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티메파크’ 거머쥔 큐텐, 11번가 인수설 실현 가능성은

상장 위한 체급 불리기 행보로 해석 충분한 자금력 보유 여부 주요 관건

2023-07-16     민경식 기자
구영배

매일일보 = 민경식 기자  |  큐텐이 티메파크(티몬·위메프·인터파크)를 손아귀에 넣은데 이어 11번가까지 노리고 있다. 큐텐이 11번가를 인수할 시, 국내 3위 이커머스 사업자로 단숨에 떠올라 업계 지형에도 큰 변화가 예상된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큐텐이 최근 11번가 모회사인 SK스퀘어 측에 경영권 인수 의사를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거래는 양사 지분을 교환하는 ‘주식 스와프’ 방식으로 치러질 가능성이 높다. 11번가는 한때 2조7000억원대 기업가치를 평가받았으나, 현재는 1조원 수준으로 몸값이 떨어졌다. 이런 인수설과 관련해 11번가 측은 “어떠한 제안도 받은 바 없다”고 일축했다.  인수설이 헤프닝으로 일단락되나 싶었지만, 일각에선 11번가의 매각설이 가능성이 없지는 않다고 보고 있다. 11번가는 2018년 국민연금, 사모펀드 운용사 H&Q코리아 등으로부터 5000억원 투자를 받는 과정에서 5년 내 IPO를 약속했기 때문이다. 기한인 오는 9월말까지 상장을 완료하지 못하면 투자금의 연 8% 이자를 적용해 돌려줘야 하는 실정이다. 다만, 2달 정도 기한이 남은 상황에서 IPO를 위한 움직임은 활발하진 않다. 11번가는 “목표는 연내 상장이지만, 현재 시장 상황을 보면서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초 박정호 SK스퀘어 부회장의 발언이 재조명되고 있다. 박 부회장은 지난 2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개최된 모바일월드콩그레스에서 “재무적투자자와 약속한 시간에 엑시트를 해야 하는데 11번가도 마찬가지”라며 “11번가도 똑같이 다른 방식의 투자자를 찾고 있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11번가가 IPO가 아닌 매각 쪽으로 노선을 전환하는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큐텐은 ‘싱가포르판 아마존’이라고 불리우며, 국내 시장에서 직구몰로 유명한 기업이다. 물류 계열사인 큐익스프레스와 협력해 티몬, 인터파크커머스, 위메프에 통합 풀필먼트 서비스 ‘Qx프라임’ 전용관을 오픈하기도 했다. 큐익스프레스의 지난해 기준 글로벌 매출액은 6000억원 규모, 스마트십 가입 고객은 24만여명 이상으로 확인됐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는 오픈마켓 사업자인 큐텐의 인터파크커머스와 위메프 인수를 승인한 바 있다. 이러한 결정은 큐텐이 국내 오픈마켓과 해외직구(직접구매) 시장 내 경쟁을 제한할 확률이 적다는 판단에서 비롯됐다. 큐텐이 주요 국내 이커머스 기업들을 인수하는 등 광폭 행보를 보이는 배경에 다양한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이 가운데 미국 나스닥 상장 추진과 연관이 깊다는 해석이 크다. 상장을 위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심사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큐텐이 이미 몇차례 국내 이커머스 기업을 사들였는데, 11번가까지 인수할 정도로 충분한 자금력을 갖췄는지가 앞으로 관건”이라며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비대면 사업 활성화로 고공 성장을 누렸던 이커머스 산업이 엔데믹 전환으로 피크 아웃 현상이 두드러지면서 개편 속도가 빨라지는 모습”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