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항은 여성적이다! "전쟁과 여성영화제" 성료!
2023-07-07 김종혁 기자
매일일보 = 김종혁 기자 | 전쟁과 여성영화제(WoWFF, Women of War Film Festival)가 "전쟁은 여성의 얼굴을 하지 않았지만, 저항은 여성적이다!"라는 캐치 프레이즈 아래, 국내외 전쟁과 여성의 관계를 다룬 6편의 작품을 상영하는등 2개의 부대행사를 치러 3일간의 여정을 성공리에 마무리했다.
"전쟁과 여성영화제"는 한국여성인권진흥원 내 일본군‘위안부’문제연구소의 지원으로 올해 처음 개최됐다. 행사 전 예매로 이미 4개 프로그램이 전석 매진됐다. 사흘 동안 좌석점유율 93%(예매 기준), 관객만족도 97%를 기록, 지금 세계에서는 벌어지는 수많은 전쟁과 분쟁에 젠더와 평화적 관점이 더욱 필요하다는 데 대한 관객의 뜨거운 관심을 알 수 있었다.
-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다시 기억하는 미래세대, 극장에서 열린 역사교실
- <경성학교: 사라진 소녀들>, <나의 마음은 지지 않았다>, <보드랍게>
<경성학교: 사라진 소녀들>(이해영) 상영 후 열린 씨네토크는 "소녀, 강제동원, 전쟁병기"라는 키워드로 프로젝트 38의 손희정, 심혜경, 조혜영 평론가가 나서 이 영화를 식민시기를 다룬 퓨전 역사영화, 퀴어 판타지로 새로운 읽기를 시도한 자리였다.
미래세대를 위한 역사 교실이라는 이름으로 열린 <나의 마음은 지지 않았다>(안해룡) 상영 후 허윤(부경대 교수)의 교과서로는 알 수 없는 일본군‘위안부’문제에 대해 ‘A-Z’를 전달한, 관객들의 만족도가 가장 높은 시간이었다.
<보드랍게 > 상영 후 열린 박문칠 감독과의 씨네토크에서는 ‘일본군‘위안부’문제가 나의 삶과 무슨 관계가 있을까’라는 문제의식을 통해 세대 간 연대를 만들고 사후기억(Postmemory)을 구성하는 데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객석의 질문이 가장 많아, 미래세대가 일본군‘위안부’문제에 대해 다양한 관심을 갖고 있다는 것을 확인한 자리였다.
- 전쟁은 여성의 얼굴을 하지 않았지만, 저항은 여성적이다!
- <악마를 지옥으로>, <쿠오바디스, 아이다>, <사마에게>
가장 먼저 매진을 기록한 <악마를 지옥으로>(지니 레티커)의 씨네토크에서는 가람(전쟁없는세상 활동가)과 김영(경희대학교 아프리카연구센터 연구원)이 우리가 몰랐던 아프리카의 정치 현실과 분쟁, 평범한 여성들의 평화 노력을 전해준 소중한 시간이었다.
<쿠오바디스, 아이다>(야스밀라 주바니치)는 문아영(피스모모 대표)가, <사마에게>(와드 알카팁, 에드와드 와츠)는 이원우(<막> 감독)이 씨네토크에서 마이크를 잡았다. ‘유럽의 화약고’라고 불리는 발칸 반도의 보스니아와 시리아를 둘러싼 전쟁과 분쟁의 상황과 특이성, 성별화 된 전쟁과 UN 관료주의의 실패, 지금 전쟁의 한복판에서 여성들이 어떻게 생존하면서 저항하는가를 이야기해, 전쟁과 젠더의 관계, 국내 정치와의 관계에 대해 이야기해, 관객들이 오늘의 상황을 이해할 수 있게 해줬다.
- 군사주의와 젠더는 일상의 문제, 전쟁 이후에 시작되는 또 다른 전쟁
부대행사로 열린 김엘리 피스모모 평화페미니즘연구소 소장의 특별 강연 "지금 여기, 군사주의와 젠더를 다시 생각한다"에서는 젠더화 된 군사주의가 얼마나 일상화되어 있는지를 점검하고, 평화와 안보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영화제를 마무리하는 프로그램이었던 라운드테이블 "영화는 전쟁 속 여성을 어떻게 표상해야 하는가"에서는 예술사회학 연구자 이라영, 문학평론가 이지은, <206: 사라지지 않는>의 허철녕 감독이 영화가 전쟁 속 여성을, 전쟁과 여성의 관계를 어떻게 재현해야 하는가를 함께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다.
여성이 전쟁을 살아내는 다양한 방식에 주목하고, 여성의 주체성을 지우고 피해자의 자리에 가둬 놓는 전형성을 넘어서는 새로운 재현 양식을 고안해야 한다는 논의가 활발하게 펼쳐졌고, 이를 위해서는 전쟁 재현에 젠더 관점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강조됐다. 객석의 관객들 역시 이 대화에 열정적으로 동참하면서, 라운드테이블 프로그램은 전쟁과 여성영화제의 피날레를 뜨겁게 장식했다.
다양한 미디어 플랫폼을 통해 개별 영화에 대한 접근성이 높아지고, 콘텐츠를 즐기는 시간과 방식이 개인화되고 있지만, 알찬 기획과 프로그램을 통해 ‘극장’이라는 공간이 특별한 주제를 가지고 관객과 전문가가 소통할 수 있는 새로운 장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 영화제였다는 것이 참여한 다수 관객들의 의견이었다.
영화제를 주최한 프로젝트 38은 이번 영화제가 전쟁과 여성에 대한 다층적인 관계를 조망하고, ‘함께’라는 공통 감각을 만든 극장의 시간을 제공했다고 평가했다. 일본군‘위안부’문제연구소의 지원으로 올해 처음 개최된 전쟁과 여성영화제는 전쟁과 재현, 전쟁과 여성, 인권과 평화를 논의할 수 있는 가능성의 공간으로 호평을 받으며 내년을 기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