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현대차 노조, 이제는 변해야 한다

김 필 수 (김필수 자동차연구소 소장, 대림대 교수)

2023-07-09     기고

매일일보 = 기고  |  내연기관차 중심에서 전기차 중심으로 급변하는 세상이다. 탄소중립 등 지구 온난화 문제로 인한 수송 분야의 규제는 국제적인 흐름이고 전기차의 보급도 필연적이다.

이 가운데 현대차와 기아는 역대 최대의 기회를 맞고 있다. 미국과 유럽 등 글로벌 시장에서 대용량 SUV와 전기차 등 친환경차가 호조세다. 미래 모빌리티 선점은 이제 시작이다. 전기차를 기반으로 수소차, 자율주행 기술은 물론 커넥티드 기능 확대, 배터리 선점, 차량용 반도체의 업그레이드 등 모든 과학기술의 융합이 미래를 좌우한다. 생산 일선에선 앞으로 '반값 전기차' 구현을 위한 제조단가를 절감하는 등 획기적인 제작방법도 동원돼야 한다.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하는 이 시기에 역시 국내를 대표하는 현대차그룹이 직면하고 있는 가장 큰 문제는 바로 노사관계다. 국내 노사관계는 지속적으로 불협화음이 발생하면서 기업하기 힘든 구조라 언급될 정도로 심각한 불균형을 나타내고 있다. 특히 최근까지 강성노조의 이미지와 파업 등 다양한 문제가 지속적으로 발생하면서 국내 시장은 더이상 기업을 포기하고 해외로 나가야 한다고 언급될 정도가 됐다.

특히 노사관계에서 미국과 같이 3~5년 간격으로 임단협을 진행하는 것도 아니고 파업 시에는 현장에 눌러앉아 파업을 일삼는 등 미국과 같이 길거리 신고를 하고 피켓을 들고 차분하게 파업을 하는 경우와는 차원이 다르다. 매년 임단협을 진행하다 보니 그해 타협안이 나오지 않으면 그다음 해에 두 번 임단협을 하는 웃지 못할 심각한 사안도 비일비재하다.

아직도 노조의 요구사항 중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요구사항도 즐비하고 ‘아니면 말고’ 식의 무분별한 요구사항이 있는 것을 보면 글로벌 사회가 얼마나 심각하게 돌아가고 있는지 전혀 인지가 돼 있지 못하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 미래 모빌리티 산업으로 급변하면서 산업현장의 인력이 최소한 30% 이상 줄여야 하는 상황이다. 노조는 알면서도 불안감에 수용하지 못할 요구조건을 제시한다.

대표적으로 65세까지 정년 연장을 해달라는 노조 요구는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항목이 아니다. 다른 기업의 경우도 65세까지 정년을 진행하는 경우는 유일하게 대학교원이 해당된다고 할 수 있다. 최근 대학 경우도 업적평가가 까다로워지면서 정년보장을 받는 교수가 크게 줄어들 정도로 엄격해지고 있는 사안이다. 현대차의 정년연장은 기업의 입장에서는 젊은 층들의 기회를 박탈할 수도 있고 기업의 부담을 크게 늘리기도 한다.

정년퇴직하는 모두에게 '평생사원증' 혜택을 달라는 건 더욱 무리한 요구다. 현대차는 현재 25년 이상 장기근속한 정년퇴직자에게만 현대차 신차 구입시 25%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평생사원증'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혜택이 이미 너무 커서 줄여야 하는 마당이고 기아와의 형평성도 고려해 당연히 유사한 조건으로 줄여야 하는데 도리어 혜택을 늘리라고 요구하는 상황이다.

현재도 퇴직자들의 매우 큰 할인 혜택은 결국 일반 소비자들의 신차 가격 인상으로 부담된다는 인식이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다. 이제는 노조도 변해야 한다. 예전과 같이 무분별한 무조건적인 조건을 내밀기보다는 실제로 복지나 작업 환경 등에 초점을 맞춰 요구해야 한다. 경영에 참여하지 말고 실질적인 업무에 초점을 맞추라는 것이다. 이제는 선진국다운 노사 조건으로 균형 감각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