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인구 정책의 근간은 '민심'
2023-07-04 김영민 기자
매일일보 = 김영민 기자 | 삼국지에서 유비는 '인의(仁義)'를 바탕으로 큰 일을 이뤄낸 진정한 영웅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유비의 인의가 돋보이는 장면은 삼국지에 적잖게 나오지만 대표적인 것이 조조군에 쫓기며 형주에서 퇴각하는 급박한 상황에서 백성들을 저버리지 않고 모두 동행한 일이다. 당시 유비의 군사(君師)였던 제갈공명은 퇴각 속도가 느려질 것을 우려해 백성을 버리자고 제안하지만 유비는 '사람이 근간'이라는 리더십을 강조하며 목숨을 걸고 고난의 행군을 시작했다. 이는 정치적 표심을 위해 민심을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진정으로 민심을 최우선 하고 헤아릴 줄 아는 리더십의 표본이라 할 수 있다. 최근 심각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는 인구정책에서도 인의를 근본으로 한 민심 챙기기가 절실하다. 인구는 국가의 운명을 좌지우지 할 수 있는 중요한 요소인 만큼 민심을 헤아리는 실효성 있는 중장기 정책이 만들어져야 한다. 인구절벽의 심각성을 날로 커지고 있는 상황이지만 아직까지 정부도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그동안 수백조원의 혈세를 투입하고도 합계출산율 0.78명이라는 오명을 남겼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하위 기록이다. 5000만명이 넘은 우리나라 인구가 2060년 이후에는 3000만명대로 떨어질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도 있다. 합계출산율도 내년에는 0.6명대로 더 낮아질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현재 정책의 핵심인 단순한 지원금만으로는 출산을 독려하는데 한계가 있다. 민심이 원하는 바를 정확하게 파악해 인구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2030세대들과 대화를 하다보면 결혼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가 점점 더 많아지는 것을 느낀다. 결혼을 하더라도 출산에 대해서는 더 부정적이다. 결혼을 고려하고 있는 30대 중반의 한 기자는 "자신도 건사하기 힘든 상황에서 출산의 꿈은 요원하다"고 토로했다. 결혼을 마음에 맞는 인생의 동반자를 찾는 개념으로 접근하는 것이지 출산을 통해 가족을 이루겠다는 뜻은 아니라는 이야기다. 물론 2030세대가 전부 결혼과 출산에 대해 부정적인 것은 아니지만 이전 세대와 비교하면 거부감을 느끼는 정도가 매우 강하다. 비혼주의, 딩크(Double income no kids)족 등이 유행할 정도로 저출산 문제는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 280조원 넘게 관련 예산을 쓰고도 정부의 출산 정책은 먹히지 않았다. 재정을 투입해 출산을 장려하는 방식보다는 일자리, 주택, 육아 등을 포함한 포괄적인 인구 정책을 수립해 결혼과 출산이 인생의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불안감을 줄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민심은 장려금을 통해 경제적 부담만 다소나마 줄여주는 정책보다는 사회 전반적으로 미래에 대한 희망을 불어넣어 줄 수 있는 것을 더 원하고 있다. 2030세대는 물론 40대에 이르기까지 결혼과 출산을 기피하는 현상은 결국 미래에 대한 불안감에서 비롯된 것이기 때문이다. 이들에게 희망 있는 미래 비전을 제시하지 못한다면 인구절벽에 따른 경제, 사회적 위기는 피하기 힘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