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AEA 보고서' 후폭풍에 쪼개진 정치권…與 "불신·선동 조장"vs 野 "방류 저지"
여야, 5일 동시 의총 열고 대응 논의 여야 지도부 물론 상임위서도 충돌 정부, IAEA 보고서 존중…세부 내용 분석중
2024-07-05 이태훈 기자
매일일보 = 이태훈 기자 |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에 정당성을 부여한 국제원자력기구(IAEA) 최종 보고서를 두고 여야가 거세게 충돌했다. 국민의힘은 "야당이 불신과 선동을 조장하고 있다"고 날을 세웠고,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이 반대하는 오염수 투기를 저지하겠다"며 한층 강력한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 오염수 방류까진 시간이 걸리는 만큼, 이를 둘러싼 여야 갈등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5일 오전 국회 본청에서 열린 긴급 의원총회에서 "국민이 반대하는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투기를 반드시 저지하겠다"며 "안정성이 담보될 때까지 최대한 방류를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방사성 물질의 장기간 축적에 따른 영향, 다핵종제거설비(알프스)에 대한 성능 검증, 주변국에 대한 사회·경제적 영향 등이 빠졌다는 이유로 IAEA 보고서를 신뢰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방류에 대한 국민 반감을 고려한 듯, 정치적 후폭풍을 차단하는 데 주력했다. 김 대표는 이날 오전 울산시청에서 열린 예산정책협의회에서 "정부는 30년이든, 50년이든, 100년이든 국민이 안심할때까지 후쿠시마 수산물의 수입을 전면 금지할 것"이라며 불안 잠재우기에 나섰다. 이어 "이번 IAEA 보고서는 과학적 측면에서의 논란을 종식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그런데도 야당은 결과를 믿지 못하겠다며 반발하고, 심지어 정당한 국제기구의 분담금마저도 뇌물이라고 선동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국제사회 웃음거리가 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야당이 이렇게 불신과 선동을 조장하는 건 과학 문제도, 외교 문제도 아닌 또 다른 목적이 있기 때문"이라며 "광우병 괴담처럼 이번 오염수 괴담선동 역시 윤석열 정부 타도를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려는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여야는 각각 의원총회를 열어 향후 대응 논의를 이어갔다. 전날 최종 보고서 발표 결과를 앞두고 여야 지도부는 소속 의원들에게 비상대기를 요청했고, 한날 한시에 의원들을 집결하기에 이르렀다. 박광온 민주당 원내대표는 의원총회에서 오염수 방류에 대한 당의 구체적 행동 방침을 밝혔다. 그는 먼저 "관련 상임위원회를 열고 연석회의와 긴급 현안 질의를 진행하겠다"며 "청문회도 다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또 "정의당을 비롯한 야당, 나아가 종교계·학계·법조계·시민사회 등과도 뜻을 모으겠다"며 "지난번 태평양 도서국 18개국으로 서한을 보냈는데 공식적으로 답을 보내온 곳은 없으나, 연대 의사를 간접적으로 표명한 국가들이 있다"며 국제적인 공조 가능성까지 시사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향후 오염수 방류의 안정성 확보에 입중하겠다는 입장이다. 윤재옥 원내대표는 "우리 정부가 계획대로 하고 있는지, 혹은 계획대로 진행하지 못하는 돌발상황을 어떻게 대응할지 면밀하게 모니터링 하는 등 우리 역할을 다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윤 원내대표는 의총 후 기자들과 만나 "국제사회와 공동으로 대응을 하면서 일본에 특별히 (오염수 방류) 감시 시스템 모니터링과 관련된 소통·협력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다)"며 "관련 정보를 상시 공유하면서 안전을 담보할 수 있는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격론은 국회 상임위원회까지 번졌다. 이날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산자위) 전체회의에서 김회재 민주당 의원은 이창양 산업통사자원부 장관에게 'IAEA가 사실상 일본과 함께 원전 오염수를 해양 투기하기 위해 공동작업한 기구라는 추론이 나온다'는 취지로 질문했다. 이에 이 장관은 "일본 정부와 IAEA가 결탁했다는 주장을 믿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국민의힘도 야당이 가짜뉴스로 사실을 왜곡·선동한다고 비판하는 한편, 국제기구로서 IAEA 공신력을 부각하며 이 장관을 지원사격했다. 한편 이날 정부는 IAEA가 발표한 최종 보고서의 결론을 존중한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다만 보고서의 세부 내용에 대해서는 현재 심층 분석이 진행 중인 점을 들며 판단을 미뤘다. 박구연 국무조정실 제1차장은 "우리 정부의 자체 과학·기술적 검토보고서 발표 시기를 최대한 당기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검토가 끝나면 지체 없이 브리핑 등을 통해 전달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