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얼마나 급했기에
2023-07-10 이소현 기자
"저희도 몰랐습니다. 이렇게 혼자 결정해도 될 일입니까?"
GS건설의 최근 전면 재시공 결정을 두고 관계사 측은 당혹스러운 심경을 전했다. GS건설은 5일 사과문을 통해 붕괴사고가 발생한 인천검단 신축 아파트를 처음부터 다시 짓겠다고 밝혔다. 기업 입장에선 향후 수년간의 명운을 걸고 특단의 조처를 내린 것인데, 발주처인 LH 등 관계사에선 볼멘소리가 나왔다. 기업 간의 제대로 된 소통이 이뤄지지 않은 결정이었다는 것이다. 붕괴 책임론뿐 아니라 사후처리 부분에서도 함께 동고동락해야 할 저치임에도 이에 앞선 공감대 형성이 없었다는 토로였다.
이번 결정은 GS건설이 얼마나 급했는가를 보여줬다는 평가도 나온다. 오는 8월 행정 처분 결정이 예고된 가운데,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는 영업정지와 등록말소라는 강력한 제재 카드를 쥐고 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5월 직접 사고 현장을 방문해 "위법행위가 발견될 경우 무거운 책임을 각오해야 할 것"이라고 한 차례 엄포를 놓기도 했다. 이에 "나중에 맞느니 먼저 내어주자, 강하게 나가자"는 식으로 경영진 차원에서 급작스럽게 결정을 내린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다. 공교롭게도 GS건설의 이번 발표는 국토부의 사고조사 결과가 나온 직후 이뤄졌다.
이번 해프닝은 일차적으론 LH가 7일 전면 재시공을 수용하면서 일단락됐지만, 시공 비용을 어떻게 배분할지에 대한 문제가 남아 있다.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으로는 시공 과정에서 전단보강근을 누락한 점이 지목됐다. 다만 단지 설계는 시행사와 시공사가 함께 관여하는 시공책임형(CM)으로 진행됐다. 사안이 복잡한 만큼 다툴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사고 수습을 위해 첫발을 내딛자마자 또다른 잡음이 예상되는 부분이다.
증권가에서는 벌써부터 재시공 비용을 추산하며 관계사들과 이를 배분할 가능성을 점쳐보고 있다. 정부 추산 비용 1조원이 과하다는 지적부터 실제로는 4000억~5000억원 안팎이 될 것이라는 구체적인 수치들도 내놓는 중이다. 어느 쪽이건 천문학적인 숫자다. GS건설이 작년 한 해 벌어들인 영업이익은 약 5548억원이었다.
전면 재시공을 두고 업계는 싱숭생숭한 반응을 보이고 있지만, 어찌 됐든 이번 사건의 최대 피해자는 수분양자다. 재시공에 5년이 걸린다고 하면 세 살배기가 초등학교에 진학하고도 남을 시간이다. 공공분양 단지인 만큼 젊은 층 실수요자들이 대부분인데 향후 수년 동안 전월세를 전전해야 하는 셈이다. 건설기업들이 협력 과정에서 길을 잃지 말고 수분양자 구제를 위해 힘써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