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올라운더 도약’ 식품업계, 이름부터 정체성까지 다 바꾼다

사명‧CI ‘리브랜딩’, 해외 영향력‧신사업 다각화 등 용이 글로벌 소통 오차 최소화…세계적 브랜드파워‧역량 제고

2023-07-11     김민주 기자
사진=픽사베이

매일일보 = 김민주 기자  |  유통업계가 간판부터 정체성까지 재정립하며 전반적인 체질 개선에 나섰다. 해외시장 영향력 확대를 목적으로 사명을 글로벌화하고, 신사업 포트폴리오를 적극 늘리며 업역 칸막이를 허무는 모습이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삼양식품그룹은 ‘삼양라운드스퀘어’로 사명을 바꾸며, 식품과 과학을 아우르는 차세대 종합식품기업으로의 변모를 공표했다. 글로벌 인지도 확대,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 등 그룹의 미래 방향성에 대한 이해를 전사적으로 공유하고, 신규 먹거리 창출, 글로벌 체제 전환 등을 본격적으로 가속화한단 방침이다. 이번 그룹 및 지주사 CI를 시작으로 모태 기업인 삼양식품 등 각 계열사의 CI도 순차적으로 변경하고, 올 하반기 내 CI 리뉴얼을 알리는 캠페인을 진행할 예정이다. 롯데제과는 지난해 7월 롯데푸드를 합병하며 종합식품회사로의 새출발을 선언한 데 이어, 간판까지 갈아 끼웠다. 1967년 설립 이후 56년 동안 유지했던 사명은 지난 4월 1일부로 ‘롯데웰푸드’로 바뀌었다. 제과 기업에 한정됐던 사업 영역의 확장성을 담보하고, 글로벌 종합식품기업의 정체성을 공고히 하겠다는 의지로 분석된다. 전 연령 고객을 대상으로 다양한 제품을 제공하는 종합식품기업 이미지를 확고히 하기 위해 ‘제과’ 대신 ‘푸드’를 사용했으며, ‘웰(Well)’이란 키워드를 활용해 더 나은 먹거리와 행복한 삶을 고객에게 전달하고 건강한 식문화를 선도하는 기업이라는 의미도 강조했다. 향후 케어푸드, 기능성 식품, 비건푸드 등 신규 카테고리 진출에도 적극 나서 회사의 사업영역을 적극적으로 확대해나갈 예정이다. hy는 사명 변경을 통해 성공적으로 정체성을 확장했단 평을 받는다. 기존 ‘한국야쿠르트’는 정통 발효유 기업의 이미지를 고착화시킨단 판단 하에 2021년 사명을 hy로 바꾸고, 종합유통기업으로의 재도약에 시동을 걸었다. 지난 4월엔 800억원을 들여 배달대행 플랫폼 ‘부릉’을 운영하는 메쉬코리아의 지분 66.7%를 인수했다. 사명 변경 당시 밝힌 ‘유통전문기업’ 비전을 가속화한단 복안이다. 앞서 hy는 자사 플랫폼과 전문 배송인력, 콜드체인 등 자체적으로 구축한 유통 역량을 활용해 물류 사업에서 영향력을 빠르게 키워왔다. 업계 유일무이한 ‘프레쉬매니저’라는 배송 역량에서 나아가, 매쉬코리아의 물류시스템까지 결합해 ‘라스트마일 서비스’ 강자로 발돋움했다. 양사간 시너지를 높일 신규 사업모델 구축과 협업도 추진한다. 지난해 대상은 그간 나눠 운영해온 기존 김치 브랜드 ‘종가집’과 글로벌 김치 브랜드 ‘종가’를 ‘종가(JONGGA)’로 통합해 리브랜딩했다. 일관적인 글로벌 커뮤니케이션 활동을 전개하기 위함이다. 리브랜딩은 기존 브랜드의 정체성을 재정비해 소비자에게 인식시키는 활동으로, 이번 대상의 행보는 글로벌 인지도 및 영향력 강화를 위한 초석으로 풀이된다. CJ제일제당은 조직문화 혁신을 위해 ‘본부’, ‘실’,’ 팀’ 등 위계를 드러내는 내부 조직 명칭을 없앴다. 새로운 조직명은 글로벌 조직 간 커뮤니케이션과 협업 규모를 고려했다. ‘커뮤니케이션실’은 ‘Corporate Communication’으로, ‘재무전략실’은 ‘Corporate Finance Strategy’로 변경하는 식이다. 직급체계는 사원, 대리, 과장, 부장 등에서 ‘스페셜리스트(specialist)’와 ‘프로페셔널(professional)’로 개편했다. 올해부터 국내 구성원 중심의 인재공모 제도 ‘커리어마켓’의 대상자도 해외 임직원까지 확대한다. 국내외 사업거점에 구분을 두지 않고 각 분야 적정 인재를 활발하게 교류시켜, 초격차 역량을 극대화하겠단 전략이다. 자사 최초 브랜드인 ‘백설’의 정체성도 재정립했다. 브랜드 로고나 제품 패키지 등 디자인 변경은 물론, 제품군 확대 개편까지 대대적인 변화를 줬다. 간편 조리, 맛, 건강 등과 관련해 빠르게 변하는 소비자 니즈를 반영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 교수는 “지금은 글로벌화, 최첨단 기술의 발달 등으로 국가나 지역, 사업 영역의 절대적 구분이 허물어졌고, 다양한 세대가 활발히 교차하고 있다”며 “사명‧조직명을 영문화하는 것의 가시적 효과를 실감하기까진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겠지만, 글로벌 커뮤니케이션의 오차를 줄이고, 전 세계가 표준적으로 인용‧인식할 수 있는 브랜드파워 및 역량을 갖출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단 점에서 충분한 투자 가치가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