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성공과 목숨의 보증수표는 '기본'

2024-07-12     안광석 기자
안광석

매일일보 = 안광석 기자  |  몇 년 전 모 방송사에서 방영된 ‘골X식당’이라는 프로그램이 있었다.

누구나 이름만 대면 알만한 국내 외식업계 큰손이자, 요리연구가 B씨가 국내 식당을 돌면서 지역상권을 키우기 위한 솔루션을 해주는 예능이다. 뉴스나 월드컵 외에는 TV 시청 취미가 없는 필자도 해당 프로는 챙겨봤을 정도다. 요식업계뿐 아니라 기업인이나 일반인들마저도 곱씹어보게 되는 의미심장한 메시지가 많았기 때문이다. 해당 프로그램에서 B씨는 무작정 식당 음식의 맛과 메뉴를 개선시켜주지 않는다. 서비스와 식당의 위생청결 상태, 인테리어나 주변상권과의 연계도 등을 반드시 짚고 넘어간다. 이런 부분들에서야말로 장사나 요리에 임하는 사장들의 기본자세가 잘 드러나기 때문이다. 애초 솔루션을 신청한 사장들의 요리 맟 장사에 대한 마인드가 부정적인 방향이거나 필사적이지 않으면 음식 맛을 개선해도 상권 비활성화 문제는 되풀이된다는 게 B씨의 철학이다. 실제로 B씨의 솔루션을 받은 후에도 이후 실시된 점검에서 초심을 잃고 솔루션 이전 상태로 돌아간 상당한 숫자의 식당 사장들의 모습이 전파를 타 시청자들의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요리실력은 늘 수는 있어도 정작 중요한 기본적인 장사 마인드와 철학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다. 기본이 ‘알파이자 오메가’라는 점은 요리나 장사 뿐 아니라 전 세계 가장 많은 인구가 사랑하는 스포츠인 축구에서도 드러난다. 리오넬 메시나 호날두, 국내에서는 손흥민같이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선수들을 예로 들어보자. 세 선수의 플레이 스타일과 장단점은 보는 시각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그러나 세 선수의 공통점을 꼽으라면 반복된 연습에서 나오는 부드러운 ‘퍼스트 터치’라는 평이 반드시 나온다. 축구는 결국 골을 넣어야 하는 운동이다. 공격수가 기본적으로 공을 받지 못하면 슛은 고사하고 드리블·패스 무엇 하나 제대로 할 수 있는 게 없다. 어떤 분야에서든 성공의 밑바탕은 멀리 있지 않다. 기본이라는 이름표로 손에 쥘 수 있는 곳에 있지만, 어찌된 영문인지 가슴에 달 생각을 하지 않고 뜻한 바를 이루지 못하면 남 탓을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최근 국내 건설사들이 중대재해나 부실시공 등 온갖 구설수에 휩싸이고 있다. 신축아파트 벽에 금이 가거나 누수가 발생하고, 명색이 1군 건설사가 지었다는 지하주차장이 완공도 전에 무너졌다. 그 와중에 공사현장에서는 근로자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아까운 생명을 잃는다. 수십년간, 매해 반복되는 일이다. 규정대로 설계나 감리가 꼼꼼히 이뤄지고, 제대로 된 자재를 썼다면 부실시공 논란은 애초부터 없다. 불법 재하도급이 관행이 되지 않았다면 미숙련공들이 영문도 모른 채 목숨을 내놓고 일할 필요도 없었다. 그러면서도 오랜 호황 끝에 찾아온 시황 침체 탓, 인력 부족 탓, 규제를 완화해주지 않는 정부 탓은 빠짐이 없다. 본인이 기본을 갖추지 않아 장사가 안 되는 것을 소상공인 지원을 해주지 않는 지자체나 정부 탓을 하는 TV 속 식당 사장님들의 모습이 어색하지 않았던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 아니었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