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상저하고’ 지푸라기 놓칠까… 유통업계 드리운 하반기 낙망론
물가상승률 5개월 연속 둔화 중에도 유통업계 "하반기 전망 부정적" 백화점·대형마트, 엔데믹 효과 실종… 고물가·고금리로 소비자 지갑 닫혀
2023-07-05 이용 기자
매일일보 = 이용 기자 | ‘엔데믹 특수’를 기대했던 유통업계가 글로벌 경기침체와 소비위축 속에서 중대한 도전에 직면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올 하반기 경기 회복에 대한 정부의 전망과 달리, 최일선 기업들은 올 하빈기 전망을 비관적으로 내다봤다. 최근 통계청은 물가상승률이 5개월 연속 둔화하면서 21개월 만에 2%대로 낮아졌다고 밝혔다.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1.12로, 전년 동월 대비 2.7% 올랐다. 물가상승 둔화 기조에 따라 정부 주요 경제기관들은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하반기 이후 부진이 다소 완화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소비를 중심으로 내수 부진은 완화되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은행은 “우리나라 근원물가의 상승은 미국이나 유로지역과 달리 지난해 하반기 이후 완만하게 축소되는 모습”이라며 “서비스 소비와 고용상황이 과거 물가 둔화기에 비해 양호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유통업계는 당장 3분기 경기 전망부터 부정적으로 보고 있는 형편이다. 대한상공회의소가 2307개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3분기 기업경기전망지수(BSI)를 조사한 결과, 식음료 분야를 제외한 대부분의 유통산업의 경기전망이 기준치를 넘지 못했다. 섬유는 의류의 BSI는 75, 화장품은 93으로 기준치 100을 하회하고 있으며, 식음료 분야만 엔데믹 효과에 대한 기대감으로 108로 조사됐다. BSI가 100이하면 이전 분기 전망보다 부정적이라는 의미다. 그나마 선방한 식음료 분야의 앞길도 순탄치 않다. 최근 정부가 라면과 소주의 가격 인상에 제동을 걸었기 때문이다. 라면의 물가가 전체 물가 상승률과 비교했을 때 상당히 높은 편이기 때문에 정부가 가격 압박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전체 물가 상승률은 2.7%이며, 라면은 13.4%다. 지난 1일부터 농심, 오뚜기, 팔도 등이 라면 가격을 내리면서, 가격 인하 압박이 식품업계 전반으로 확산되는 모양새다. 동원F&B는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옥수수와 황도, 파인애플, 꽁치 등 일부 통조림 제품의 가격 인상 계획을 취소했다. 그러나 기업 입장에서는 글로벌 공급망 위기로 생산 및 유통 단가가 상승해 가격 인하가 부담스런 상황이다. 실제로 농심의 1분기 소맥분 등 원재료 매입비는 2531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2284억원) 10.8% 증가했다. 포장재 등 부재료 매입액은 10.4% 증가(1117억원)했다. 또 삼양식품의 경우 전 세계적인 불닭볶음면의 인기에도 불구하고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239억원)은 지난해 동기 대비 2.6% 감소하기도 했다. S식품사 관계자는 “소비자의 부담을 줄이는 데는 동의하지만, 가격 인하에 따른 기업의 부담을 줄이기 위한 정부 차원의 대책이 필요하다”며 “기업의 영업익 감소는 채용 시장의 냉각으로 이어지는 만큼, 정부가 이 점을 고려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백화점, 대형마트 등 소매유통업도 기대만큼 엔데믹 특수를 누리지 못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소매유통업체 500개사를 대상으로 ‘2분기 소매유통업 경기전망지수(RBSI)’를 조사한 결과 전망치가 73으로 집계됐다. 백화점(71→94), 대형마트(83→87), 편의점(58→80), 슈퍼마켓(49→58), 온라인쇼핑(65→66) 등 전체적으로 전망치가 상승했지만, 기준치 100에 훨씬 못 미치는 형편이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엔데믹에 따른 경기회복 기대감에도 불구하고, 고물가, 고금리 등 소비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업계가 소매경기를 낙관적으로 평가하기가 어려운 상태”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