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롯데, ‘유통 대가’서 ‘화학 신흥강자’ 발돋움
그룹 무게추 ‘유통’서 ‘화학’으로…미래 성장동력 투자 본격화 지난해 롯데그룹 매출 비중 화학군 33.8%‧유통군 25.5% 차지
2023-07-11 강소슬 기자
매일일보 = 강소슬 기자 | 롯데가 지난 50여년간 성장 발판이자 기둥이던 유통산업을 넘어, 화학군 신흥강자로 떠오르고 있다.
2021년 롯데그룹 전체 매출에서 화학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처음으로 유통사업을 넘어섰고, 이듬해에도 격차를 벌렸다. B2C(기업-소비자 간 거래) 중심의 유통기업에서 B2B(기업 간 거래) 화학분야로 체질 개선에 성공한 것이다. 11일 롯데지주가 발표한 ‘2022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살펴보면, 지난해 그룹 전체 매출액은 84조8000억원 규모다. 이중 유통군 매출은 21조6606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25.5%를 차지했다. 반면 화학군은 28조6594억원의 매출을 기록해 그룹 전체 매출의 33.8%를 기록했다. 전년에는 유통군 27.7%와 화학군 32.6%로 4.9% 차이를 내며, 사상 처음 화학군이 유통군의 매출을 앞질렀다. 지난해 격차는 8.3%로 약 두 배 가량 커졌다. 올해도 화학군 비중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롯데는 그룹의 무게추를 유통에서 화학으로 옮겼지만 탈유통을 못 박지 않았다. 롯데는 유통군 매출 회복도 도모하면서, 미래성장 측면에서 화학군 육성에 역점을 두고 있다. 미래 성장 동력으로 점찍은 화학·배터리·바이오 등 부문에도 앞서 유통부문이 구축해놓은 사업망을 적용해 시너지를 모색할 수 있기 때문이다. 롯데의 체질 변화는 신동빈 그룹 회장 의지와 맞물려 있다. 신 회장은 롯데케미칼의 전신인 호남석유화학에 1990년 상무로 입사해 경영수업을 시작했다. 또 2016년 국내 화학업계 최대 빅딜이자, 롯데 창립 이래 최대 규모였던 삼성그룹 화학부문(삼성SDI 케미칼사업부·삼성정밀화학·삼성BP화학)의 인수·합병도 주도하며, 롯데케미칼을 일구는 데 크게 기여했다. 신 회장 후계로 인식되는 장남 신유열 롯데케미칼 상무 또한 화학군 계열사 경영 일선에서 그룹 신성장 사업 발굴에 노력을 하고 있다. 롯데는 유통과 화학 분야를 양대 중심축으로 삼고 혁신과 투자를 지속할 계획이다. 우선 화학군 주도 아래 전지소재·수소·리사이클 바이오 플라스틱 등에 집중하고 있다. 에너지머티리얼즈 인수를 통해 리튬이온 배터리 4대 소재 사업을 내재화했고, 바나듐 배터리 전해액과 ESS 충전 사업을 추진 중이다. 또한 물리적·화학적 리사이클 플라스틱 사업과 바이오 PET 사업을 추진 중이며, 열분해 리사이클 플라스틱과 생분해 플라스틱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 계획이다. 유통군은 올해 전반적인 유통 경쟁력 강화와 체질 개선을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백화점은 점포 리뉴얼과 함께 MD를 강화하고 있으며, 롯데마트와 롯데슈퍼는 시너지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롯데그룹의 체질 개선 작업은 안정화 단계에 접어든 모습이다. 올해 롯데 화학군은 지난 3월 인수한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의 영향으로 매출 규모가 더 커질 것”이라며 “유통군도 엔데믹을 맞아 매출 회복 속도가 빠르게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