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IAEA 사무총장 입국 반대 시위, 한국 위상 추락시키는 부끄러운 일"
국가 현안 대토론회 기조 연설 "정치 들어갈 가능성 0%, 과학자 말 들어야" "국내 문제 해외로 이슈화, 국익에 도움 안돼"
2024-07-13 조현정 기자
매일일보 = 조현정 기자 | 반기문 전 유엔(UN) 사무총장이 최근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 방한 당시 입국 반대 시위가 벌어진 것에 대해 "시민 사회의 행동이라고 하더라도, 한국 위상을 추락시키는 부끄러운 일"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국내 문제를 해외로 이슈화 시키는 것은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반 전 총장은 13일 국회에서 열린 제 5회 국가 현안 대토론회 기조 연설에서 "UN 사무총장을 배출한 한국에서 그런 일이 있었던 것도 부끄럽게 생각한다"며 "국격을 해치는 일"이라고 이같이 밝혔다. IAEA는 "UN 산하의 아주 중요한 기구이자, 독자적인 기구"라고도 설명했다. 앞서 그로시 IAEA 사무총장은 지난 7일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 계획에 관련한 종합 보고서를 설명하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 하지만 공항에서 여러 시민 단체들이 방한 반대 시위를 벌였고, 그로시 사무총장은 결국 도착 1시간이 넘어서야 입국장에 들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시민 단체들은 'IAEA 사무총장 방한 반대', 'IAEA 일본 맞춤 보고서 폐기' 등의 문구가 쓰인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며 그로시 사무총장을 비난하거나, 경찰들과 몸 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반 전 총장은 이에 대해 "국제기구 수장이 방한했는데 공항에서 입국을 저지해 곤란을 겪거나, IAEA가 일본으로부터 돈을 받고 보고서를 만들었다는 것은 참으로 무책임하고 위험한 이야기"라고 지적했다. 국내 문제를 해외로 이슈화 시키는 것은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언급하며 "후쿠시마 오염수 처리 문제를 UN으로 가지고 가자는 의견들도 있는 것 같은데, 전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UN 총회는 다수결로 결정을 하게 돼 있는데,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는 과학의 문제로 다수결로 정할 일이 아니라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이어 "과학자들이 이거라고 하면 과학자 말을 들어야 한다. 정치가 들어갈 가능성은 0%"라고 강조했다. 특히 한국의 외교 방향에 대해서는 "미중 간 대립이 우리가 어느 한편을 선택해야 한다는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며 "한국과 미국은 동맹 관계이고 안보 만이 아니라 경제 협력, 기술 협력의 측면에서도 매우 중요한 파트너"라고 밝혔다. 일본과의 관계도 "강화해 나가는 것도 바람직하고 한미일 3국 협력 관계 구축도 중요하다"며 윤석열 대통령의 외교 행보를 호평했다. 그는 "이러한 외교적 노력에 일부에서는 국익을 저버린 '가치 편향 외교'라고 비판하기도 하는데, 한국 가치를 기반으로 협력을 강화해 나가는 것은 우리 외교에 흔들리지 않은 방향타"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