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쇼핑 송출수수료 협상 난항…"모바일 매출 미반영에 일방적 인하 주장까지"

정부 가이드라인 제정됐지만 의견차 여전... 홈쇼핑 "인하" SO "인상" 'OTT 약진'에 SO 가입자 정체... 지상파 재송신료 부담도 가중 수수료에 모바일·인터넷 매출은 포함 안 돼... 정부 규제에 수익성 확장 한계도

2023-07-12     이태민 기자

매일일보 = 이태민 기자  |  홈쇼핑 송출수수료 협상을 앞두고 유료방송사업자(SO)와 홈쇼핑사업자의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고 있다. 홈쇼핑 업계가 매출 감소 등을 이유로 계약 관계와 상관 없이 일방적인 수수료 인하를 주장하고 있어 SO들은 난감한 표정이다.

송출수수료는 TV홈쇼핑사가 IPTV, 케이블TV, 위성방송 등 유료방송사업자에게 채널을 배정받고 지불하는 비용을 말한다. 홈쇼핑 사업자들은 업황 부진이 이어지는 가운데 판매 수익의 대부분이 수수료로 나간다며 인하가 필수적이라고 주장한다. 1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홈쇼핑업계가 부담하는 송출수수료는 2018년 1조4304억원, 2019년 1조5497억원, 2020년 1조6750억원, 2021년 1조8074억원으로 매년 꾸준히 증가했다. 지난해 TV홈쇼핑사 7곳의 전체 매출액은 0.3% 오른 5조8721억 원으로 나타났지만 영업이익은 10.1% 감소한 5411억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유료방송사업자의 상황도 녹록치 않다. 넷플릭스 등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의 급성장 등으로 가입자 증가폭은 계속 줄어들면서 수익성은 떨어지는 반면 투입 요소 비용은 증가하고 있는 탓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2022년 하반기 유료방송 가입자 수와 시장점유율'에 따르면 IPTV(인터넷TV), 케이블TV 등 유료방송이 지난해 하반기 가입자 증감률 0.67%를 기록했다. 이 조사에서 0%대 기록은 처음이다. 지난해 하반기 가입자 증감수는 24만명으로 전년(52만명) 대비 18만명 줄었다. 사업자 유형별로 IPTV의 하반기 가입자 수는 상반기보다 36만명(1.79%) 늘어난 2056만명이었다. 같은 기간 케이블TV(1272만)와 위성방송(295만)은 각각 0.74%, 0.82%씩 감소했다. 유료방송 사업자 중 유일하게 가입자 수가 증가한 IPTV도 하반기 기준 2020년 4.38%, 2021년 3.61% 등 증감율이 꾸준히 감소하는 추세다. 그러는 사이 지상파 재송신료 매출액은 꾸준히 상승세를 이어왔다. 지상파는 방송 송출 중단 등을 무기로 재송신료를 매년 올리고 있다. 지상파 3사가 케이블TV 등으로부터 받는 재송신료 매출은 지난 2013년 1254억6300만원에서 지난 2021년 4079억3600만원으로 크게 증가했다. 연평균 증가율은 12.16%에 이른다. 현재 홈쇼핑의 송출수수료를 산정할 때 모바일·인터넷을 통해 발생하는 매출이 반영되지 않는다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전화를 통해 얻는 매출만 반영할 경우 수수료가 방송사업 매출액의 60%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나지만 모바일과 인터넷까지 포함할 경우 실제 비중은 30% 정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즉, 그만큼 수수료 인상 여지도 있다는 뜻이다. 여기에 케이블 업계의 경우 입지 문제까지 겹친다. IPTV와 달리 가입자가 줄어드는 추세다 보니 상대적으로 협상력이 약한 상황에서 송출계약 협상 중 정부의 '홈쇼핑 방송채널 사용계약 가이드라인'을 위반하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와 관련 IPTV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홈쇼핑 사업자 개수가 처음보다 10개 이상 늘었고 제한된 재원에서의 입찰 경쟁으로 수수료가 증가한 부분도 있다"며 "홈쇼핑 분야 규제 해소를 통해 방송재원을 키우는 한편 시장 파이 확대에 앞장설 수 있는 신규업체 선정을 고려할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케이블업계 한 관계자는 "홈쇼핑 사업자들이 유료방송사가 제안한 산식을 구체적 사유 없이 거부하거나 협상 시기가 되면 일방적으로 송출수수료를 감액 지급하는 등 불공정 행위에 대한 개선부터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지난 3월 홈쇼핑 송출수수료 가이드라인 개정안에 대해서도 이견차가 첨예하다. 개정안에 대한 사업자별 해석이 다르고, 강제성이 없어 실효성에 대한 지적이 나온다. 홈쇼핑 업계에서는 정부가 사업자 간 협상에 적극 개입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유료방송업계는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어 규제 완화나 혁신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유료방송업계 한 관계자는 "홈쇼핑 업계에서는 SO가 시장지배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주장하지만 이미 가이드라인 자체에도 규제사항이 많은 상황"이라며 "시장지배력을 행사할 수도 없거니와 자체적으로 요금을 올릴 수 있는 구조도 아니고, 새로운 사업들을 시도하려고 해도 제약이 많다 보니 수익성 확장에 한계가 따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