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무대책’에 방황하는 ‘탈북청소년’

어렵게 학교 입학은 했으나...적응 실패와 중도 탈락 급증

2005-09-23     김윤정 기자

탈북청소년 1천410명, 고등학교 취학률 10.4% 불과

탈북청소년이 현재 1천410명에 달할 정도로 급증하고 있지만, 이들에 대한 행정당국의 지원과 배려가 매우 미비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열린우리당 전병헌 의원은 통일부와 교육부 그리고 청소년 위원회를 통해 제출받은 자료를 비교검토 및 분석해본 결과에 따르면 탈북청소년(6~24세: 청소년기본법상 청소년은 9~24세까지이지만, 6세부터를 취학연령으로 보아 6세까지로 확대함)이 늘어났다. 실제로 탈북청소년의 연도별 입국현황을 보면, 지난 ‘99년 33명에 불과했으나 2000년 이후부터는 가족단위로 오는 탈북 주민이 급증함에 따라 ‘02년에는 336명이,’ 03년에는 355명이, ‘04년에는 531명이 입국했으며, 올 들어서도 지난 6월 말까지 140명이 입국한 상태로 ’00년부터 크게 증가하고 있다. 전병헌 의원은 탈북청소년의 초·중·고 취학현황을 분석하여 제시했는데, 초·중·고 취학대상자 987명 가운데 현재 재학생은 432명으로 43.7%에 지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또한 고등학교의 취학률은 매우 심각한 수준으로 전체 412명 가운데 43명만이 학교에 다니고 있어 취학률은 10.4%에 그치고 있으며, 중학교는 58.4%, 초등학교도 70.3%에 그치고 있어 이들에 대한 정책적 지원 및 관리가 시급함을 보여주고 있다. 뿐만 아니라, 전 의원은 입학생 대비 탈북청소년들의 학교에서의 중도탈락 현황을 제시하면서 “탈북청소년 문제가 예상보다 매우 심각하다”고 전했다.2005년 8월. 최근 5년 동안의 탈북청소년들의 자퇴 및 퇴학 비율은 중학교가 14.1%, 고등학교가 15.2%로 남한 중학교(1.1~1.9%)의 7~13배, 남한 일반 고등학교(1.1~1.7%)의 9~14배에 달했다. 전 의원은 “학생들이 어렵게 학교에 입학을 해도 학교 적응에 있어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전 의원은 “탈북청소년들의 학교진학률이 저조하고, 또 진학하더라도 중도 탈락하는 비율이 높은 이유를 행정당국의 문제의식 부족과 함께, 최근 탈북청소년의 급증에 대한 대책 미비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청소년정책을 책임지는 청소년위원회는 현재까지 탈북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정책이나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 전혀 없는 상태이며, 북한 이탈 귀순자들의 사회정착 지원을 위해 통일부에서 설칟운영하고 있는 하나원에서 지난 2002년부터 시행하고 있는 청소년 교육프로그램이 전부다. 하나원의 교육프로그램의 구성을 보면, 심리 안정 및 정서순화 교육 96시간, 영어·수학·과학 등 기초학습 교육 175시간, 구매체험·교육제도 체험학습 등 우리사회 적응력 배양 111시간, 정착지원제도 안내 52시간 등으로 구성됐다.실질적으로 탈북청소년들이 우리사회에 적응할 수 있도록 하는 교육은 우리사회 적응력 배양 명목의 111시간-약 15일 남짓한 시간이 전부이며, 이마저도 구매체험 4시간, 청소년문화 7시간, 또래문화 이해 3시간 등, 태어나서 처음 접하는 문화를 이해하고 적응하기에는 터무니없이 부족한 교육시간이다. 이러한 탈북청소년 관련 지원 및 정책의 미비에 대해, 전병헌 의원은 “최근 급증하고 있는 탈북주민들 가운데 가족단위의 이탈주민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이 가운데는 나이 어린 청소년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어서, 이들에 대한 정책 및 대책은 추후 통일된 이후 청소년 정책의 밑그림이 될 수 있는 만큼, 정책당국은 미래를 대비하는 마음으로 종합적인 정책을 준비하여 시행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전 의원은 “우리 문화에 어려움을 느끼는 탈북청소년들을 우리 아이들과 떼어놓고 교육함으로써 우리사회에 또 하나의 벽을 쌓는 것은 아닌지, 그래서 그들을 더욱 고립시키는 것은 아닌지 걱정도 된다”며 “청소년정책을 책임지는 ‘청소년위원회’는 주도적으로 탈북청소년을 위한 다양한 정책들을 개발·시행하여 그들이 우리사회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포용하고 배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