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협의체, 그런 것은 최후에나 하는 것"

새누리 '수용불가' 기울어 … 민주 “대통령 무시하는 것”

2014-11-27     이승구 기자
[매일일보 이승구 기자]지난 25일 김한길 민주당 대표가 제안한 ‘ 정국 정상화를 위한 여야 협의체’ 구성이 불투명해졌다. 새누리당이 26일에 이어 27일 당 중진들의 의견을 수렴한 결과 수용하지 않는 쪽으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기 때문이다.이에 민주당은 “협의체 수용을 거부하면 여당이 박 대통령의 시정연설 발언을 무시하는 것”이라면서 경고했다.황우여 새누리당 대표는 전날 최고회의 이어 이날 최고중진연석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의견을 수렴했지만, 중진 의원들 역시 특검 논의를 위한 협의체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의견을 제시했다고 참석자들이 전했다.이들은 민주당의 제안을 사실상 ‘특검·특위 일괄 도입’의 변형판으로 해석한 것으로 전해졌다.이에 따라 새누리당은 최고위원들과 당내 원로·중진들이 사실상 모두 특검 논의에 반대하면서 민주당의 제안을 수용하지 않는 쪽으로 내부 입장을 정리하는 분위기다.황 대표는 회의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주말까지 의견을 모아보겠다”고 했지만, 의총에서도 야당의 제안을 찬성하는 의견이 나올 가능성은 낮기 때문에 결국 28일 중 결론이 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정치권에서는 새누리당이 28일 본회의에서 ‘2012년도 결산안’을 의결해야 하는 만큼 야당의 반발을 의식해 그때까지 결론을 유보한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새누리당은 본회의에서 강창희 국회의장의 직권상정을 압박해서라도 황찬현 감사원장 후보자의 임명동의안 역시 함께 처리해야 한다는 복안도 갖고 있다.현역 최다선인 서청원 의원은 이날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4인 협의체 구성에 회의적인 시각을 보이면서 원내 지도부가 주도하는 협상에 힘을 실어줄 것을 주문한 것으로 전해졌다.이에 대해 당내에서는 친박(친박근혜) 내부의 역학 구도를 들어, 서 의원이 최경환 원내대표의 ‘정치 현안-예산안·법안 분리론’을 지원하면서 황 대표에 대한 견제에 나선 게 아니냐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서 의원은 이날 회의에서 “원내대표와 수석부대표가 모두 열심히 하고 있는데, 거기에서 아무것도 합의된 게 없으면 누가 또 물꼬를 트느냐”면서 “원내대표가 노력하는 만큼 조금 더 인내를 갖고 지켜본 뒤 안 되면 6인이든 4인이든 하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이어 “당장 협의체를 구성하는 것은 당분간은 (좋지 않다) 퇴로가 없는 것 같다”면서 “그런 것은 최후에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한편 박용진 민주당 대변인은 “어제 새누리당의 최고위원회의가 있었는데 ‘부글부글’ 했다는 기사가 있었다“면서 ”설마하니 정국을 풀어나가야 하는 여당이 ‘특검’을 받아야 한다는 것도 아니고, ‘논의를 해보자’는 제안조차 걷어차는 황당한 결론을 가져오지는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박 대변인은 “박근혜 대통령께서는 지난 시정연설에서 ‘여야합의가 있으면 존중하고 받아들이겠다’는 말씀을 하셨다”면서 “대통령의 시정연설이 그저 듣기 좋은 소리를 하신 게 아니라면 ‘특검의 특자도 못 꺼낸다’는 여당은 여야합의를 강조한 대통령을 무시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아울러 그는 “박근혜정부가 국회를 무시하고, 야당을 몰아세우며, 독선의 벼랑 끝으로 혼자 갈 것이 아니라면 여당이 역할을 제대로 해야 하고, 야당과 함께 가야 한다. 그래야 멀리갈 수 있다”고 경고했다.