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사들, ‘온라인몰’로 세마리 토끼 잡는다
디지털전환·공정거래·내수진작 촉진
2023-07-04 최동훈 기자
매일일보 = 최동훈 기자 | #포스코의 1차 협력사인 철강 무역·유통 업체 티제이인터내셔널에 근무하는 윤나영 대리는 포스코그룹의 철강 온라인몰 ‘이스틸포유’를 업무에 적극 이용하고 있다. 이스틸포유는 포스코의 제품을 거래하고 파트너사간 거래를 중개하는데 쓰이는 플랫폼이다. 윤 대리는 이스틸포유를 활용해 언제 어디서든 철강 거래 업무를 편리하게 수행하고 있다. 이에 더해 기존에 담당자들을 통해 일일이 확인해야 했던 제품·거래 정보를 이스틸포유에서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점에 만족감을 표하고 있다.
주요 철강업체들이 철강 제품의 온라인 거래로 디지털 전환, 공정거래, 내수진작 등 세 가지 효과를 노린다. 각 사가 현재 운영중인 ‘온라인몰’로 단순히 거래 편의를 강화할 뿐 아니라 업계 체질 개선, 철강산업 경쟁력 강화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4일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이스틸포유), 현대제철(H코어 스토어), 동국제강(스틸샵) 각각 철강 온라인몰을 통해 철강제품을 거래하고 있다.
각 사는 온라인몰에 직접 제품을 등록하거나 공개 입찰 과정을 중개하고, 입점 파트너사가 타사와 거래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중이다. 대면 거래가 전부였던 철강 업계에 수년전부터 온라인몰을 기반으로 이뤄져온 비대면 거래 방식은 업계 호응을 이끌어내고 있다.
포스코의 그룹사인 포스코인터내셔널이 운영 중인 이스틸포유는 지난해 당기순손익 2억3500만원을 거두는 등 흑자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현대제철은 지난 2개월간 시범운영을 거쳐 전날 H코어 스토어를 정식 오픈해 서비스를 안정화시켰다. 동국제강은 스틸샵의 회원사를 2000여개사로 확보했고 회원사 재구매율을 70%까지 달성했다. 비대면 거래가 철강업 업력 수십년 만에 처음 도입된 점을 고려하면 매우 빠르게 시장에 안착했다는 평가다.
철강 온라인몰의 의미는 새로운 거래 방식의 도입에서 더 나아가 철강업계의 최근 화두 중 하나인 디지털전환(DX)의 일환으로 분석되고 있다. 철강업은 최근 제조공정 혁신을 골자로 디지털전환을 단행하고 있다. 고로(용광로)에 인공지능(AI) 기술을 접목해 원료 사용, 가동 효율 강화 등 작업을 수행하거나 공장 내 제품 운반 과정을 자동화하는 것이 주요 사례다.
온라인몰은 철강 산업 생태계 발전이라는 디지털전환 목표를 달성하는데 기능할 것으로 분석된다. 철강사들이 온라인몰을 통해 제품·거래 정보를 더욱 투명하게 공유하며 대면 거래보다 더욱 활발하게 소통할 수 있다. 현대제철은 파트너사 의견을 수렴해 H코어 스토어에 구매후기 메뉴를 신설해 상호 커뮤니케이션을 활성화시킨다는 방침이다.
현대제철은 “H코어 스토어의 고객센터를 앞으로 적극 활용해 신뢰도를 기반으로 한 신속 구매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온라인몰은 그동안 마감할인 등 비공식적이고 편향적인 거래 관행을 개선하는데도 기능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철강업계에서는 월 단위 거래물량과 단가를 매월 초 협상한 후, 월말 결산 때 거래가격을 조정하거나 악성재고를 떨이 판매하는 것이 수시로 이뤄져왔다.
이에 비해 온라인몰에 판매가가 거래 전 게재돼있어 손쉽게 확인·비교할 수 있고, 결제해야만 납품이 이뤄지기 때문에 영업 일선에서 가격 조정 부담을 덜 수 있다. 거래 과정이 더욱 투명·공정해지는 셈이다.
모 철강사 관계자는 “전사상거래의 필수 요건인 선결제 시스템이 거래 관행개선에 기능하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온라인몰이 최근 수입산 공세에 맞서 국산 철강 수요를 늘리는데 활용될 수 있는 점도 업계에 반가운 소식이다. 예를 들어 동국제강은 스틸샵에 국내 품질(KS) 인증 받은 후판을 비교적 합리화한 가격에 판매하는 카테고리를 구축해 제품 구매를 유도하고 있다.
동국제강 관계자는 “스틸샵에 정직하게 제시된 가격으로 제품을 구입할 수 있기 때문에 거래가 투명해진다”며 “온라인 거래의 장점인 가격 합리화를 통해 구매사에 이점을 제공할 수 있는 점도 온라인몰의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철강업계의 온라인 거래 추세가 철강사에 새로운 수익창출 기회를 제공함에 따라 꾸준히 주목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철강 전문 미디어 메탈매거진(TheMetalMagazine)은 “철강 전자상거래 플랫폼을 통해 제품이나 서비스를 판매하는 철강사는 독점적인 이익을 누릴 수 있을 것”이라며 “철강사가 온라인 입지를 개선하는 것이 향후 판매전략의 큰 부분을 차지해야 한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