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ESG 점수 측정…평가사 신뢰도 높여야
ESG 경영 확산에 ‘평가 등급’ 중요성 증대…기업 브랜드 이미지도 영향 평가 기준 객관성 의구심 확대…“시장 초기 단계 감안, 점차 보완해야”
매일일보 = 김원빈 기자 | 기업별 환경·사회·지배구조(ESG) 평가 등급을 놓고 신뢰성‧공정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다.
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경영 패러다임이 ESG로 빠르게 변화하며, ESG ‘평가 등급’의 객관적 지표로서의 중요성도 높아지고 있다. ESG 평가 등급은 특정 기업이 환경·사회·지배구조 등 같은 영역에서 선도적 경영을 얼마나 실천하는지 판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유용하다. ESG 경영이 기업 브랜드 이미지와도 직결되면서 기업들은 ESG 등급을 홍보에 활용하고 있다. 또한, 유럽연합(EU)이 공급망 관리 강화 방안을 다양한 분야로 확대하면서 중소·중견기업의 ESG 평가 요구가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평가기관으로 인정받는 ESG 평가사는 MSCI·S&P·Sustanalytics·lSS·CDP 등이 있다. 주로 인수합병으로 기업세를 불려온 이들은 ESG 등급산출과 ESG 데이터 판매, ESG 지수 산출, 자문, 투자 솔루션 제공 등 광범위한 서비스를 제공하여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현재 한국의 경우 한국ESG기준원·서스틴베스트·한국ESG연구소 등 3개사가 대표적 평가기관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외에 일부 언론사, 개인신용조회회사(CB사), 데이터 분석업체에서도 평가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ESG 평가에 대한 수요가 점차 확대됨에 따라 최근 일부 회계법인, 신용평가사, 법무법인도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이 제공하는 ESG 평가의 객관성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같은 기업이 평가 기관에 따라 크게 상이한 등급을 받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2019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발간한 미국 주요기업의 3개 신용평가기관과 5개 ESG평가기관의 평가등급을 보면, 동일 기업에 대한 3개 신용평가사의 신용평가 점수는 유사했지만, 5개 ESG 평가사의 평가 등급에는 큰 차이를 보였다. 동일한 기업임에도 불구하고 평가사마다 상이한 산발적인 평가 기준으로 ‘착한 기업’ 인증을 받을 수도, 받지 못할 수도 있는 현상이 발생하는 셈이다.
금융감독원이 5월 발간한 ‘ESG 평가시장 투명성·신뢰성 제고방안’에서도 이같은 문제점이 지적된 바 있다. 보고서는 “최근 평가사들 간 평가결과의 차이로 인해 기업들의 ESG 평가 대응부담 가중 및 평가 등급의 투자지표로서의 의미가 부족해지고 있다”라면서 “상이한 평가결과는 ‘엇갈린 신호’로 작용해 결과적으로 기업의 ESG 성과개선의 동기를 약화시킬 우려가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외에 보고서는 △ESG 평가사의 소유구조 등으로 인한 이해상충 발생 가능성 △불충분한 정보공개로 인한 평가체계의 투명성 부족 등을 문제로 꼽고 있다. 이와 함께 금감원은 ‘ESG 평가기관 가이던스’를 도입해 민간 주도의 방식으로 ESG 평가의 객관성을 축적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제언하고 있다.
한 주요단체 관계자는 “국내 ESG 평가사의 경우 해외에 비해 시장 형성 초기 단계임을 감안할 때 현 상황을 단정해 언급하는 것은 부담스러운 부분이 있다”라면서도 “다만, 기업이 ESG 평가에 따라 정책적으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부분이 많은 만큼 충분한 객관성이 확보될 필요는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해외의 경우에도 ESG 평가의 객관성에 관해 설왕설래가 많은 만큼, 우리 나름대로 한국 기업 경영 환경에 맞는 지표를 노·사·정이 협력해 마련해 나가야 한다”라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