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분양가 오르는데… 하향 안정화 가능할까?
분양가 상승 정황상 집값 억제 불가, "시장 개입 오해 살 수 있어" 강남 집값 및 주택가격전망지수 등 관련지표 일제히 상승 중
2024-07-04 최재원 기자
매일일보 = 최재원 기자 | 최근 집값 하향 안정화 및 강남 집값 잡기를 강조한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과 오세훈 서울시장에 회의적인 반응들이 쏟아진다.
공사비 인상으로 분양가격이 오르는 현 상황에서 금리가 내려가거나 큰 규제가 없는 한 하향 안정화나 집값 억제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4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원 장관과 오 시장의 집값 관련 발언에 대해 시장 관계자들과 전문가들은 시장 개입 시그널로 비춰질 수 있다며 집값 잡으려다 폭등을 야기한 전 정부의 전철을 밟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은 “매도자들이 급매물을 쏟아 내면서 하락거래가 크게 늘어나는 하락장을 넘어가야 다음 상승장으로 갈 수 있는 만큼 원 장관 발언대로 현재의 회복세를 바닥을 찍은 것으로 단정 짓기는 시기상조인 것은 맞다”면서도 “지역별로 온도 차가 있어 서울 수도권 청약시장이나 재건축 등 호재가 있는 인기지역과 세종‧송도 등 지난 2022년 많이 하락했지만 인프라가 좋은 지역, 대규모 개발호재가 있는 경기 남부권 등의 강세흐름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도 원자재가 상승으로 분양가가 오르고 있고 금리가 높아 거래가 확 늘어나지 않기에 집값이 하향평준화될 가능성은 낮은 상황이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공개한 지난 5월 말 기준 민간 아파트 분양가격 동향을 보면 서울 민간 아파트 평균 분양가는 ㎡당 941만4000원, 3.3㎡당 3106만6200원으로 파악됐다. 이는 전월(㎡당 928만6000원)보다 1.38% 오른 것이다. 전년 동월(㎡당 855만원)과 비교하면 10.11% 올랐다. 이달에도 시멘트 가격 인상에 공사비 상승이 불가피하다. 분양가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의미다. 앞서 주요 시멘트업체들은 산업용 전기료 상승 및 환경규제 등을 이유로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원 장관과 오 시장의 집값 발언은 여러 오해와 해석을 불러올 수 있을 만큼 경솔했다는 평가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부동산은 심리적 효과도 지대한 만큼 정책효과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서 정부와 주요 부동산정책 관련 기관간 엇박자가 나면 그 악영향은 고스란히 시장과 수요자의 몫이 된다”며 “부동산은 시장에 맡기되 정책은 어디까지나 연착륙 등을 도와주는 입장이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애초 한가지 변수만으로 부동산 시장을 재단하는 것은 위험한 일”이라며 “고금리‧가격동향‧정책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원 장관과 오 시장의 ‘시기상조론’과는 달리 최근 부동산 지표들은 강남을 중심으로 상승 전환을 보이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0.00%)도 하락 행진을 멈췄다. 주간 단위 전국 집값이 하락하지 않은 것은 2022년 5월 2일(0.00%) 이후 1년 2개월여 만에 처음이다. 특히 서울 아파트 가격은 6주 연속, 수도권 전체로는 4주 연속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서울 집값의 경우 강남·서초·송파구 등 ‘강남 3구’를 중심으로 오르는 중이다. 한국부동산원 관계자는 “최근 서울 강남 3구를 중심으로 반등한 집값이 이들 지역과 가까운 과천, 분당 등으로 옮겨붙고 있다”며 “급락했던 곳들 중심으로 반등 거래가 나오면서 일부 지역이 전체 상승률을 견인하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한국은행이 지난달 발표한 ‘2023년 6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서는 주택가격전망지수가 100을 기록하며 전월(92) 대비 8포인트(p)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시장에 개입하지 않는 선에서 선별적으로 규제완화를 해야 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고금리가 지속 중인 현 시장 상황상 종류 불문 규제완화 효과는 제한적이지만, 시장 연착륙을 위해서라도 규제완화는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특히 현재 남은 ‘대못 규제’ 중 하나인 실거주 의무 폐지를 우선적으로 해소해야 한다는 의견이 다수를 차지하는 중이다. 김 소장은 “전매제한 완화와 단짝인 실거주의무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면서 전매제한 완화효과를 다 잡아먹어 버렸다”며 “전매가 허용돼도 실거주의무가 살아있으면 실질적으로 분양권을 팔 수가 없는데, 소급적용을 해준다 해도 계속 처리가 늦어질 경우 혼란은 커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