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김여정 "美 정찰기 경제수역 상공 무단 침범…반복 시 위태로운 비행"
합참 "일고 가치도 없어"…추가 도발 가능성에 '신중론' 北 담화서 '대한민국' 표현…남북 관계 재정립 전망
2023-07-11 박성현 기자
매일일보 = 박성현 기자 |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전날에 이어 미국 공군 정찰기가 동해 배타적경제수역(EEZ) 상공을 침범했다고 주장하면서 이를 반복할 경우 군사적 대응 행동을 나서겠다고 경고했다. 김 부부장의 연이틀 담화 발표는 이례적인 경우로 북한이 전승절로 주장하는 정전협정일(27일)을 앞두고 군사적 긴장감을 높여 도발 명분을 쌓으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부부장은 11일 발표한 담화에서 "10일 미 공군 전략정찰기는 5시 15분부터 13시 10분까지 강원도 통천 동쪽 435㎞, 경상북도 울진 동남쪽 276㎞ 해상 상공에서 조선 동해 우리 측 경제수역 상공을 8차에 걸쳐 무단침범해 공중 정탐 행위를 감행했다"며 "반복되는 무단 침범 시에는 미군이 매우 위태로운 비행을 경험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 부부장은 전날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담화에서도 미 공군 정찰기가 북한 측 해상 군사분계선을 넘어 경제수역 상공을 침범했다고 주장하며 "미국 간첩 비행기들이 아군 해상 군사분계선을 넘어 침범하곤 하는 우리 경제수역 상공, 그 문제의 20∼40㎞ 구간에서는 필경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북한 국방성 대변인 역시 미 정찰기가 동·서해상을 비행했다고 주장하면서 격추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에 합동참모본부는 "북측은 오늘(10일) 재차 한미동맹의 공해 상공에서의 정상적인 비행 활동에 대해 위협적 언동을 통해 의도적으로 긴장을 조성하고 있는바, 이 같은 행동을 즉각 중단할 것을 강력하게 촉구한다"고 밝혔다. 그러자 김 부부장은 "대한민국 군부는 또다시 미군의 도발적 행동과 관련해 중뿔나게 앞장에 나서 한미의 정상적인 비행 활동이라는 뻔뻔스러운 주장을 펴며 우리 주권에 대한 침해 사실을 부인해 나섰다"며 "대한민국 군부 깡패들은 주제넘게 놀지 말고 당장 입을 다물어야 한다"고 비난했다. 특히 김 부부장이 이틀간 담화에서 우리 측을 기존 '남조선'이 아닌 '대한민국'이라고 거론한 점도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북한 공식 문건 등에서는 우리 측을 '남조선'이라고 지칭하고, 비판할 때는 '남조선 괴뢰'라는 표현을 사용해 왔다. 이를 통해 북한이 이제 남측을 '별개의 국가'로 보겠다는 입장을 공식화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남·대미 협상 전망이 어두워지면서 '적대적 공존'에 무게를 둔 이른바 '두 개의 한국'으로 정책 방향을 선회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한편 합참은 이날 김 부부장의 경제수역 상공 침해 주장에 "일고의 가치가 없다"고 일축하며, 도발 명분을 쌓기 위한 포석이라고 분석했다. 이성준 합참 공보실장은 브리핑에서 "배타적 경제수역은 항행과 상공 비행의 자유가 있는 곳으로, 그곳을 비행했다고 침범했다고 표현도 하진 않는다"며 "그것을 빌미 삼아 무엇인가를 주장하는 것은 내부적인 목적이 있을 것이고 또 도발 명분을 축적한다고도 볼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