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북한 우주 발사체 인양과 반환, 국제 우주법상 대응 논리 마련 시급하다
'법률전(法律戰, Lawfare).'
작년 콜린스 영어 사전에 추가된 6개의 신조어 중 하나다. 이는 '상대를 위협하거나 방해하기 위해 법적 절차를 전략적으로 사용하는 것'으로 정의된다.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생소한 개념일 수 있으나 국제 사회에서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는 외교·정책적 전략으로 정치적·군사적 맥락에서도 광범위하게 적용될 수 있다. 실제로 작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 이 용어의 사용이 두드러졌다고 한다. 올해 초 중국의 정찰 풍선이 미국 영공에 진입한 사건에서도 국제법적 정당성에 대한 논쟁이 빠지지 않았다.
우리나라의 경우 북한이 유사한 형태의 법률전을 전개할 것에 대비해 우리의 외교적·군사적 대응에 대한 국제법상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는 논리를 사전에 마련해 둘 필요가 있다.
최근 우리 군은 북한이 쏘아 올린 우주발사체·위성체 주요 부분의 인양에 성공해 잔해 분석을 마무리하는 등 우수한 작전 수행 능력을 보여줬다. 만약 수거한 잔해에 대해 북한이 반환을 요구한다면 어떤 논리로 대응할 것인가? 우리 군의 입장에서 우선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근거로 하는 것이겠으나, 이는 충분치 않다.
특히 지난 5월 발사 행위는 북한이 대외적으로 우주 개발임을 강력히 표방하며 국제법과 북한 우주개발법 제15조에 따라 국제해사기구(IMO)와 일본에 발사 계획을 사전 통보한 점등을 고려해 볼 때 우리 군도 국제 우주법에 따른 대응 논리를 개발해야 할 당위성이 충분하다. 북한조차도 자신들의 행위에 대한 국제법적 정당성을 확보하고자 애쓴 것이다.
북한은 구조 협정 체약국인 만큼 향후 유사 상황 발생 시 이에 따른 잔해 반환 요구를 할 가능성이 있다. 북한이 구조 협정상 반환 의무를 원용할 경우 우리 역시 유엔 안보리 결의에서 더 나아가 직접 구조 협정상 논리로 대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우리가 구조 협정 자체의 흠결을 십분 활용해 일차적으로는 반환을 지연시키고 궁극적으로는 잔해를 무기한 보유할 수 있는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 우리 군이 우수한 작전 수행 능력을 보여줬음에도 법 논리가 미흡하다면 이보다 더 아쉬운 상황은 없을 것이다.
최근 국제 사회는 분쟁 발생 시 최대한 직접적이고 강력한 무력 사용을 피하면서 정치·경제·외교·법률적 수단을 혼용한 소위 '하이브리드전'의 양상을 띠는 경우가 많다. 특히 법률전은 무력을 동반한 과거 전쟁 수단에 비해 비폭력적이고 논리적인 접근을 가능하게 한다.
우리도 이번 북한 우주 발사체·위성체 인양을 계기로 군 작전 수행의 우수함에 더해 국제 우주법상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는 논리를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이로써 향후 직면하게 될 다양한 상황에서 북한의 국제법 위반 주장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