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달구는 '이념 전쟁'…'민주유공자법' vs '백선엽 친일 행적 삭제'

민주, 4일 정무위 소위서 '민주유공자법' 단독 처리 박민식 "장관직 걸로 백선엽 친일파 아니야" 정통성 확립으로 총선 전 '집토끼' 단속 해석

2023-07-10     이태훈 기자
박민식

매일일보 = 이태훈 기자  | 정치권이 때아닌 '이념 전쟁'에 빠진 모습이다. 더불어민주당은 '민주유공자법' 제정을, 정부여당은 친일 행적이 있는 백선엽 장군의 명예 회복을 추진하면서다. 여야의 '내편 결집'을 위한 행보에 이념 갈등이 격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0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은 지난 4일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소위에서 '민주유공자 예우에 관한 법률안'(민주유공자법)을 단독 처리했다. 이에 질세라 정부여당은 국가보훈부를 중심으로 백 장군의 '친일 낙인' 지우기에 나섰다.

먼저 민주당이 공을 들이고 있는 민주유공자법은 관련 법령이 존재하는 4·19혁명과 5·18민주화운동 외 민주화운동 과정에서 사망·부상·유죄 판결 등 피해를 입은 이들을 예우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법안에 대해 김종민 의원은 쟁점이던 교육·취업·주택 지원 조항이 빠져 실질적으로 '민주화에 공헌한 유공자'라는 명예만 주는 법이라고 강조했고, 김성주 의원은 이 법을 '박종철·이한열·전태일 법'이라고 소개하며 정당성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반면 국민의힘은 민주유공자법이 민주당 주류인 '586 운동권' 세력만을 위한 법이라며 '운동권 특혜법'이자 '가짜유공자 양산법'이라고 지적한다. 특히 여당은 이 법으로 인해 공안사건이나 반국가사건이 유공 행위로 인정받을 수 있다며 결사반대하고 있다.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도 "이 법에 따르면 박원순 전 서울시장도 언젠가 민주화에 대한 공만 추켜세워지다 민주화 유공자로 부활할지 모르는 것"이라며 끝까지 밀어붙일 시 윤석열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건의하겠다고 밝혔다.

박 장관은 그러면서 2009년 이명박 정부 시절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에 의해 친일반민족행위자 명단에 등재된 백 장군에 대한 명예 회복을 주장했다. 백 장군은 일제 강점기 일본이 조선인과 중국인이 연계한 반일-반만주국 투쟁 진압을 위해 창설한 간도특설대에서 장교로 복무한 이력으로 친일파 꼬리표가 붙었다. 다만 한국전쟁 당시 북한군을 막아낸 공로도 있어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관련해 박 장관은 6일 "제 (장관)직을 걸고 (백 장군이) 친일파가 아니라고 얘기할 자신이 있다"며 "6·25는 우리 최대 국난이었고, (백 장군은) 그 국난을 극복한 최고 영웅"이라고 추켜세웠다. 그는 백 장군의 국립현충원 안장 기록에서 '친일반민족행위자' 문구를 삭제하는 방안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도 백 장군 일생을 "지금 대한민국을 있게 한 위대한 삶"이라고 평가하며 힘을 싣고 있다.

정치권에선 여야의 이 같은 행보를 '세력 결집'의 일환으로 보고 있다. 다음 총선을 앞두고 세를 확장하기 전 '집토끼' 단속을 하겠다는 것.

이종훈 정지평론가는 <매일일보>와의 통화에서 "민주당은 민주화 세력의 정통성 유지를, 국민의힘은 건국에 방점을 둔다"며 여야의 행보를 정체성 확립을 통한 세력 결집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봤다.

국민적 이념 갈등 심화 우려에 대해선 "이념 갈등은 이미 부추겨졌고, 더욱더 (부추기는) 그런 방향으로 가고 있다"며 "정권마다의 '역사 바로 세우기'는 지금까지 반복된 형태라 딱히 새롭진 않지만, (갈등을) 자극하는 건 분명하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