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정부 물가대책 현실감 제로… 민생악화 자충수되나

석윳값 하락에 소비자물가지수↓…장바구니 물가는↑ “정부의 식품제조업체 압박만으론 물가 잡긴 힘들 것”

2023-07-10     강소슬 기자
지난달

매일일보 = 강소슬 기자  |  정부가 민생안정을 위해 급약 처방한 물가대책을 놓고 현실감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모아진다. 지난달 소비자물가상승률은 2%대로 둔화세를 보이지만, 실질 소비자 장바구니 물가 체감도는 여전히 높은 상황이다.

10일 통계청의 ‘6월 소비자물가동향’을 살펴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1.12(2020년=100)로 전년 동월 대비 2.7% 올랐다. 소비자물가상승률이 2%대를 기록한 것은 지난 2021년 9월(2.4%) 이후로 21개월 만이다.  소비자물가상승률은 지난해 평균 5.1%를 기록하며 고공행진을 이어왔다. 지난해 7월 6.3%까지 치솟다가 올해 1월 5.2%, 2월 4.8%, 3월 4.2%, 4월 3.7%, 5월 3.3%로 점차 둔화세를 보였고, 지난달 마침내 2%대로 떨어졌다. 작년 6월 높은 물가 상승률에 따른 기저효과와 석유류 가격 안정 등에 힘입어 소비자물가지수는 2%대로 내려왔지만, 소비자 체감물가는 여전히 높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그간 물가상승을 부추기던 주범인 석유류 가격이 1년 전보다 25.4% 하락해 1985년 1월 이후로 최대 하락폭을 기록했다. 이로 인해 전체 물가 상승률을 끌어내렸지만, 석유류를 제외한 품목의 가격은 여전히 고공행진하고 있다. 구입빈도가 높은 품목들로 구성돼 체감물가에 가까운 생활물가지수를 살펴보면, 전년 동월 대비 2.3% 올라 서민 먹거리 가격 상승 폭은 그다지 줄지 않았다.  지난달 식품가격상승률은 4.7%로 전달 식품가격상승률이 5.0%에 비해 하락 폭이 크지 않다. 품목별 가격상승률을 보면 당근 22.1%, 양파 20.5%, 어묵 19.7%, 달걀 17.5%, 귤 16.7%, 기타육류가공품 15.7%, 오징어 14.2%, 호박 13.9%, 닭고기 13.7%, 라면 13.4% 등으로 높게 나타났다. 가공식품 소비자물가지수도 전년 동월 대비 7.5% 상승했으며, 외식 소비자물가지수도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외식비 연간 상승률은 7.7%로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인 5.1%를 크게 웃돌았는데, 올해 6월까지 외식비 누계 상승률은 이미 7.2%에 달한다. 외식을 제외한 개인 서비스도 전년 동월보다 4.1% 올랐다. 정부는 지난달 닭고기 가격이 상승세를 보이자 수입 닭고기 3만t에 대해 연말까지 무관세를 적용하기로 했다. 또한 다수의 식품업계를 불러 가격 인하 압박 강도를 높여 농심, 삼양식품, 오뚜기 등 라면제조업체들은 7월부터 일부 라면 가격을 4~5% 인하했다. 뒤이어 제과·제빵 업체인 롯데웰푸드와 해태제과, SPC도 제품 가격을 내리겠다고 발표했다.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물가상승률은 내려왔지만, 전년도 대비 하향한 기저효과일 뿐 여전히 정상 범위보다 높다”며 “식품업계는 국제원자재 변동성과 기후 변화 등 불확실성 속에서 정부의 눈치를 보며 가격 인하에 나선 상황이다. 식품제조 업체를 정부가 압박하는 것으로 물가를 잡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