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점심 한 끼 2만원” 외식물가 고공행진에 말라가는 서민 지갑
기본 백반 1만원 넘겼다…원재료값‧여름철 냉방비 등 인상 불가피 초복 맞이 삼계탕 외식 1인당 1만8000원…마트에선 훨씬 저렴해
2023-07-10 강소슬·김민주 기자
매일일보 = 강소슬·김민주 기자 | 꺾일 줄 모르는 외식물가에 서민들이 시름하고 있다.
10일 점심시간 때 방문한 서울시 종로구 식당가 일대는 한 끼 식사를 해결하기 위한 직장인들로 가득 찼다. 사회적거리두기가 한창이던 지난해와 비교했을 때 유동인구가 늘어났단 걸 한눈에 확인할 수 있었다. 1년 사이에 메뉴판도 바뀌었다. 오른 가격을 간이 스티커나 종이로 표시한 차림표들이 눈에 띄었다. 고물가 속 한 푼이라도 아끼려는 소비자들의 치열한 계산이 엿보이듯 비교적 저렴한 가격대가 형성된 분식집, 백반, 국밥집 앞엔 다른 식당 보다 좀 더 긴 줄이 늘어섰다. 종로3가에서 14년 동안 찌개집을 운영 중인 자영업자 A씨는 “폐업을 진지하게 고민하던 작년보다야 업황이 비교적 나아졌다고 느끼지만, 식자재 값을 비롯해 전기료와 가스료 등이 올라 힘든 건 여전하다”며 “찌개와 공깃밥, 밑반찬 등 기본 구성의 가격을 9000원이 마지노선이라고 생각하고 버텨왔지만, 지난달 말부턴 1만원으로 올릴 수밖에 없어 오랜 단골들에게 미안하다”라고 전했다. 이어 “여름철엔 덥고 습한 날씨 때문에 냉방이 충분히 되지 않으면, 인파가 붐비는 점심시간 식당을 이용하려다 포기하고 나가는 손님들이 많다”고 덧붙였다. 에어컨, 선풍기 가동에 따른 전기료 부담이 더욱 크게 작용한다는 설명이다. 몇 걸음 간격으로 동종업체가 몰려있는 식당가에선 한 식당이 가격을 인상하면, 근처 가게들도 덩달아 가격을 올려 잡는 특성이 있다. A씨의 찌개집 외 근처 백반집, 국밥집에서도 가장 저렴한 기본상은 최소 1만원 이상으로 형성됐다. 오는 11일 ‘초복(初伏)’을 앞두고 삼계탕 전문점은 평소보다 더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을지로, 종로, 종각, 광화문역 근처에 위치한 삼계탕 집 중 가장 저렴한 곳은 일반 삼계탕 기준, 1만6000원으로 확인된다. 대부분 삼계탕 집에선 삼계탕(한 마리 기준)을 1만8000~1만9000원에 판매 중이다. 1인 2만5000원대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종로 삼계탕 집 대기 줄에서 만난 직장인 B씨는 “점심은 팀 동료들과 친목을 다지는 시간이기도 하기에 웬만하면 회사 근처에서 사먹지만 외식비가 부담되는 것은 사실”이라며 “이 곳(현재 대기 중인)도 작년엔 삼계탕 하나에 1만5000원이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몇 달 만에 3000원이나 올라, 고물가를 실감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