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시장 논리에만 맡길 수 없다”…재활용 자원 전쟁 본격화
안정적 장기 수익성 전망에 시장 관심도 높아져 시멘트사 폐기물 싹쓸이로 환경기초시설 붕괴도
2023-07-04 신승엽 기자
매일일보 = 신승엽 기자 | 친환경 트렌드의 일환으로 폐기물 재활용 분야가 주목받는 가운데, 시장 내 혼란도 가중되고 있다.
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인수합병(M&A)을 바탕으로 폐기물 시장에 진입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더 많은 기업이 폐기물 시장에 진출하자 기존 환경기초시설과의 대립도 확대됐다. 시멘트사의 진출이 대표적이다. 단순히 시장논리에 맡기기에는 사용목적에서 차이가 발생하는 만큼 기존 업체들의 생존권을 위협하게 된다. 현재 대기업들은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의 일환으로 폐기물 기업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아이에스동서, SK에코플랜트 등은 이미 폐기물 관련 업체를 인수했다. 아이에스동서는 지난 2019년 폐자동차 해체기업 인선모터스의 경영권을 확보했고, 올해 초 이차전지 재활용기업 아이에스티엠씨(TMC)도 인수했다. SK에코플랜트는 2020년 국내 수처리·폐기물 처리 전문회사 환경시설관리(EMC홀딩스)를 인수했고, 지난해에는 싱가포르 전기·전자 폐기물업체 테스(TES)를 인수하기도 했다. 미국 폐배터리 리사이클링 업체 어센드 엘리먼츠에 지난해와 올해 두 차례에 걸쳐 총 6084만달러를 투입해 최대주주 지위를 차지했다. 대기업들의 폐기물 사업에 관심을 보이는 이유로는 높은 수익성이 꼽힌다. 폐기물업체는 폐기물을 재활용 및 열분해‧소각한다. 이 과정에서 돈을 받고 처리 과정을 거친다. 사실상 설비만 가지고 있어도 수익이 발생한다는 뜻이다. 폐기물 발생량은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어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할 수 있다. 폐기물업계 관계자는 “통상 재활용, 열분해, 소각 등으로 구성된 폐기물 시장은 대기업의 진출에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고, 기존 기업들과 어느정도 융화됐다”면서 “하지만 시멘트업계는 폐기물을 같은 방식으로 사용해도 수익성 경쟁 자체를 펼칠 수 없는 형태로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시멘트사는 대체연료로 폐기물을 활용하고 있다. 시멘트 제조원가의 약 40%를 차지하는 유연탄은 글로벌 정세에 가격이 요동치는 특성을 가졌다. 유연탄 가격의 등락을 해결하기 위해 폐기물 활용을 늘리고 있다. 연료로 활용한다는 점에서 유연탄보다 낮은 가격에 폐기물을 구매해도 이익을 취할 수 있다. 이러한 구조적 강점을 가진 시멘트사는 시장 내 폐기물 가격 경쟁체제도 붕괴시켰다. 시멘트사는 파쇄업체를 거친 이후 t당 6~7만원을 받고 폐기물을 소각한다. 기존 환경기초시설업계는 t당 20만원 수준으로 폐기물을 소각했다. 하지만 현재 수익성 악화를 감수하면서 t당 15만원에라도 가져가겠다는 입장이다.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PR)에도 허점이 발생한다. EPR은 생산기업의 제품이나 포장재 폐기물에 대해 일정량의 재활용 의무를 부여하고, 이행을 못할 경우 부과금을 물리는 제도다. 재활용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하는 제도적 특성이 존재하지만, 시멘트사는 해당 폐기물까지 대체연료로 사용한다. 시멘트사의 무분별한 폐합성수지 싹쓸이로 2018년 64만t이던 물량이 42만t으로 급감했다. 결국 112개 업체들이 가동 중지, 사업장 폐쇄 위기로 내몰렸다. 열분해업계 관계자들은 양질의 가연성 폐기물을 확보해 시설 투자와 자금 확보를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있다. 폐기물 확보가 불가능한 현재의 시장 상황으로, 폐기물 확보 계획서가 금융권과 대기업의 기준에 부응하지 못해 사업계획을 백지화하고 있는 기업이 늘고 있다. 소각보다 우선 순위에 위치한 열분해업계도 붕괴되고 있는 실정이다. 주무부처인 환경부는 이러한 시장 붕괴 현상에도 방관했다. 환경기초시설업계는 시멘트사의 무분별한 물량 싹쓸이를 중재해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환경부는 시장 내 갈등은 시장 논리에 맡겨야 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다만 최근에는 환경기초시설 단체들의 요구를 받아들여 중재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환경기초시설업계는 시멘트사의 여론전에도 밀렸다. 시멘트사는 유럽을 예로 들며, 폐기물 활용은 시대적 흐름에 맞춘 사업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그들과의 동일 규제에 대해서는 입을 닫고 있다. 최근 정부의 대기오염물질 배출량 기준 강화에는 가혹하다는 입장만 내놓고 있다. 기존 폐기물업체들의 기준에도 충족하지 못하는 수준의 규제로 발생할 비용을 감당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시멘트사는 ‘환경설비개선 비용이 과도하게 발생한다’며, 감정에 호소하고 있다. 꾸준한 준비를 거쳐 폐기물 관련 규제에 선제적으로 준비했다면, 비용 문제도 완충됐을 것”이라면서 “규제 강화를 자초했음에 불구하고 꾸준히 피해자라는 점을 강조하는 그들의 입장을 이해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