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나선 시멘트 분쟁…인하 여부에 이목 집중
국토부 이어 기재부도 시멘트 가격 관련 언급 환경설비개선 비용 명분…파트너십 결여 행동
2024-07-10 신승엽 기자
매일일보 = 신승엽 기자 | 정부가 시멘트 가격 인상 분쟁 해결을 위해 중재자 역할을 자처했지만, 사실상 시장 통제는 불가능할 것이란 업계 관측이 지배적이다.
1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시멘트사와 건설‧레미콘업계의 가격 인상 분쟁이 계속해서 고조되고 있다. 국토교통부와 기획재정부가 갈등 조정에 나서고 있지만, 진전은 없는 실정이다. 쌍용C&E와 성신양회가 선제적으로 가격을 올린 만큼, 타 업체들도 정부의 결정을 지켜보는 추세다. 다만 빠른 시일 내에 중재가 이뤄지지 않을 전망이다. 방기선 기획재정부 1차관은 지난 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27차 비상경제차관회의’ 겸 ‘일자리 전담반(TF) 7차회의’에 앞서 시멘트 가격 분쟁을 언급했다. 방 차관은 “시멘트의 경우, 최근 일부 시멘트사를 중심으로 올 하반기 가격 인상 계획을 발표했다”이라면서 “그간 시멘트 가격상승의 주요 원인인 유연탄 가격이 큰 폭 하락했고, 유가도 안정세를 보이는 등 시멘트 가격 인상요인이 점차 해소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시멘트 가격 분쟁 중재에 나선 것은 처음이 아니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도 지난달 16일 경기도에 위치한 시멘트 유통기지 현장을 방문해 각 업계의 목소리를 청취했다. 하지만 이 자리에서는 각자의 입장만 전달한 채 결과를 도출하지 못했다. 기재부의 발표 내용으로 봤을 때 정부의 강제 개입 가능성도 제기된다. 중소레미콘업계 관계자는 “그간 시멘트사의 가격 인상에 속도조절을 해달라고 요구했을 뿐, 가격 인하를 주장하는 것은 이번이 최초”라며 “시멘트 유통 문제에서 발생하는 비용이 아닌 친환경설비 구축 비용을 거래처에게 전가하는 것은 최소한의 파트너십까지 결여된 행동이나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지난 1일부터 가격을 인상한 업체는 쌍용C&E와 성신양회다. 현재 이들은 앞서 공문 내용대로 인상한 가격에 시멘트를 판매하고 있다. 시멘트업계는 지난 2년간 네 차례 가격 인상을 발표한 바 있다. 그간 유연탄 등 원자재 가격 인상을 이유로 단가를 올렸고, 수요 업체들은 해당 주장에 어느정도 수긍하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이번 인상안에서는 반대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환경설비 개선 비용을 명분으로 내세웠기 때문이다. 제조원가의 약 40%를 차지하는 유연탄 가격이 절반 이상 하락했다는 점에서 손익을 다시 계산해봐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실제 국내 시멘트업체가 주로 수입하는 호주 유연탄 t당 가격은 5월 말 기준 135달러로 작년 9월 말(436달러) 대비 3분의 1 수준으로 하락했다. 시멘트사는 환경설비 개선에 대한 원인 언급은 피하고 있다. 당초 환경규제 강화에 대한 목소리가 커진 시기는 시멘트사가 폐기물을 대체연료로 활용했을 때부터다. 시멘트사는 유연탄 등의 연료를 구매하는 것이 아닌 돈을 받고 폐기물을 연료로 사용하는 새로운 수익구조를 만들어냈다. 하지만 폐기물을 소각한다는 점에서 기존 환경기초시설업계의 반발을 불러왔고, 결국 환경 관련 규제 강화를 야기했다. 현재 업계에서는 정부의 스탠스를 살피고 있다. 환경부뿐 아니라 국토부, 기재부의 개입이 본격화될 경우 시멘트사는 전략을 전면 재수정할 필요가 있다. 정부가 시멘트 가격 인하를 강제로 지시할 가능성을 대비해 눈치를 본다는 뜻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중재에 나섰지만, 업계 전반적인 분위기는 인하할 수 없다는 입장을 비추고 있다”면서 “다만 강제력을 가진 지시가 내려올 경우 아직 가격을 인상하지 않은 업체들은 현재의 가격대를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