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전력난에 발목 잡힌 건설현장… 첫 삽 못뜬다

데이터센터 전기사용신청 폭주… 곳곳서 공사 진행 차질

2024-07-13     나광국 기자
아파트

매일일보 = 나광국 기자  |  전력 공급 부족을 이유로 수도권 내 건설공사가 중단될 수 있는 사례가 발생했다. 일각에선 전력난으로 인해 건설업계 내 위기가 커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시행사 A업체는 최근 수도권 내 개발을 위한 건축허가접수 이후 한국전력공사에 전기 공급을 신청했지만 불가 통보를 받았다. A업체는 전기 사용 신청 용량을 최소한으로 줄여 다시 접수했지만 전기 공급을 받을 가능성이 낮아 사업 자체를 접어야 할 수도 있는 처지가 됐다. A업체 관계자는 “전기 부족으로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사업의 순항을 위한 증표인 ‘건축허가’가 나오지 않아 착공할 수 없게 되면 브릿지대출 및 PF로 조달한 사업장들은 이자 부담이 가중된다”며 “지금까지 전기 공급을 받지 못해서 인허가상 문제가 발생한 경우는 한 번도 보고 들은 적이 없다”고 토로했다. 업계에선 이러한 사태의 원인으로 수도권에 대규모 전력을 소모하는 데이터센터가 집중된 점을 꼽고 있다. 실제 정부에 따르면 지난 4월 기준 국내 데이터 센터 입지의 60%, 전력수요의 70%가 수도권에 몰려있다. 따라서 최근 수도권 내 데이터센터들의 전기사용 신청이 폭증, 민간 사업지에 공급할 전기가 바닥났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특히 건설업계 내에서도 전기 공급을 받지 못해 착공을 못하는 사례가 더러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한국전력공사가 수도권의 전기 부족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무책임한 행정을 펼친 점을 지적하고 있다. 한전이 애초에 전기 공급 및 할당에 대한 체계적 계획을 세우지 않아서 벌어진 행정 참사라는 주장이다. 반면 한전은 지난 몇 년 간 수도권에 전기 사용 신청이 몰려 공급 계획이 순차적으로 잡힌 상황에서 대안이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한전 관계자는 “현재 데이터센터들의 전기사용 신청 접수가 폭증하고 있다”며 “(전기 추가 공급을 위한) 설비 보강은 향후 장기 계획에 반영해 순차적으로 진행해야 하지만 임시로 선로를 끌어 공급하는 방안 등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소위 ‘전기 알박기’ 행태도 전력난을 악화시키는 원인으로 지목된다. 개발업계에서 데이터센터 건설을 위한 전기 사용을 신청해 공급을 확정 받은 뒤 웃돈을 얹어 사업권을 넘기는 사례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정작 전기가 필요한 민간 사업자들에게 공급할 전기가 더 부족해지는 상황이 초래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한전은 “사업자가 바뀌더라도 예정 시기에 해당 사업장에 전기 공급을 하는 것은 변함이 없어 이를 사전에 파악하거나 대응할 현실적인 방안이 없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