중국 수출액은 전년 대비 19.0% 줄어든 105억달러를 기록하며 대중국 수출 감소 추이가 확연하게 드러났다.

대중국 수출 비중이 줄어든 요인으로는 D램 가격 급락이 꼽힌다. 그간 D램을 포함한 반도체는 대중국 수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해온 바 있다. 실제 산자부의 자료에서도 지난달 반도체 수출액은 89억달러로 전년 대비 28.0% 감소했다.

그러나 2018년 반도체 등 첨단 산업에 대한 미국의 대중국 수출이 본격화되면서 양상은 달라지기 시작했다. 미국이 한국을 포함한 유럽·일본 등 우방국의 중국 반도체 수출입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하며 서방 시장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입지가 감소하기 시작했다.

실제 대중국 수출 비중은 최근 5년 사이 7.3%포인트 급감했다. 이는 2004년(19.4%)과 유사한 수준이다. 

이에 정치·지정학적 요인으로 미국과 중국 사이에 ‘실리’를 추구할 수밖에 없는 한국 정부와 기업의 입장에서는 곤혹스러운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정치·이념적 우방인 미국과 압도적 내수를 기반으로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중국 중 ‘택일’의 길로 나아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 연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미·중 사이의 갈등이 완화될 조짐이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도 한국 기업의 경영 환경의 불확실성을 더하고 있다.

일례로 중국은 미국에 의해 일방적으로 제재를 받던 상황을 벗어나 미국 주요 기업에 보복 제재를 가하기 시작했다. 5월 중국은 미국의 대표 반도체 기업인 마이크론을 퇴출했다. 이에 미국은 중국 내 주요 인프라 사업에서 참여할 수 없게 됐다.

일본 히로시마 주요 7개국(G7) 정상의 ‘대중국 견제’ 메시지에 반발하는 조치라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미국을 포함한 서방 진영도 ‘디리스킹(Derisking)’을 지속 감행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주요 경제단체 관계자는 “한국 경제는 태생적으로 모순된 환경 속에서 성장했고, 그렇기에 급격한 성장이 가능했던 측면이 있다”라면서 “정부가 어느 한쪽에 지나치게 치우치지 않으며 한국 기업과 국민을 최우선 이익으로 삼아 현명하게 움직일 필요가 있다”라고 제언했다.

아울러 “역사적으로도 어느 한쪽의 이념·시장에 잠식되는 국가는 생존할 수 없다”라며 “정부가 기업이 외부 환경에 의해 최소한의 영향을 받을 수 있도록 기민한 전략을 세워야 한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