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특목고, 자사고 존치와 사교육비 경감' 이번에도 말장난으로 끝

2023-07-06     매일일보
원동인

지난주 교육부는 사교육비 경감 대책을 발표했다.

지난해 초·중·고 사교육비가 26조원으로 조사됐다. 이는 전년도 23조4000억원에서 2조5000억원(10.8%) 증가한 액수로 사교육비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2007년 이후 역대 최대치다.

고입·대입을 위해 사교육이 불가피하다고 인식되는 중·고등학생보다 초등학생의 사교육비 증가폭이 더 크게 나타나며 충격을 더했다.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초등학생이 37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4만4000원(13.4%) 증가했다. 중학생과 고등학생의 전년 대비 증가율은 각각 11.8%, 9.7%였다. 사교육 참여율도 초등학생이 85.2%로 전년 대비 3.2% 포인트(p) 올라 상승폭이 가장 컸다.

여기에 더해 초등학교 입학 전 단계에서는 유아 대상 영어학원, 일명 '영어유치원'도 문제로 지적됐다. 교육부에 따르면 유아 대상 영어학원은 지난 2018년 562개에서 지난해 811개로 4년 만에 249개(44%)나 늘었다.

하지만 교육부는 특목고와 자사고는 존치하기로 발표했다. 특목고, 자사고가 사교육 유발 기제라는 사실은 모두가 인지하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2년 사교육비 조사 결과'를 보면, 일반고 진학을 희망하는 중학생의 월평균 사교육비는 41만5000원인 반면 자사고 진학을 준비하는 중학생은 월평균 69만여원, 외고·국제고 진학 희망 중학생은 64만여원을 사교육비로 썼다. 초등학생 또한 일반고 진학을 희망하면 월평균 33만여원, 자사고는 57만여원, 외고·국제고는 53만여원을 냈다.

지난해 서울 25개 자치구의 중학교 졸업생 진로 현황을 보면, 전국 특목고·자사고 진학생이 가장 많은 지역은 강남구(998명)였고 서초구(884명)·송파구(799명)·양천구(546명)·노원구(444명)가 뒤를 이었다. 

특목고와 자사고를 존치 시키면서 사교육비를 경감 시킨다는 것은 모순이다.

수능에서 킬러문항을 배제한 것과 특목고와 자사고 존치가 사교육비 경감에 도움이 되는지 학생들을 대상으로 조사는 해 보았는지 궁금하다.

고3은 대입, 중3은 고입에 집중하고 있으므로 고2와 중2를 대상으로 학생들의 생각을 알아보는 것을 어떨까.

교육부의 사교육비 경감 대책 발표를 기점으로 수능 '킬러문항' 논의가 잠잠해졌다. 아마도 이것은 필자를 포함해 학부모들, 학생들이 직감했기 때문일 것이다.

기대는 하지 않지만, 부디 필자의 의견과 다르게 이번 교육부의 특목고 자사고을 존치 시키면서도 사교육비 경감에 성공하여 말잔치로 끝나지 않기를 바란다. 제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