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대표 ‘리더십 부재론’ 제기
서로 상대방 향해 "강경파에 휘둘려 본인 뜻 관철못해" 비판
2014-11-26 이승구 기자
[매일일보 이승구 기자]최근 여야 대표가 길어지는 정국 경색을 해결할 뚜렷한 방향을 제시하지 못하고 갈팡질팡하며 당내 강경파에 휘둘리는 등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이른바 ‘리더십 부재론’이 거론되고 있다.새누리당 황우여 대표와 민주당 김한길 대표가 지난 25일 회담을 갖고 파행을 거듭하는 국회 정상화를 위해 논의했지만 양당의 입장만 확인한 채 접점을 찾지 못하면서 결국 합의도출에 실패했다.이날 회담은 김 대표가 오전 7시쯤 황 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양당 대표와 원내대표가 참여하는 ‘4인 협의체’를 구성하고 ‘대선 개입 의혹 특검 도입과 국회 국가정보원 개혁특위 신설’과 ‘새해 예산안과 주요 법안 처리’ ‘기초단체 정당 공천 폐지’ 등을 논의하자고 제의하면서 성사됐다.이 과정에서 황 대표는 특검 논의를 위한 협의체 설치를 검토했지만, 최경환 원내대표 등 다른 여당 지도부가 ‘4인 협의체에서 야당과 특검 논의를 시작하는 순간, 특검 도입이 기정사실화된다’면서 반대해 결국 회담에서 “3~4일 안에 당내 논의를 거쳐서 답을 주겠다”면서 자신의 주관대로 밀고 나가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이 때문에 황 대표가 ‘친박 핵심으로 구성된 당 지도부에 밀려 또한번 리더십에 상처를 입었다’는 말이 당안팎에서 고개를 들고 있고, 황 대표는 여야가 타협하지 못해 내년도 예산안이 연내 처리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당대표직을 내놓는 극단적인 선택도 생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김 대표도 친노(친노무현)와 486·초선의원 등을 중심으로 한 강경파의 주장에 방침을 수시로 수정하는 등 지도부가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리더십 부재론이 제기되고 있다.당초 지도부의 방침은 여당과 물밑 협상을 통해 성과를 얻어내는 것이었는데 최근 의원총회에서 강경파 의원들이 “협상을 공개적으로 진행하고 의총을 통해 의원들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자 공개 협상으로 방침을 수정했다.게다가 지도부는 국회 일정에 맞춰 법안·예산안 심의에 동참하면서 원내에서 대여투쟁을 벌이는 전략을 내세웠지만 이날 회담의 결렬로 인해 모든 국회 일정을 보이콧하고 장외투쟁을 벌여야 한다는 강경파의 목소리로 인해 전략을 수정할 가능성이 커보인다.이런 가운데 여야는 26일 MBC 라디오 '신동호의 시선집중'에서 양당 대표의 전날 회동이 빈손으로 끝난 것에 대해 상대 당 지도부의 리더십 부재가 이런 결과를 낳았다면서 ‘네탓공방’을 벌였다.새누리당은 김 대표가 당내 강경파에 끌려다니면서 자기 생각을 내세우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고, 민주당은 강경파인 새누리당 지도부 탓에 특검 논의 자체가 힘든 것이라고 주장했다.민병두 민주당 전략홍보본부장은 “새누리당은 지금 원내 지도부 자체가 극단주의자”라며 “때문에 당이 강경파에 휘둘리는 게 아니라 당 자체가 강경파”라고 지적했다.이에 김재원 새누리당 전략기획본부장은 “오히려 민주당이 강경파에 휩쓸려서 협상의 전면에서 본심과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을 하고 있다”면서 “이 문제는 합리적인 의견으로 합리적인 결론을 내는 것이 중요한 것이고 지금 이 상황에서 특검을 수용할 순 없다는 것을 민주당도 어느 정도 알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그러자 민 본부장은 “민주당은 어느 때보다 이 문제에 대해 내부에서 소통이 잘 되고 있고 고도의 집중력을 갖고 있다”고 반박하면서 “최근 새누리당 내 합리주의자들 중심으로 박 대통령의 시정연설이 이 문제(특검 수용)를 야당과 논의해서 합의한다면 수용할 수 있다고 말씀하신 것이 아니냐는 쪽의 해석으로 기운이 바뀌는 것 같다”고 말했다.하지만 김 본부장은 “그것은 아니다”라며 “특검을 받아들이는 문제에 대한 기류가 달라졌다고 해석할 순 없는 상황이다. 전혀 기류에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