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보험료 인상 주범 ‘세트청구’ 7500억 육박

한방 세트청구 규모 2017년 1926억 원 → 작년 7440억 원 ‘단순 타박상’ 불구 진료 항목만 6개…가해자 보험료 부담 ‘가중’

2024-07-10     홍석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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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 홍석경 기자  |  한방병원의 과잉진료가 자동차보험 누수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가운데 자동차사고 수준이 경미한 경상환자에게 한 번에 많은 진료를 하는 ‘세트청구’(복수진료) 규모가 약 75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방병원 이용자들은 비교적 경미한 타박상에도 불구하고, 주요 진료항목 8개 중 무려 6개를 받아 청구했다. 이런 관행은 자동차사고 가해자의 보험료 할증으로도 이어지고 비용 부담도 키우는 만큼 관리 방안이 시급해지고 있다.

10일 전용식 보험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발간한 ‘자동차보험 한방진료 세트청구 현황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상해급수 12~14급 경상환자에 대한 한의원과 한방병원의 한방 세트청구 규모는 지난 2017년 1926억 원에서 2022년 7440억 원으로 늘었다. 이번 연구에는 국내 대형손해보험회사의 자동차보험 진료수가 명세서를 활용했다. 세트청구는 침술·구술·부항·첩약·약침·추나요법 등 한방진료에서 가능한 8가지 진료 중 6가지 이상을 받는 행위다. 세트청구 규모는 매년 꾸준히 늘어나 연평균 31% 상승하고 있다. 특히 단순 팔·다리 타박상이나 찢김 등 상해 정도가 경미한 12~14급 경상환자에 대한 한방병원의 세트청구 증가율이 대폭 늘었다. 2017년부터 2022년까지 상해급수 12~14급 경상환자에 대한 한방병원의 세트청구 건수 증가율은 연평균 32.5%나 됐다. 반면 한의원의 세트청구 건수 증가율은 연평균 12.6%로 절반 수준이었다. 9~11급 환자의 경우 한방병원의 세트청구 건수 증가율은 한의원의 4배를 넘었다. 상해급수 12~14급 경상환자에 대한 세트청구의 건당 진료비도 한방병원이 한의원보다 많았고, 상해급수 9~11급에 비해서도 더 높았다. 한방병원을 이용한 12~14급 경상환자의 청구 건당 진료비를 보면 세트청구 기준 약 10만 원(9만9851원)이 청구돼, 상해 정도가 더 중한 9급 환자(8만1309원)보다 많았다. 세트청구가 증가하는 배경은 복수진료에 대한 심사기준이 없기 때문이다. 현재 한방진료 심사지침은 각 진료(처치)에 대해서 시행 횟수, 부위 등으로만 규정하고 있고, 복수진료에 대한 규정은 양·한방 협진 중복진료에 대한 규정만 존재한다. 이 때문에 가해자나 보험사가 한방진료 수가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는 경우가 꾸준히 발생하고 있지만 진료수가 기준에는 반영되지 않아 세트청구가 지속되고 있는 실정이다. 2017년 이후 12급 경추·요추·어깨 관절 염좌에 대한 복수진료와 관련해서만 진료비가 조정됐을 뿐이다. 한방병원은 지난 2017년 312개에 그쳤지만, 작년 한 해 546개로 75% 급증했다. 반면 한의원은 1만4111개에서 1만4549개로 3% 정도 늘었다. 한방병원이 늘어나면서 경쟁이 심화하자 수익 악화를 우려한 일부 부도덕한 의사들이 진료 건수나 비용을 부풀리는 것도 과잉진료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고 있다. 전 선임 연구위원은 “세트청구와 같은 복수 진료가 지속할 경우 가해자들의 피해자 진료에 대한 불만 제기가 늘어날 수 있어 관리 방안이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한편 전체 자동차보험 대인배상 부상 진료비 중 한방진료비는 2018년 7139억 원에서 2022년 1조4636억 원으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의과(양방)진료비는 1조2623억 원에서 1조506억 원으로 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